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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 Culture

취향의 전쟁

인테리어의 꽃,  가구 어떤 스타일을 원해?

초대형 가구 매장 vs 개성 만점 가구 거리

꿀잠 오는 침대를 갖고 싶어. 푹신한 소파를 장만해 볼래. 튼튼한 책장과 근사한 책상을 한꺼번에 바꿔 보자. 이럴 때 당신은 어떻게 하나? 혹시 인터넷에서 클릭 몇 번에, 남의 상품평을 보고 제품을 데려오는가? 가구만큼은 그러지 마시라. 가구만큼은 직접 보고 만지고 앉고 쓰다듬어 봐야 하지 않을까? 그러니 데려오기 전에 생각해보자. 원스톱 대형 가구매장으로 갈지 개성 만점 가구 거리로 갈지.

국내 가구 브랜드, 스웨덴 가구 공룡에 맞서기 시작하다

스웨덴 스타일의 실용적인 가구 브랜드 이케아가 국내에 상륙한 지 3년이 지났다. 이케아는 가성비 좋은 중저가의 조립 가구로도 유명하지만, 거대한 매장 규모로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1호점인 광명점의 건물은 세계 최대 면적을 자랑하는 매머드 급의 규모였고, 2020년 6개까지 늘어날 매장들 역시 막강한 규모를 유지할 예정이다. 한샘, 현대 리바트 등 국내 브랜드들도 대형 직매장을 연이어 내놓으며 이에 대항하기 시작했고, 중소형 가구 회사들도 힘을 모아 대형 아울렛을 내놓고 있다. 대형 가구 매장은 가구, 인테리어 소품, 패브릭 등 라이프 스타일 전체를 한 장소에서 해결해주는 공간이 되고 있다.
반면 서울 아현동·중곡동, 경기도 고양·남양주, 경남 북마산 등 전통의 가구 거리들은 이러한 가구 공룡에 대항해 새 단장을 하고 있다. 지역마다 특색을 강화하고, 독특한 제품들을 앞에 내세우고, 여러 매장들이 힘을 합쳐 패키지를 만들고 있다. 지자체에서도 거리의 시설을 정비하고 다양한 이벤트와 축제를 열어 북적북적 사람 냄새 나는 모습으로 부활하고자 한다.

산책하듯 들어가 가볍게 보거나 맘먹고 가서 맘껏 보거나

전통적인 가구 거리의 큰 장점은 도심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데 있다. 대중교통으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다른 볼일을 보다가 가볍게 들를 수도 있다. 교외의 가구 공장과 연결된 지역은 거리는 멀더라도 교통 이동이나 주차에 큰 부담이 없는 곳이 많다. 유명브랜드의 대형 가구 매장은 규모 때문에 외곽에 있는 한적한 장소에 자리잡은 경우가 많은데,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가 어렵고 매장 자체의 규모 때문에 교통난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대형 가구 매장은 한번 찾기가 어려운 대신, 한번에 모든 걸 해결해준다.
침대, 소파, 탁자 등 기본 가구는 물론, 커튼, 조명, 욕실, 화분 등 인테리어 전반의 제품이 구비되어 있다. 집안을 가꾸기 위한 모든 제품을 원스톱으로 해결하게 해준다. 또한 모든 제품들이 서로 잘 어울리는 스타일 라인으로 구분되어 있어, 개별 제품을 고른 뒤에 전체를 조화시키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대형 브랜드이기 때문에 A/S와 사후 서비스에도 강점을 보인다.

개성과 취향 따라 발굴하는 재미가 있는 가구 거리

가구 거리는 지역마다 특색이 아주 강하다. 아현동은 중소 업체의 직영점이 많은데, 현대적인 감각의 보편적인 제품부터 문갑, 반닫이, 뒤주 등 전통적인 제품까지 만날 수 있다. 사당동의 경우에는 사무용가구에 특화되어 있고, 그 밖의 지역에서도 침대, 소파, 씽크대 등 전문 분야만 다루는 역사 깊은 가구점들이 있다.
논현동은 고급스러운 디자인 가구들이 뽐을 낸다. 이태리, 독일제의 중후한 수입 가구점들이 많은데, 혼수 패키지보다는 빈티지한 개별제품을 찾는 고객들이 많다. 홍대 앞의 원목 가구 거리에서는 목공을 배워 직접 자기 손으로 가구를 만드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가구 쇼핑을 하며 외국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려면 이태원의 앤티크 가구 거리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곳은 원래 미군 부대 근무자들이 떠날 때 통째로 처분하고 가는 가구들을 사서, 새로운 근무자나 독특한 취향을 찾는 사람들에게 재판매하던 곳이었다. 그것이 수십 년의 역사를 이어오면서 국내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앤티크 가구의 천국으로 변신하게 되었다. ‘이태원 앤틱 빈티지 페어’ 등의 행사를 통해 구식 타자기, 동화에 나오는 듯한 램프를 뒤지다가, 근처에 있는 외국인 취향의 이색 맛집을 둘러보는 재미도 있다.

삶의 스타일부터 알고 가구를 만나자

가구 시장의 전쟁이 뜨겁다. 초대형의 외국 브랜드 매장, 중대형의 국내 브랜드 매장, 전통의 시내 가구 거리, 교외의 공장 직영 아울렛, 여기에 온라인 매장과 DIY 가구교실 등. 선택지가 너무 많아 고민일 정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삶의 스타일을 아는 게 아닐까? 큰 고민 없이 패키지로 스타일을 맞추려면, 국내 브랜드나 가구 거리의 패키지 제안이 좋다. 다양한 선택지 중에서 이것저것 골라 퍼즐을 조합하는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이케아 매장이 낫다. 선택은 좋지만 직접 조립하는 수고가 번거롭다면, 국내의 중형 디자인 가구 매장들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아야 할 것이다. 어디에서도 딱 맞는 답을 찾을 수 없다면, 원목 가구나 DIY 매장을 찾아 나만의 가구를 만들어 보자. 어떤 선택이든 가구와의 새로운 만남 자체가 즐거울 것이다.

글. 이명석(문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