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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 Culture

거짓 혹은 진실

화성에도
모래폭풍이
불 수
있을까?

영화나 드라마 또는 책을 보다 보면 우리 눈을 의심할 정도의 믿을 수 없는 장면들을 보곤 한다. 영화나 소설에서 허구적인 이야기를 다루더라도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일지 궁금해진다. 영화 <마션>에는 강력한 모래폭풍이 등장하는데 이는 실제로도 가능할까?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화성

붉은 모래뿐인 척박한 땅, 화성. 태양계 행성 가운데 지구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으며 크기나 질량도 가장 비슷하지만, 화성에서는 사람은 커녕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다. 지구와는 환경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 인류가 행성 이주를 하게 된다는 설정은 예로부터 소설이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손님이었다.
최근 화성 탐사를 주제로 한 작품 중 가장 이슈가 되었던 영화는 단연 <마션>이다. 국내에서 2015년에 개봉한 이 영화에서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화성으로 아레스3 탐사대를 보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화성에 도착한 탐사대원들이 여러 미션을 수행하던 중, 갑자기 모래를 동반한 거대 폭풍이 발생한다. 결국 탐사대원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긴급하게 철수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탐사대원 중 한 명인 마크 와트니가 사고를 당한다. 결국 그가 죽었다고 생각한 탐사대원들은 우주선을 타고 떠난다.
척박한 땅에서 감자를 키우는 명장면이 인상 깊었던 이 영화에서는 강력한 모래폭풍이 불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기서 잠깐! 사람이나 장비가 들썩거리고 심지어 날아갈 정도로 거센 폭풍이 과연 화성에서 실제로 불 수 있을까?

화성에서 모래폭풍은 일어날 수 없다

먼저 지구에서 모래폭풍이 부는 곳이 있는지, 그곳에서는 왜 이런 거센 폭풍이 부는지 과학적인 원리를 알면 화성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지구에서는 사막처럼 건조한 기후에서 모래폭풍이 일어난다. 예를 들면 미국이나 중동, 호주, 몽골과 중국, 인도 등이다.
사실 우리도 매년 봄이면 모래폭풍에 시달리는데, 중국과 몽골 사막에서부터 날아오는 ‘황사’다. 모래 자체도 크기가 작지만, 먼지처럼 작은 입자들이 대기 상층에서 바람을 타고 나라를 넘어 대륙을 넘어서까지 날아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중국과 몽골에서 날리는 황사는 우리나라보다 농도는 극히 낮지만 일부가 미국까지도 도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바람이 부는 이유는 대기 부분마다 공기의 압력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공기가 이동을 하는데, 이 공기의 흐름이 바람이 되어 분다. 산이나 빌딩이 있는 곳보다는 너른 평원에서 거센 바람이 불기 좋다. ‘바람막이’가 없어서다. 간간이 해외 뉴스에서 보도되는 토네이도(돌풍) 역시 미국에서 오클라호마 주나 텍사스 주처럼 넓고 넓은 평원에서 자주 발생한다.
그렇다면 영화에서처럼 화성에서 강력한 모래폭풍이 불 수 있을까? 답은 ‘아니오’다. 영화에서 나오는 우주비행사들이 화성에 갔을 때의 복장을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다. 화성에서는 지구에서처럼 숨을 쉴 수가 없다. 공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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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대기는 1기압이다(지구의 대기를 기준으로 압력의 단위를 정했다). 지구 대기는 대부분 질소(약 78%)와 산소(약 21%)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화성의 대기는 거의 대부분이 이산화탄소(약 95%)다. 이산화탄소 대기에서는 사람이 숨을 쉴 수도 없지만, 심지어 전체적인 대기의 농도도 희박하다. 화성 대기의 기압은 지구의 약 0.6%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기압차가 발생하더라도 지구에서처럼 크지 않다. 이 말은 모래나 먼지 입자를 싣고 공기 흐름이 발생하더라도, 바람 속도가 빠를수는 있으나 지구에서처럼 세기가 강력한 폭풍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얘기다.
그 대신 화성의 대기에는 미세한 모래로 가득 차 있다. 만약 화성의 표면에 서서 하늘을 바라본다면 대기가 붉게 보일 텐데 그 이유는 대기 중에 먼지가 많기 때문이다. NASA에서 화성으로 보낸 탐사로봇인 ‘오퍼튜니티’와 ‘스피릿’이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화성의 대기에서 떠다니는 먼지의 크기는 지름이 1.5마이크로미터(㎛) 정도다. 마이크로미터는 미리미터(mm)의 1천분의 1만큼 작은 단위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초미세먼지도 크기가 약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이니, 얼마나 작은 입자인지 알 수 있다.
그래서 먼지로 가득한 모래 바람이 뭉게뭉게 구름처럼 불 수 있다. 화성에서 부는 바람은 초속 10~30m 수준으로 매우 약한 수준이다. 지구에서 부는, 사람이나 집을 날려버릴 정도의 강풍인 토네이도는 시속 500km 이상으로 빠르다.

글. 이정아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