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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를 지켜온 지역 상생의 가치,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되다

경북 왜관새마을금고

경북 왜관새마을금고 김종철 이사장(아랫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직원들

왜관새마을금고가 있는 낙동강 유역은 현대사 가운데 가장 치열했던 전투의 기억이 있는 곳이다. 새마을금고는 전후의 척박한 현실을 타개하고 공동체의 삶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서 지역 내에 뿌리내리며 도도한 성장의 길을 걸어왔다. 가장 한국적인 공동체의 전통을 지켜가는 곳, 왜관새마을금고를 찾았다.

글. 김수연 사진. 안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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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이사장

왜관새마을금고 전경

그 옛날 절미운동의 기억을 품고 자라는 금고
2020년 생명공제 유효 계약고 2,500억 달성, 자산 및 공제 4,500억 달성, 공제사업 30주년 기념 최우수금고, 공제연도대상 2그룹 은상 수상. 왜관새마을금고의 오늘을 말해주는 대표적 성적표다. 대도시 지역이 아닌 농촌지역 금고가 이룬 성과로서도 눈에 띄는 결과지만, 전국적 차원에서도 주목되는 결과다. 김종철 이사장은 ‘55년을 간직한 역사’와 ‘회원 신뢰 우선의 경영방침’으로서 그 비결을 소개한다.
“이 지역 최초로 마을금고가 설립된 기록은 1967년 봄이에요. 그러나 그 이전부터 지역 주민들 사이에 자발적으로 일어난 절미운동이 사실상의 시작이었습니다. 매일 쌀 한 줌씩을 모은 정성으로 알토란같은 종잣돈을 만들고, 이것이 점차 규모를 갖추면서 새마을금고 설립의 기틀을 이룬 것이죠.”
새마을운동으로 대표되는 시대정신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출범한 이들 금고는 삼청새마을금고(1967)를 시작으로 왜관동새마을금고(1977), 남부새마을금고(1981), 통일새마을금고(1982)로 이어지다 1999년에 이르러 현재의 왜관새마을금고로 신설 · 합병되었다.
“55년을 이어온 금고의 역사는 저희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 중 하나입니다. 지난 2017년에 왜관새마을금고 50년사를 묶은 책자를 발간하고, 그 이듬해엔 삼청지점 건물에 저희 금고의 역사관을 개관했습니다. 새마을금고 정신을 지키고 발전시켜 온 역사와, 그 과정에서 헌신하신 지역민들의 노력을 기리기 위해서였죠.”
이순상 전무는 이 역사관이 가진 ‘기록 이상의 가치’를 강조한다. 라오스를 비롯한 20여 개 개발도상국에서 벤치마킹을 하고 있으며, 행정안전부와 대학연구기관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만큼 단일 새마을금고 전체의 위상을 국내외에 알리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기록한다는 건 과거보다는 현재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미래의 방향을 올바로 정하기 위한 기준점이 되는 것이죠.”
이 역사관은 단일 금고 차원으로는 거의 유일한 사례로 기록되고 있는 만큼, 왜관새마을금고가 이룩한 성장의 저력이 어디에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역경 속에서도 살아 움직이는 혁신의 의지
이들이 펼쳐 보이는 오래된 사진첩 속에는 눈부신 성장의 과정이 있는가 하면, 쓰라린 역경의 흔적 또한 들어 있었다.
“1990년대 말에 단행된 3개 금고의 신설 및 합병 과정에서 인수되는 금고의 손실액이 무려 70억 원이나 발생했습니다. 당시의 어려움을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었겠어요?”
오랜 역경의 시간을 돌아보는 이순상 전무의 시선이 잠시 허공을 향한다. 당시 이들은 퇴출금고 1순위로 꼽힐 만큼 심각한 위기상황이었다. 무엇보다 뼈아픈 일은 2003년부터 8년간이나 회원들에게 배당금을 드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어려울수록 회원의 신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이들은 소소하나마 현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하며 쇄신의 의지를 다졌다. 금고의 이름을 새긴 휴지꾸러미나 김장철에 필요한 젓갈을 들고 일일이 인사를 드렸다. 그 마음을 알아주고 오히려 등 두드려 주던 회원들 덕분에 이들은 2013년 70억 규모의 손실을 다 털어내고 정상적인 성장의 모멘텀을 형성할 수 있었다.
“믿어주는 사람이 있을 때 사람은 절대 쓰러지지 않습니다. 정말 최선을 다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습니다.”
한번 위기를 극복해내는 과정에서 이들은 변화에 대한 남다른 감각을 갖게 됐다. 세상의 흐름을 읽으며 미래를 대비하는 발 빠른 노력으로 고속성장의 기회를 확대해 간 것이다. 회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고객관계관리(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시스템을 남들보다 앞서 도입하는 등 혁신을 강화했다. 한편으로는 전 직원이 지역의 행사에 나가 봉사를 하는 등 친근하고 따뜻한 새마을금고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왜관은 지역규모에 비해 유난히 금융기관이 많은 곳입니다. 예전엔 힘겨웠지만 현재 저희 금고는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당당히 어깨를 겨루게 되었죠. 정말 자랑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오랜 공직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부터 왜관새마을금고 혁신경영에 나서고 있는 김종철 이사장은 모든 공을 이순상 전무를 비롯한 직원들에게 돌린다. 그들이야말로 고난을 딛고 빛나는 성취를 이룬 주역들이기 때문이다.

