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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 Family

해피 타임

태양처럼,
언제나
밝은 가족의
1박 2일

구미 인동새마을금고
이선미 대리 가족의 강원도 강릉 여행

동해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도시 강릉. 대관령너머의 첫 도시에서 올 겨울에는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덕분에 평소와는 비교할수도 없이 분주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어디든 오륜기를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
그렇게 설레는 곳에 구미 인동새마을금고 이선미 대리의 가족이 방문했다. 마지막이 언제였는지, 이제는 헤아리는 것도 까마득히 오래전인 가족 여행을 위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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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20년 만의 여행

구미에서 출발한 이선미 대리와 동생 인식 씨, 어머니(홍성화 씨)와 아버지(이일태 씨)가 강릉 안목 해변에 도착한 것은 점심시간을 조금 넘긴 오후 1시 30분쯤. 차에서 내리자마자 밀려들어오는 강한 바닷바람은 구미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었지만 가족의 표정은 밝았다. 정말 오랜만의 가족 여행이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였을 거예요. 여름에 계곡 같은 곳에서 길지 않게 며칠을 보내고 왔던 게, 제가 기억하는 가족 여행의 마지막 모습이네요.”
어머니는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소파에 앉아 설레는 표정으로 이선미 대리와 인식 씨를 번갈아 보았다. 그 눈빛과 얼굴에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옆에 앉아 있는 아버지 역시, 오랜만의 나들이에 들뜬 표정이었다. 혹시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답게 이런 가족 여행이 망설여지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오히려 가장 좋아했던 사람이 우리 아버지”라는 이선미 대리의 설명이 이어졌다.
“사실 이번 여행은 아버지를 위한 여행이나 마찬가지거든요. 그동안 저희 가족을 위해 쉴 새 없이 일을 하시고 요즘은 할머니, 할아버지 병간호를 하시느라 쉴 틈이 없으세요. 하던 일도 계속 하시고요. 5남매 중 장남으로 자라신 터라 책임감이 남다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저도 막상 결혼을 해보니 아버지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애를 쓰셨을까 더 절실하게 깨닫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이번 여행을 신청했지요. 마침 올해 1월이 아버지 회갑이기도 하거든요.”
야무진 딸의 똑떨어진 설명에 아버지는 그저 허허 웃으며 커피를 마셨다. 창밖으로는 카페들이 셀 수도 없이 많이 늘어서 있었다. 강릉항 외에는 딱히 내세울 게 없던, 그저 커피 자판기가 많던 해변이었건만 지금은 대한민국에서 단위 면적당 카페가 가장 밀집되어 있는 커피의 대명사가 된 안목의 풍경이 이채로워 보인 모양이었다.
그런 해변을 네 명의 가족이 나란히 걸었다. 비록 강한 바람이 불어왔지만, 이제 막 시작된 오랜만의 여행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아니, 그 정도 바람에 흔들릴 가족이 아니었다는 편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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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강릉의 대표 카페는 테라로사(본점 : 033-648-2760 / 구정면 현천길 7)와 보헤미안(033-662-5365 / 연곡면 홍질목길 55-11)을 꼽을 수 있는데, 두 곳 모두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중이니 경로와 가까운 곳을 선택하면 좋다.

아주 오래된 공간으로의 초대

커피향과 함께 시작된 강릉에서의 일정, 두 번째 장소는 선교장이다. 선교장은 세종대왕의 형인 효령대군의 11대손인 이내번이 지은 이후 10대 이르도록 거주하고 있는 전통가옥. 족제비 무리가 점지해 준 곳이라고 알려진 선교장은 안채, 동별당, 서별당, 연지당, 외별당, 사랑채, 중사랑, 행랑채와 사당들이 지어졌고 큰대문을 비롯한 12대문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덕분에 1965년 국가지정 중요 민속자료 제 5호로 지정됐다. 강원도 일대의 대부분이 전주 이씨의 소유였을 만큼 만석꾼이라는 칭호를 들었던 이곳은 흉년이면 창고를 열어 이웃에게 나누어주며 베푸는 집안의 표상이 되기도 했다. 관동유람을 떠난 선비들도 꼭 한 번은 들러 숙식을 해결하곤 했다고 전한다. 그만큼 집안의 품이 넉넉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 곳에서 이선미 대리의 가족은 집안의 오래된 물건들을 둘러보고, 햇볕 좋은 곳에서는 잠시 산책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여 있는 게 정말 좋다는 게 대화 내용의 대부분이었다.
“저는 작년에 결혼을 했고, 동생은 학교를 졸업하고 사업을 시작했거든요. 한 달이면 하루이틀 정도나 집에 들어갈 거예요. 그러니 온 가족이 지금처럼 얼굴 보면서 이야기 나누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죠.”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있던 이선미 대리는 “포항에 있는 신랑과는 주말부부 생활을 하고 있는 터라 그나마 평일에는 부모님과 함께 있을 수 있다”며 웃었지만 이내 “아직도 부모님께 얹혀살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죄송할 때도 있다”며 슬쩍 눈치를 보았다.
실제로 이선미 대리의 어머니는 당신의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저녁이면 매일 같이 아들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두 시간 동안 정리를 도맡고 있는 한편 이선미 대리의 ‘영업’ 역시 대신해줄 정도라고 한다. 아버지의 그런 설명에 동생인 인식 씨 역시 겸연쩍게 웃었다.
“어머니가 정말 애 많이 쓰고 계세요. 엄청나게 부지런하시고요. 아버지야 더 말할 것도 없을 정도시죠.”
모든 부모가 그러하겠지만, 이선미 대리의 부모 역시 자녀들을 위한 마음 씀씀이는 넓은 고택만큼이나 넉넉하다는 사실에 모두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걷다가 들어선 곳은 국화차를 마시며, 차에 곁들이는 다식(茶食)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장. 차가운 바람에 시달린 몸을 따뜻한 차 한 잔으로 녹이며 송화가루, 콩가루, 흑임자가루를 꾹꾹 눌러 담아 멋진 문양이 새겨진 다식을 가족 모두 함께 만들어냈다. 달콤하고 고소하고 깊은 맛이 듬뿍 담긴 가족의 시간들이 거기에 농축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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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표정은 밝았다.
정말 오랜만의 가족 여행이었기 때문이었다.
TIP

