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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 Culture

문화가 있는 저녁

BOOK

느릿하거나
조용하게
독서 휴가를 위한
책 레시피

더위를 피해 계곡과 바다로 떠나는 계절. 하지만 도로는 막히고, 사람들은 많고, 물가는 비싸다. 오히려 더위가 더 찾아올 지경이다. 차라리 조용한 곳을 찾아 책을 읽는다면 어떨까. 시원한 수박을 먹거나 맥주를 마시면서 느릿한 시간을 보내는 피서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책을 읽으며 천천히 생각하고 음미하는 ‘독서 휴가’를 위해 휴가철에 읽을 만한 책을 소개한다.

책 문유석의 <미스 함무라비>

문유석 <미스 함무라비>

현직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가 쓴 소설이다. 고아라, 김명수, 성동일 주연의 생활밀착형 법정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판사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조금 튀는, 재기발랄한, 신세대 판사들이다.
도입부에는 ‘박차오름’이라는 판사가 정의의 칼을 휘두르며 잘못된 판결과 나쁜 관습을 모조리 해결하는 사도로 등장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패기만만한 박차오름 판사도 주변에 돌아봐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의외로 법원의 판결은 단순하지 않다. 다양한 각도와 입장에서 생각하고 들어주어야 한다. 우리는 박차오름과 임바른 판사를 통해 함께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한세상 부장판사는 마치 숙제를 안겨 주듯 이 패기만만한 젊은 판사들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한다.
책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판사의 일’ 코너는 재미있는 법정 지식정보의 마당이다. 좌배석 판사, 골무, 기록, 보따리, 전관예우, 법봉 등에 대해 아주 귀하고 재미있는 정보를 제공해 준다.

책 박영규의 <조선명저기행>

박영규 <조선명저기행>

부지런한 역사학자이자 역사 대중화에 남다른 공이 있는 박영규의 신작이 또 나왔다. 조선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읽었을지 떠올려보자. 많은 조선의 유명한 저서들이 떠오를 것이다. 문제는 그 많은 명저들을 읽지 않고 제목만 알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이른바 조선 명저의 가이드북 역할을 한다. 저자는 접근성이 어려운 조선의 명저들을 이해하기 쉽게 요약해서 얘기해준다. 게다가 명저들의 핵심 부분을 발췌하여 읽을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책들의 뒷얘기도 흥미롭게 들려준다.
유명한 저작인 <목민심서>, <경국대전>, <난중일기>는 대충 내용은 아는 책들이다. 조금 더 살펴보자. 이긍익의 <연려실기술>, 유득공의 <발해고>, 박지원의 <열하일기>, 박제가의 <북학의>, <하멜표류기>, 이익의 <성호사설> 등은 역사 교과서에서 수없이 외웠던 제목들이다. 하지만 어떤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으며 어떤 의미가 있는 책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책을 읽다보면 역사 상식을 두루 갖춘 박식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사람들과 모여 수다를 떨거나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할 때 은근슬쩍 꺼낼 수 있는 재미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책 소재원의 <이별이 떠났다>

소재원 <이별이 떠났다>

주인공 서영희는 막장 드라마 같은 삶을 살아온 여자다. 남편의 외도로 낳은 딸이 아직 유치원생이고, 남편의 첩은 가정을 꾸리려는 욕망에 서영희에게 이혼을 강요한다.
당당하고 헌신적인 아내로서 살아왔던 서영희는 이를 계기로 몇 년간 밖을 나가지 않았다. 한때 행복의 상징이던 크고 넓은 집에 자신을 가두며 시간을 견디고 있었다. 그녀를 찾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제 갓 스무 살이 넘은 서영희의 아들은 여자친구가 임신을 하게 된다. 아들은 아이를 필사적으로 지우려고 하지만, 아들의 여자친구 정효는 아이를 낳겠다고 선언한다. 누구도 반기지 않는 아이를 품은 정효가 예고도 없이 그녀의 집을 찾아온다. 아이를 품고 있는 동안만 안전한 곳에 있겠다며. 정효와의 만남을 통해 서영희는 세상 밖으로 나온다. 빛도 사람도 차단해버린 그 자리에 생명을 잉태한 아이는 그녀에게도 새로운 삶의 이유가 된다.
개성 있는 캐릭터와 그들이 쏟아내는 유려한 언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책장이 후루룩 넘어가 있고, 가슴에 인물들이 성큼 들어와 있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캐릭터들의 첫 인상은 하나같이 비호감이지만, 그들의 인생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끝내 미워할 사람이 없다.

MUSICAL

환상적인
세계로의 여행

무더운 여름을 이기는 가장 멋진 방법은 무엇일까? 익숙한 일상이 아닌 낯설고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무대도 마찬가지다. 올 여름, 평범한 소재 대신 오감을 자극하는 색다른 소재를 택해 관객맞이에 나선 공연들이 눈에 띈다. 무한한 상상력으로 더위를 잊게 만드는 무대 위 환상적인 세계로 함께 떠나보자.