회원의 믿음만큼 성장하는 새마을금고
유독 활발한 사회환원 사업은 왜관새마을금고의 오늘을 설명하는 대표적 특징이다. 이익의 사회환원은 대부분의 새마을금고가 지켜가는 전통이지만, 이들의 경우는 ‘최초로 시도되는 사업’으로서, 전국적 파급력이 강하다는 점에서 두드러진다.
금고가 어느 정도 정상화되기 시작한 2015년 처음 시작한 이사장배 배드민턴대회는 타 금고에서 벤치마킹을 할 정도의 반향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파크골프도 활성화되어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다양한 모임들을 주도하고 있다. 회원들을 모시는 기차여행도 이들이 2012년부터 도입한 프로그램으로 전국 최초를 기록하고 있다. 이밖에 사랑의 좀도리운동을 통해 매년 20kg 쌀을 2,580 포대씩 나누고 있다. 최소한 인근에서 끼니 걱정하는 어르신은 한 사람도 없도록 하자는 생각에 해마다 큰 폭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엔 지역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일사일화(一社一畵)’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어려운 환경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지원하고 회원들에게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선사하기 위한 것이다. 미래세대를 위한 장학사업은 재정이 어려웠던 시절에도 멈추지 않고 지속할 만큼 정성을 기울이는 분야다. 2012년부터 연간 500만 원씩 10년간 기탁하기로 한 호이장학금은 이미 애초의 약속을 다 이행하고, 2021년 다시 연간 1,000만 원으로 늘려 기탁하기로 약정했다.
“회원님들의 절대적인 신뢰가 있었기에 오늘날의 성장도 가능했습니다. 회원과 지역주민들에게 더 많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구석구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게 당연한 도리 아니겠습니까?”
이순상 전무는 지금까지의 역사는 ‘금고의 성장이 곧 지역의 발전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관계’임을 실증하는 과정이었기에, 앞으로도 이러한 지역환원 사업은 금고가 책임져야 할 역점사업으로서 지속될 것이라 밝혔다. 또한 그는 그동안 힘든 상황 속에서도 믿고 따라준 직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앞서가다 보면 걸림돌도 많은 법이라, 정말 누구보다 우리 직원들이 가장 고생했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입사할 때 제가 약속했듯, 훗날 우리가 퇴직을 하고도 ‘누구네 아버지, 누구의 엄마가 새마을금고 출신’이란 걸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끝까지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존경합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코로나 광풍이 잦아드는 새봄이 오면 왜관에는 더 따뜻하고 활기에 찬 시간이 다시 열릴 것을 이들은 확신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시절 쌀 한줌씩을 모아 모두의 희망을 일구던 새마을금고의 오랜 전통은 그렇게 다시 꽃피워 나갈 것이다.

이순상 전무

“회원님들의 절대적인 신뢰가
있었기에 오늘날의 성장도 가능했습니다.
회원과 지역주민들에게
더 많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구석구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게 당연한 도리
아니겠습니까?”

“회원님들의 절대적인 신뢰가 있었기에 오늘날의 성장도 가능했습니다.
회원과 지역주민들에게 더 많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구석구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게 당연한 도리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