선교장에서는 숙박도 가능하다. 인원과 예산에 맞게 숙소를 정할 수 있는데,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www.knsgj.net) 혹은 전화(033-646-3270)를 이용하도록 하자.

모두에게 신기한 그곳

선교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의외로’ 어른들에게 인기가 좋은 장소가 있다. 참소리축음기 에디슨박물관이 바로 그 곳. 이름만 들었을 때는 아이들에게 교육상 유익한 곳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천만의 말씀. 거기에서 신기함에 눈을 빛내고 감회에 젖어 감상에 빠져드는 이들은, 하나 같이 어른들이다. 이선미 대리의 가족 역시 마찬가지였다. 누구보다 이선미 대리의 아버지가 열심히 관람했다. 코스에 따라 이어지는 도슨트의 설명에 귀를 세우고 진지한 표정으로 전시품들을 살펴보던 그는, 아직 이선미 대리 남매가 어린이던 시절 집안의 맥가이버와 다름 없었다고 한다.
“원래 기계 쪽 일을 하는 양반이니 이런 설명이나 전시품에 더 관심이 많을 것”이라 귀띔을 해주는 이선미 대리의 어머니 역시 “세상에… 이만큼이나 모으려면 도대체 얼마나 공을 들였던 걸까”라는 말을 몇 번이나 되뇌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였을까. 마지막 순서로 영상을 관람하고 돌아 나오는 가족들의 얼굴에는 마치 좋은 공연을 본 것 같은 만족감이 가득했다. 마침 마주친 손성목 박물관장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건 기대치 않았던 행운의 한 토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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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박물관은 축음기와 영화 두 가지로 나뉘어 있는데, 모두 에디슨과 연관이 깊은 것들이다. 양쪽 모두 전문 해설자인 도슨트의 인솔을 따르게 되는데, 박물관 한 곳당 한 시간 정도 예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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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에 부친 소망

다음날, 이선미 대리의 가족을 다시 만난 것은 아침 7시 20분. 인기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였던 주문진의 한 해변에서였다. 구름 사이로나마 해가 바다 위로 떠오르는 장면을 직접 볼 수 있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는 강릉 앞바다에서 가족들은 서로가 서로의 바람막이가 되어주며 해가 떠오르기만 기다렸다.
다행히 전날보다는 바람의 세기가 약해졌지만, 체감 온도는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갔던 그날 아침, 반갑기 이를 데 없는 태양이 바다 위로 가늘게 퍼져 있던 구름을 헤치며 솟아올랐다. 가족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어느 틈엔가 모두 경건한 얼굴이 되었다. 해가 완전히 솟아올라 제법 눈이 부실 무렵이 되어서야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강릉에서의 마지막 한 끼가 될 순두부를 앞에 두고 이선미 대리의 부모님에게 여행 소감을 묻자 “120% 만족!”이라며 두 개의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이만큼이나 재미있고 신기한 것들이 많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무엇보다 오랜만에 우리 가족들끼리만 모여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이선미 대리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마주 보고 기분 좋은 웃음을 나누었다. 그 모습을 보고있던 이선미 대리의 얼굴에도, 자연스레 웃음이 번졌다.
“아까 일출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정말 네 식구만 모여서 여행할 수 있는 것도 어쩌면 이게 마지막이 아닐까’하는 생각. 그래서 조금 서운한 맘도 들었던 게 사실이지만 그만큼 우리 가족이 더 늘어날 테니까 기쁨도 더 커지겠죠.”
이제 막 떠오른 태양만큼이나 뜨거웠던 순두부로 든든한 아침식사를 한 이선미 대리의 가족에게, 마지막으로 올 한 해의 소망을 물었다. 그러자 돌아오는 대답은 이구동성이었다.
“당연히 건강이죠. 이렇게 소중한 가족들이 오랫동안 함께하려면 무엇보다 건강해야 하니까요! 남편도 함께왔으면 좋았을 텐데, 저희들만 신난 것 같아서 아쉽네요.”
동해바다의 저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오르는 태양처럼, 언제나 변함없을 이선미 대리 가족의 여행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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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정환정(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