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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 Culture

취향의 전쟁

멀리 갈
필요 있나?
도심 가까운 곳의
작은 힐링

호텔 패키지 vs 교외 여행

떠날 사람은 떠나라. 멀리로 아주 멀리로. 하지만 남아 있는 자들을 무시하지 말라. 그들에겐 오히려 시간, 체력, 금전의 낭비없이 가성비 최고,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여행을 즐길 기회가 있다. 도심호텔에서 머무는 칠링 패키지와 교외로 떠나는 소풍 같은 여행. 몸과 마음의 회복을 바란다면, 이 둘을 주목하라.

교통체증 걱정 없이 떠나라

“해외여행은 공항 출국장에 섰을 때가 제일 재미있지.” 누군가 이렇게 말한다. 그러자 다른 이가 말한다. “아니야. 계획할 때가 훨씬 즐겁지.” 말하자면, 막상 떠나보면 별로일 때가 있단 얘기다. 부푼 꿈에 무리한 일정을 잡은 이들은 후회하기 마련이다. 장거리 이동으로 힘들고, 시차 적응에 고생하고, 뻔한 볼거리와 바글거리는 관광객들에 시달린다. 급기야 내가 이러려고 떠났나 싶은 마음까지 든다. 도심 속 호텔에서 머무는 패키지 휴가는 이런 불만들을 바로 날려 버린다. 당신은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타고 호텔 이름만 부르면 된다. 그러면 아무런 통과의례 없이 곧바로 휴가에 돌입할 수 있다.
“에이, 그래도 약간은 떠나는 기분이 있어야지. 짐 싸는 재미 정도는 챙겨야지.” 교외 여행은 이런 사람들을 위한 옵션이다. 교통 체증을 생각해 전철이나 교외선 기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동에 부담이 없으니 쉽게 결정해서 빨리 떠나기에 좋다. 일정 맞추기 어려운 지인들과 모여서 가기에도 나쁘지 않다.

럭셔리하거나 소박하거나, 즐거움은 가득

도심 호텔 패키지는 특히 뜨거운 여름날에 인기가 높아 ‘호캉스(호텔+바캉스)’라 불리기도 한다. ‘칠링 패키지’ 같은 이름으로 실내외 수영장 이용권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투숙객 위주여서 훨씬 쾌적하고 프라이빗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수영장과 연결된 루프톱바에서 일급 DJ가 들려주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도심의 풍경을 내려다보자. 갑갑하게만 느껴졌던 도로 위의 자동차들이 은은한 조명을 대신해주고, 일상의 피곤함마저 사라질 것이다.
교외 여행은 큰 욕심 없이 발길 닿는 대로 움직이며 작은 것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즐기면 좋다. 일본에서는 교외선을 타고 작은 동네를 재발견하는 여행의 역사가 깊어 <산보의 달인> 같은 전문 잡지가 나와 있을 정도다. 최근 국내에서도 구도심이나 재래시장의 원형을 유지한 상태로 독특한 카페, 식당, 갤러리, 서점 등이 들어선 공간들이 많다. 이런 곳에 들어서면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을 탄 듯한 기분도 든다.
서울에서 떠난다면 경의중앙선 주변의 작은 동네들, 천안선에 이어져 있는 온천들, 그리고 항동 기찻길, 인천 차이나타운, 수원 행성 등이 사정권에 있다. 이런 곳에서는 볼거리와 더불어 지역 특유의 맛집을 섭렵하는 재미가 크다.

개성과 스타일 따라 즐기는 ‘소확행’

외국에서는 같은 도시에서 호텔만 옮겨 다니며 여행하는 ‘호텔 정키(Hotel Junkie)’라는 취미도 있다. 그 이유는 호텔들이 다양한 개성과 스타일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특히 식도락 여행을 즐긴다면 호텔 패키지가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다. 계절별 고급 뷔페, 애프터눈 티세트 등 특정 호텔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먹거리도 많다. 게다가 요즘은 배달 서비스가 잘 되어 있다. 유명 맛집 여러 곳에서 배달시킨 음식으로 호텔 방 안에서 파티를 열 수도 있다.
교외 여행은 다양한 체험을 가능하게 해준다. 작은 공방들을 찾아가면 도자기, 향초, 자수, 인형 등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야외 액티비티에 도전해 잠들어 있는 야성을 일깨워 보는 것도 좋다. 서늘한 숲 속의 나무 아래로 자전거를 달려도 좋고, 강을 찾아 여러 수상 스포츠에 도전해 볼 수도 있다. 숙박도 펜션, 갤러리 호텔, 한옥 게스트하우스 등 다양한 옵션이 생겨나고 있다. 아예 텐트를 들고 가서 야외에서 별을 보며 하룻밤을 보낼 수도 있다.
호텔 패키지는 다른 곳에서 아낀 비용으로 스몰 럭셔리 여행을 만든다. 교외 여행은 작은 발견과 체험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둘 다 큰 것보다는 작은 것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런 만큼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가 있다. 또한 크게 무리하지 않으면서, 지친 몸과 마음의 회복을 이룰 수 있도록 한다.

호텔 패키지는 다른 곳에서 아낀 비용으로 스몰 럭셔리 여행을 만든다.
교외 여행은 작은 발견과 체험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둘 다 큰 것보다는 작은 것에 집중하게 만든다.
글. 이명석(문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