3대를
이어온
조선소,

뉴트로
여행
성지가
되다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향기 하나쯤 있다. 할아버지, 아버지가 운영하던
조선소에서 나고 자란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 배를 만들 때 풍기던 소나무 향을 잊을 수
없었다. 자신의 추억이자 할아버지, 아버지, 많은 배 목수의 삶이 머물렀던 장소를 이대로 사라지게
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그는 폐업을 목전에 둔 조선소를 색다른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고,
칠성조선소는 2020년 속초 최고의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글 편집실 사진 안지섭

손때 묵은 기록이 남겨진 색다른 뮤지엄 공간

목적지를 이곳에 두고 찾아오지 않았다면 오래된 공장이라고 생각하며 지나쳤을 것이다. 낡은 나무 간판과 삐걱하고 소리를 낼 것 같은 문은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었다. 철문 왼쪽 건물로 들어가 보니 원래 칠성조선소였음을 입증해주는 각가지 기록들이 남겨진 뮤지엄이 자리하고 있다. 칠성조선소의 탄생과 폐업 연도 1952-2017이 적힌 빨간 배가 인상적인 이곳의 벽에는 그동안 칠성조선소에서 만들었던 선박의 사진이 붙어있다. ‘대풍’, ‘오성’, ‘진흥’이라는 이름의 배와 그 배로 생업을 이어갔을 사람들의 모습이 사진 속에 살아있다. 선박들의 치수나 무게 등의 특성을 일일이 손으로 적은 선박제원을 비롯하여 원동기설치신고필증 등 켜켜이 쌓아온 손때 묵은 그 당시의 기록들을 볼 수 있다.
전시 공간을 지나 마당 안쪽이라고 생각했던 야외로 나가보면 바다처럼 드넓은 청초호가 펼쳐진다.
커다란 고깃배 3~4척은 서 있었을 것 같은 청초호변에는 목선을 끌어내거나 진수시켰던 녹이 슨 레일과 마구 자라난 잡초가 사람의 손이 오래 닿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청초호를 마주하고 옛 선박터를 바라보고 있으면 지금은 잔잔하게 물결치는 강물의 반짝임과 이곳의 명물이 된 검정고양이가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약간의 상상만 더하면 배를 내보냈던 그 당시의 모습도 그려낼 수 있을 것 같다.

3대를 이어온 조선소,
뉴트로여행 성지가 되다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향기 하나쯤 있다. 할아버지, 아버지가 운영하던 조선소에서 나고 자란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 배를 만들 때 풍기던 소나무 향을 잊을 수 없었다. 자신의 추억이자 할아버지, 아버지, 많은 배 목수의 삶이 머물렀던 장소를 이대로 사라지게 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그는 폐업을 목전에 둔 조선소를 색다른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고, 칠성조선소는 2020년 속초 최고의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글 편집실 사진 안지섭

손때 묵은 기록이 남겨진 색다른 뮤지엄 공간

목적지를 이곳에 두고 찾아오지 않았다면 오래된 공장이라고 생각하며 지나쳤을 것이다. 낡은 나무 간판과 삐걱하고 소리를 낼 것 같은 문은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었다. 철문 왼쪽 건물로 들어가 보니 원래 칠성조선소였음을 입증해주는 각가지 기록들이 남겨진 뮤지엄이 자리하고 있다. 칠성조선소의 탄생과 폐업 연도 1952-2017이 적힌 빨간 배가 인상적인 이곳의 벽에는 그동안 칠성조선소에서 만들었던 선박의 사진이 붙어있다. ‘대풍’, ‘오성’, ‘진흥’이라는 이름의 배와 그 배로 생업을 이어갔을 사람들의 모습이 사진 속에 살아있다. 선박들의 치수나 무게 등의 특성을 일일이 손으로 적은 선박제원을 비롯하여 원동기설치신고필증 등 켜켜이 쌓아온 손때 묵은 그 당시의 기록들을 볼 수 있다.
전시 공간을 지나 마당 안쪽이라고 생각했던 야외로 나가보면 바다처럼 드넓은 청초호가 펼쳐진다.
커다란 고깃배 3~4척은 서 있었을 것 같은 청초호변에는 목선을 끌어내거나 진수시켰던 녹이 슨 레일과 마구 자라난 잡초가 사람의 손이 오래 닿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청초호를 마주하고 옛 선박터를 바라보고 있으면 지금은 잔잔하게 물결치는 강물의 반짝임과 이곳의 명물이 된 검정고양이가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약간의 상상만 더하면 배를 내보냈던 그 당시의 모습도 그려낼 수 있을 것 같다.

