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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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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을 위한
새로운 출발,

입학

입학(入學)이란 말 그대로 ‘배움을 위해 학교에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어른들은 입학하는 학생을 보며 고생길이 훤해졌다고 놀리기도 하지만, 새로 입학한 학생들은 학교에서 글과 셈을 배우고 선생님과 친구들을 사귀며 쑥쑥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시대에 따라 달라진 입학식의 모습을 살펴보자.

촌스럽지만 정다웠던 입학식

1980년대 초반, 대한민국은 평균 연령 33세의 젊고 건강한 나라였다. 나라에서는 여전히 출산율을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지만 한 집에 3~4명의 자녀를 둔 가정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주택가 골목길은 아이들 노는 소리로 자욱했고 초등학교에는 한 학년이 20반이 넘을 정도로 아이들 천지였다.
그 당시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입학식은 조금 촌스럽지만 정답고 훈훈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교문 앞에는 꽃을 파는 아줌마와 사진 찍어주는 아저씨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당시만 해도 카메라는 여느 가정에서 쉽게 갖기 어려운 귀한 물건이었다. 엄마는 이제 막 학교에 입학한 내 아이의 목에 빨간 꽃 목걸이를 걸어주고 교문 앞에서 사진 한 장을 찍어주는 것으로 격려와 사랑의 마음을 전했다. 80년대 학교에 입학한 자녀들 가운데는 한글도 모르고, 숫자나 셈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제 살만해졌다고 하지만 엄마들은 여전히 구멍 난 살림을 메우기 위해 노력해야 했고 학교에 입학한 자녀들의 장래는 오직 선생님에게 맡겨졌다. 그래서 선생님 말씀은 곧 법이고 진리였으며 엄마, 아빠들은 아이들에게 자나 깨나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올바른 사람’ 되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입학과 함께 골목을 벗어나 학교에서 땅이 꺼져라 뛰어놀았다. 그래도 어느 틈엔가 학교는 새로 입학한 아이들에게 글자와 숫자, 셈, 친구, 선생님, 놀이, 독서를 하나하나 가르쳐주며 엄마의 바람처럼 ‘올바른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풍요와 갈등의 90년대 입학식

1990년대 우리나라에는 신세대라 불리는 새로운 인류가 탄생했다. 오직 내 자식만큼은 잘 입히고, 잘 먹이고, 많이 가르치겠다는 욕심으로 물불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한 부모님들 덕분이었다.
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삐삐가 입학선물로 자연스럽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사실은 집집마다 아이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골목마다 차고 넘치던 아이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는지 한 집에 한두 명의 자식이 전부였다. 당연히 부모들의 모든 노력과 투자가 한 자녀에게 쏟아졌다.
90년대를 지나면서 학교는 더 이상 아이들에게 ‘올바른 사람’이 되는 방법을 가르치는 곳이 되지 못했다. 크게는 서울, 작게는 강남과 강북으로 나뉘어 누가 더 서울대학교에 많은 아이들을 보내는지 경쟁하는 일만 남았다. 이제 막 고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에게 선생님들은 공부에만 열중하라고 가르쳤다. 또한 학교에 만화책도 아닌 소설책을 가져와서 읽던 아이가 선생님에게 심한 꾸지람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90년대,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교실 밖에서 응원하는 문화대통령이 나타났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이렇게 상처입고 갈라진 교실 속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격려해 주었다.

튀어야 산다, 최근 입학식의 풍경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출산율은 가구당 1.3명까지 줄어들었다. 1학년에 입학하는 학급 수는 두 반을 넘기지 못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서울에서조차 폐교 논의가 된 곳도 많았다. 그래서 요즘 초등학교 입학식은 단순한 입학식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추억을 선물하는 입학 잔치를 치르는 곳이 많아졌다.
선생님과 부모님의 박수 속에 왕관을 쓰고 입학하기도 하고 어느 학교에서는 오케스트라 공연과 입학식을 지역축제로 준비하기도 한다. 하지만 왕관을 머리에 쓰고 실제로 학교에 입학하는 사람은 아이가 아니라 엄마라는 것이 요즘 학부모들의 하소연이다. 내 아이의 입학과 함께 학교에서 보내오는 가정통신문을 살펴야 하고 식단표, 주간 학습표 등을 미리미리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 수가 줄어 고민하기는 대학도 마찬가지다. 대학들은 학생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색다른 입학식을 준비한다. 학생들 손에 저마다 노랗고 빨간 풍선을 들려준 후 하늘을 향해 일제히 날리도록 하는 곳도 있고, 총장이 직접 초콜릿을 들고 입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곳도 있다. 졸업과 함께 취업도 패키지로 묶인다면 대학생활은 더 즐겁고 활기찰 텐데… 이제 막 청춘의 꽃이 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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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복(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