뮤지컬 <록키호러쇼> 포스터

공연 : 8월 3일~10월 21일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출연 : 마이클 리, 송용진, 조형균, 간미연, 최수진, 이지수, 백형훈, 진태화, 임준혁 등

뮤지컬 <록키호러쇼>

B급 문화를 이끄는 대표 컬트 뮤지컬 <록키호러쇼>는 소재부터 남다르다. 우주 행성에서 온 양성애자 과학자, 외계인 남매, 인조인간 등 파격적인 캐릭터들이 총출동해 발칙한 도발을 보여준다. 1973년 B급 문화의 선두주자 리처드 오브라이언이 런던에서 첫 선을 보인 이 작품은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비롯해 다양한 SF 호러 영화, 글램 록, 금기시된 성적 판타지를 혼합해 만들어졌다. 이야기는 순진한 두 커플 브래드와 자넷이 이상야릇한 차림새의 외계인 과학자 프랭크 퍼터와 그의 피조물 록키를 만나며 마주한 특별한 세계를 그린다.
<록키호러쇼>는 기존의 질서와 도덕관념을 뛰어넘으며, 관객들에게 본능과 자유에 충실하라고 말한다. 작품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관람 문화인 ‘콜 백’은 관객들이 극 중 대사에 반응하고 추임새를 넣으며 작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만든다. 폭우 속에 길을 잃은 브래드와 자넷이 신문을 꺼내 비를 피할 때 관객들도 신문을 꺼내 함께 머리를 가리고, 브래드가 상심에 빠졌을 땐 무대로 빵을 던지며 그를 위로하듯이 말이다. 이처럼 관객과 무대가 함께 호흡한다는 것이 <록키호러쇼>의 큰 매력이다.

뮤지컬 <이블데드> 포스터

공연 : 6월 12일~8월 26일
장소 : 유니플렉스 1관
출연 : 강정우, 김대현, 서경수, 우찬, 유권, 김려원, 최미소, 김히어라, 서예림 등

뮤지컬 <이블데드>

2003년 토론토에서 초연한 <이블데드>는 무대에서 좀체 만나기 힘든 좀비 소재의 B급 코미디 호러 뮤지컬이다. 샘 레이미 감독의 동명 공포 영화를 무대화한 것으로, 호러와 코미디의 색다른 조합과 객석까지 피가 쏟아지게 만드는 획기적인 연출로 마니아층의 지지를 이끌었다. 국내에서는 2008년 초연했고, 지난 해 9년 만에 재연 후 올해 다시 관객을 맞이한다. 특히 국내 공연은 관객들이 우비를 입고 피를 뒤집어쓰는 특별한 좌석 ‘스플레터 존’을 마련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야기는 성실한 대형마트 직원 애쉬가 여름방학을 맞아 여자 친구와 여동생, 친구 커플과 함께 깊은 산 속의 빈 오두막집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그들은 오두막 지하실에서 ‘죽음의 책’이라는 고대 문서와 녹음테이프를 발견하는데, 그로 인해 숲에 잠들어 있던 악의 혼령들이 좀비로 부활하고, 애쉬의 여자 친구와 여동생, 그리고 친구 커플이 하나둘 좀비로 변해간다. 궁지에 몰린 애쉬는 때마침 오두막을 찾아온 고고학자 애니와 함께 좀비를 물리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극 속에 등장하는 좀비들은 일사분란하게 춤을 추다 관객석으로 뛰어들어 피를 뿌려대는 등 황당하지만 유쾌한 매력들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무대는 손지은 연출과 신선호 안무가가 새롭게 참여해, 더욱 사실적인 좀비를 표현하는데 집중했다.

연극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포스터

공연 : 8월 21일~10월 21일
장소 :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출연 : 원종환, 홍우진, 강기둥, 최정헌, 강승호, 유제윤, 김정환, 배명숙, 홍지희 등

연극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연극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현실에서 마주할 수 없는 특별한 기적을 보여준다. 작품의 원작은 추리소설의 거장으로 불리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로 그의 대표작인 <방과후>, <비밀>과 달리 추리보다는 판타지적 요소가 강한 것이 특징이다.
작품은 3인조 좀도둑 쇼타와 코헤이, 아츠야가 나미야 잡화점이란 오래된 건물 안으로 도망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들은 한밤중 갑자기 가게 셔터 구멍 사이로 날아든 편지 한 통을 받게 된다. 그리고 기묘한 편지 내용에 이끌려 답장을 하게 되고, 그것이 과거와 현재에 영향을 주게 된다는 사실을 서서히 알게 된다. 원작 소설에서는 에피소드에 따라 다양한 캐릭터가 각각의 사연에 맞게 등장하지만, 연극에서는 한 명의 배우가 다양한 역을 소화하기에 그의 연기 변신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유제윤과 김정환은 생선가게 뮤지션 카츠, 나이야 유지의 손자 히로유키, 백점을 맞고 싶어 고민하는 겐타로, 배명숙과 홍지희는 나미야 유지의 첫사랑 아키코, 아기를 낳을지 고민하는 여자 미도리, 미도리의 딸 와카나로 활약하며 따뜻한 기적을 그린다.

글. 이재훈(시인), 나윤정(공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