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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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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넘어서는 용기는
어디에서 오나

천적을 맞닥뜨렸을 때 동물이 취하는 행동은 크게 두 가지다. 보호색 등으로 자신을 숨기거나 몸짓을 키워 자신을 강해 보이도록 어필하거나. 여러 상황에 직면하며 가시 돋친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타인의 시선은 공격보다 방어의 자세를 취하게 한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피로감을 느끼는가? 그렇다면 공격이나 방어보다 강한 필살기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변화를 부르는 가치 있는 시도, 도전

합리적 정서행동치료의 창시자인 앨버트 앨리스(Albert Ellis)는 어린 시절에 유난히 부끄러움이 많았다. 그는 부끄러움 때문에 여자에게 말도 못 붙이는 자신이 너무나 싫었다. 그는 열아홉 살이 되었을 때 이 부끄러움에 맞서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뉴욕의 식물원을 찾아가 혼자 앉아 있는 모든 여성에게 말을 건네고 데이트를 신청했다. 어떻게 되었을까? 그가 말을 건넨 30여 명의 여자들은 곧장 일어나 다른 곳으로 가거나 데이트를 거절했다. 단 한 명도 데이트에 응해준 여성은 없었다. 서른 번의 거절을 당하고 식물원을 나서면서도 그는 기뻤다. 데이트를 성공하는 것보다, 거듭된 거절에도 불구하고 계속 말을 건넸다는 것이 그에게는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고 그 날 두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첫째, 가치 있는 일에 도전하지 못한다면 살던 대로 살 수밖에 없다.
둘째, 가치 있는 도전은 결과를 떠나 그 시도만으로도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견고한 기본 믿음이 깨지는 순간, 자존감의 역전

우리는 누구나 기본 믿음(basic belief)을 가지고 있다. 기본 믿음이란 3~18세 사이에 형성된 자기, 인간, 세상에 대한 기본적인 관점과 태도를 말한다. 이 믿음은 가족과 또래들과의 경험의 질에 의해 만들어지기에 스스로의 노력이라기보다는 어떤 환경에서 어떤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느냐가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만일 누군가 부정적 감수성을 타고 났거나 불우한 환경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자랐다면 자신이 보잘 것 없고 사랑받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느낌 즉, 낮은 자존감을 가진 채 어른이 된다. 어릴 때 만들어진 이 기본 믿음은 무척 견고하다. 그렇다면 이는 절대 바뀌지 않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자존감의 역전’은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우리 주위에는 어릴 때는 자신감도 없다가 성인이 되어서 높은 자존감을 가진 이들이 많다. 어떻게 이런 역전이 가능했을까? 부정적인 기본 믿음을 가지고 어른이 된 이들은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많은 성취와 인정에 매달려보지만 늘 깨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은 허망함을 느낀다. 그러다 어느 순간 부정적인 기본 믿음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한다. ‘나는 보잘 것 없어.’ ‘완벽하고 성공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어.’라는 기본 믿음에 대해 이렇게 묻는다. ‘나는 왜 나를 이렇게 바라보게 되었나?’ ‘평생 보잘 것 없는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는 건가?’라고 말이다.
이들은 이러한 비판적 성찰을 통해 자신이 보잘 것 없는 사람이라는 근거를 수집하는 대신,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근거를 만들어간다. 그것은 단지, 자신을 좋게 생각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점점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다. 또한 그 행동의 기원은 성취나 인정과 같은 외부지향이 아니라 내면지향이다.

자신을 넘어서는 용기 courage

나만이 할 수 있는 내면으로부터의 치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도전하는 것은 곧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내면지향성은 시도 자체만으로도 가치 있는 도전이 된다. 물론 두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그 두려움 속으로 들어간다. 그 도전에는 두려움보다 더 중요한 내면의 가치와 소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두려움보다 더 큰 내면의 가치와 소망을 만날 때 우리는 ‘자신을 넘어서는 용기’를 만날 수 있다.
한 인간이 외부의 시선과 평가, 과거의 경험과 믿음에 묶여 있을 때 그 삶은 상처받은 삶이다. 자신의 가치를 남들의 평가에 맡겨버리는 것, 스스로를 희생자로 여기고 구원을 기다리는 것, 초기경험으로 자신의 삶이 결정되었다고 느끼는 것, 자기 내면의 가능성과 힘을 부정하는 태도 등 이 모든 게 바로 상처다.
치유는 그 반대다. 치유란 삶의 의미를 찾고 행복을 만들어가는 것은 자신에게 달려 있음을 깨닫고, 인생의 작은 결정부터 스스로 하고 그 책임을 기꺼이 받아들일 때 시작된다. 외부를 향했던 삶의 방향이 당신의 내면을 향할 때, 당신은 용기를 만나고 진정한 자존감은 회복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방향의 선택은 오직 당신만이 할 수 있는 고귀한 권리다.

글. 문요한(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