조선소 3대 대표, 손자가 완성한
다채로운 복합문화공간

파란 슬레이트 지붕, 칠성조선소 간판과 안전제일 표시로 눈길을 사로잡는 또 다른 전시 공간에는 배의 동력이 되는 기계파트를 만들고 수리했던 공장이 남아있고, 커다란 기계를 그대로 남겨둔 공간과 뼈대까지만 만들어진 나무배도 전시되어 있다. 그 안쪽으로는 스무 명 남짓 수용이 가능한 작은 무대와 책과 함께하는 문화공간이 꾸며져 있다.
그렇게 전시공간을 한 바퀴 돌고 나면 한 모금의 커피로 쉼을 안겨줄 칠성조선소 살롱이 기다리고 있다. 칠성조선소에 있는 가장 세련된 공간이다. 여기에도 사연이 있다. 원래 살롱은 맞은 편에 있는 칠성조선소의 사택인 작은 가정집 건물에 조성되었다. 하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많아진 손님을 수용하기 위해 카누나 카약을 만들 작업공간으로 쓰였던 오픈팩토리를 살롱으로 바꾼 것이다. 살롱은 2층인데 3면이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서 커피를 마시며 속초의 다양한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속초의 먼바다까지
누비고 다녔을 배의 탄생지

칠성조선소의 옛이야기는 195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6.25 전쟁 당시 피난 온 함경도 실향민 최칠봉 씨가 원산조선소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고, 칠성조선소로 그 명맥을 이어갔다.
1990년대 들어 어획량이 줄어들고 철선과 플라스틱 배가 등장하면서 목선은 설 자리를 잃었고, 65년 동안 배를 만들고 수리하여 바다로 보내던 일을 하던 칠성조선소는 2017년 8월 문을 닫게 된다. 하지만 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선박 디자인 유학을 다녀온 후 가업을 이어가려고 했던 3대 최윤성 대표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터전을 이대로 사라지게 할 수 없었다.
“지금도 조선소 한쪽에 자리하고 있는 노란 건물이 실제 제가 살던 집이었어요. 할아버지가 만드시고 아버지가 이어오신 이곳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조선소를 이어갈 방법을 고민했고, 조선소의 형태는 그대로 유지하되, 뮤지엄, 살롱, 와이크래프트보츠가 있는 복합공간으로 만들게 되었어요.”

추억이라는 힐링을 선물해주는 곳,
그리고 또 다른 변신

얼마 전에는 칠성조선소 글씨체도 출시했다.
예전에 조선소에서 배를 다 짓거나 수리가 끝나면 마지막으로 2대 최승호 대표가 페인트와 붓을 이용해 배 선두에 배의 이름을 직접 써넣었다. 배들의 생김새는 비슷비슷해도 배에 쓰여 있는 글씨체를 보고 어느 조선소의 배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고 하니 기업의 CI와 비슷한 정체성을 지닌 것이었다. 조선소를 새로운 모습으로 바꾼다고 했을 때에도 최윤성 대표의 아버지는 오래되어 다 지워진 간판을 손수 다시 써주셨다. 글씨를 다 쓰신후 며칠 동안 몸살로 고생하시는 모습을 보고 아버지의 서체를 남기고 싶다고 생각하게된 최 대표는 폰트회사 산돌과 함께 ‘산돌 칠성조선소체’를 만든 것이다.
이처럼 최윤성 대표의 새로운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앞으로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한 선박 만들기 클래스도 진행할 예정이다. 커리큘럼은 가족들이 함께할 수 있고, 배를 만드는 것 자체가 재밌는 놀이가 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싶다. 잊히고 있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추억의 힐링을 선물해주는 칠성조선소의 또 다른 변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