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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 Culture

트렌드 리포트

짜릿한
가상현실에
빠져들다

VR방

우리나라 거리에는 이런저런 방이 참으로 많다. 찜질방, 비디오방, 멀티방, 플스방, PC방 등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어김없이 ○○방이 있다. 심지어 요즘에는 방에서 탈출하는 방도 등장했다. 새로운 기술과 유행은 늘 새로운 방을 만들어낸다. VR방은 말 그대로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VR방이 보여주는 가상현실에는 과연 어떤 매력이 숨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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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영화에서 일상으로

SF 영화에서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은 늘 단골 소재였다. 세부적인 설정은 저마다 다르지만 가상현실을 다룬 SF 영화들은 모두 비슷한 흐름을 갖고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은 현실의 공간을 벗어나 가상의 공간에서 또 다른 캐릭터가 되기 위해 특별한 장치를 사용한다. 머리에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를 착용한다든지, 거대한 캡슐에 들어간다든지, 혹은 몸속에 특수한 물질을 집어넣는 식이다. 이렇게 가상의 공간에 접속한 주인공은 그곳을 마치 현실처럼 자유롭게 누비게 된다. <블레이드러너>, <공각기동대>, <토탈리콜> 등 수많은 SF 명작들이 가상현실의 미래를 묘사했다. <매트릭스>는 아예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 자체가 이미 가상현실이라는 철학적 접근이었고, <인셉션>은 꿈을 통해 가상현실을 경험하는 독특한 소재를 사용했다. 이러한 가상현실은 오랫동안 영화 속에서만 존재했으나 최근에는 관련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이제 일상 속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다. 바로 VR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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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RTUAL RE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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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을 잇는 놀이 공간

가상현실 콘텐츠를 구현하는 핵심 장비는 오큘러스의 ‘리프트’, HTC의 ‘바이브’와 같은 VR헤드셋이다. VR헤드셋은 사용자의 눈앞에 거대한 화면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머리의 움직임을 감지해 가상의 공간을 자유롭게 둘러보고 움직일 수 있는 장비다. 물론 이러한 VR헤드셋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고성능 컴퓨터가 필요하다.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각종 체감형 주변기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 레이싱 의자에 앉아 VR헤드셋을 쓰면 의자가 실제로 움직이면서 진짜 레이싱을 즐기는 느낌을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센서를 사용해 사용자의 위치나 움직임을 인식할 수도 있다. VR헤드셋을 연결하는 것은 집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체감형 장비를 개인이 구입·설치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고 공간도 마땅치 않다. 최근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VR방은 과거에 PC방이 그랬듯이 특별한 장비를 구입하지 않고도 언제든 저렴한 요금으로 가상현실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다는 매력을 갖추고 있다.

도대체 VR방에서는 뭘 하지?

지난해부터 서울 홍대와 강남을 중심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VR방은 현재 전국적으로 약 160여 개 업체가 성업 중이다. 특별한 기술과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VR방은 체인점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VR 콘텐츠의 특성상 혼자서 즐길 수 있는 곳이 대부분이지만 일부 체인점에서는 여러 명이 즐길 수 있는 다인룸도 구비해놓고 있다. 룸 안에는 별도의 모니터가 있기 때문에 친구의 게임 장면을 다른 사람들이 시청할 수 있다. 과거 몸을 사용하는 닌텐도 위(Wii)가 간단하고 단순한 게임 중심으로 흥행에 성공했듯이 VR 콘텐츠 역시 아직까지는 단순한 게임들이 주를 이룬다. 일반적으로 고객들이 많이 찾는 콘텐츠는 ‘과일 자르기’나 ‘도넛 줍기’ 같은 캐주얼 게임이며, 스키나 자동차 같은 레이싱 게임도 인기가 높은 편이다. 눈앞의 좀비를 처치하는 일인칭 슈팅 스타일의 콘텐츠도 있다. VR방은 PC방과 달리 몸을 꽤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를 동반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VR방에는 음료를 마시면서 쉴 수 있는 휴식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기술보다 콘텐츠가 관건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을 중심으로 VR방이 확산되고 있지만 과거의 PC방처럼 빠르게 확산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장시간 플레이했을 때 어지럼증이 생기는 것은 VR방의 태생적인 한계라고 할 수 있다. VR방을 재방문하도록 만드는 소위 ‘킬러 콘텐츠’가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만약 <스타크래프트>나 <리니지> 같은 콘텐츠가 VR방에도 등장한다면 상황은 다르게 전개될 것이 분명하다. 기술적인 보완도 필요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현 시점에서 VR방은 이제 막 알에서 깨어난 병아리 수준이다. 이대로 사라질 수도 있고 PC방처럼 성장할 수도 있다. 기술 속도를 감안하면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무엇보다 VR방은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감각을 선사한다. 그것을 체험해보는 것만으로도 방문 가치는 충분하다. 다만 단순한 체험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대중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꽤 남아 있는 것 같다.

글. 이상우(중앙대학교 게임학과 교수, 게임평론가)
사진. 이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