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영역

컨텐츠 내용

MG Culture

이야기가 있는 레시피

요리의 조연에서 주연으로
가을 채소의 황제는 나야 나

당근

불그스레한 당근의 색깔 때문일까? 수줍거나 무안하여 붉어진 얼굴을 홍당무라한다. ‘당연히’란 말을 줄여 ‘당근’이라고도 하고, 말(馬)을 다루는 회유와 위협, 상과 벌을 ‘당근과 채찍’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리도 우리 입에 자주 오르내리지만, 유독 식탁에서만큼은 조연에 불과했던 당근. 이제 가을 제철을 맞아 그 본연의 맛과 효능으로 주연 자리를 꿰차려 한다.

토끼와 당근의 잘못된 만남

도대체 언제부터 토끼가 당근을 좋아한다고 알려졌을까? 그 역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됐다. 1938년 ‘벅스 버니(Bugs Bunny)’라는 토끼 캐릭터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포키의 토끼 사냥’이 발표됐다. 벅스 버니는 한 손에 당근을 든 말썽꾸러기 토끼이다. 벅스 버니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토끼가 당근을 주로 먹는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졌다. 이 캐릭터를 만든 애니메이터 척 존슨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벅스 버니가 당근을 들고 다니는 이유는 영화 <어느 날 밤에 생긴 일>에서 남자 주인공이 당근을 먹는 장면이 인상적이라서 따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애니메이터들이 당근을 먹는 남자 배우 모습을 토끼 캐릭터에 투영한 것이다. 영국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는 2012년 “당근이 토끼에게 충치 등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도 동물학자 레이첼 록스버그의 말을 인용해 “모든 애완용 토끼는 건초를 주식으로 먹고싶어 하는데 사람들은 토끼가 당근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단지 만화 속 얘기일 뿐, 토끼에게 당근만 주지는 말라.”고 경고했다. ‘토끼=당근’이라는 사람이 만든 공식에 토끼의 속내는 정작 반영되지 못한 셈이다.

베타카로틴의 보고(寶庫)

당근의 원산지는 중동 아시아다. 한반도에서는 16세기경부터 재배됐는데, 중국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여겨진다. 당근을 ‘唐根(한자 음 대로 읽었을 때 당근)’으로 읽어 ‘중국에서 온 뿌리채소’라고 하는 이도 있고, 홍당무를 ‘중국에서 도입한 붉은 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인삼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人蔘(인삼)’의 일본 발음인 ‘닌진(Ninjin)’으로 부른다. 영어 ‘Carrot’은 켈트(Celt)어 ‘Celtic’에서 유래한 것인데 당근의 색깔이 붉다는 뜻이다. 당근에 많이 들어 있는 카로틴(carotene)도 이 단어에서 비롯했다.
당근의 대표적인 웰빙 성분은 베타카로틴이다. 같은 당근이라도 속살이 진할수록 베타카로틴의 함량이 더 높다. 베타카로틴은 몸 안에 들어가서 필요한 만큼만 비타민A로 바뀌고, 나머지는 베타카로틴 상태로 남는다. 당근, 귤 등을 많이 먹었을 때 얼굴이나 손이 노래지는 것은 베타카로틴이 피부에 쌓인 결과다. 피부가 노랗게 변한다고 놀랄 건 없다. 이는 일시적인 증상일 뿐 당근 섭취를 줄이면 곧 정상 피부색으로 돌아온다.
베타카로틴은 비타민C, 비타민E와 함께 3대 항산화 비타민으로 체내 유해산소를 없애준다. 적당량을 섭취하면 노화를 억제하고 면역력을 높여주며 암 예방도 돕는다. 당근을 항암식품으로 기대하는 것은 베타카로틴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베타카로틴은 껍질에 풍부해 깨끗이 씻은 뒤 최대한 얇게 벗겨 먹는 게 좋다. 생으로 먹기보다 기름에 살짝 볶아서 먹으면 지용성인 베타카로틴의 체내 흡수율이 높아진다.

컨텐츠 이미지
TIP 당근을 고를 땐 흙과 함께!

당근은 무조건 흙이 묻어 있는 ‘흙 당근’을 사도록 한다. 당근이 자랄 때 흙에도 향이 묻어나기 때문에 단단하고 흙이 마르지 않은 것을 골라야 당근 특유의 맛을 보존해 주는 효과가 있다.

당근 써는 방법은 따로 있다?

당근을 잘못 자르면 베타카로틴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당근은 중심부에서 바깥쪽으로 영양소를 보내며 자라기 때문에 껍질에는 중심부보다 베타카로틴이 2.5배로 많다. 원형으로 잘라 껍질과 중심부를 함께 먹어야 당근의 영양소를 제대로 섭취하는 것이다. 단, 당근을 미리 잘라두면 베타카로틴이 산화되므로 요리의 마지막 단계에 손질하는 것이 좋다.

영양소를 지키는 보관법

당근을 보관할 때는 생장점을 반드시 잘라내자. 며칠 보관한 채소에서 갑자기 잎이나 뿌리가 나는 건 생장점을 남겨놨기 때문이다. 생장점을 제거해야 영양소 손실을 막을 수 있다. 당근의 생장점은 가장 아래 뾰족한 부위이다.

어렵지 않아요~ 맛도 있어요
당근 팟타이
컨텐츠 이미지
컨텐츠 이미지 재료

당근 2개, 쌀국수 400g, 땅콩 30g, 달걀 2개, 숙주 150g, 대파 1대, 소금 약간
팟타이소스 _ 고추기름 3큰술, 간장 1큰술, 피시소스 2큰술, 설탕 1큰술, 맛술 1큰술, 후춧가루 약간

컨텐츠 이미지 만드는 법
  1.  당근은 길게 채 썬 뒤 소금물에 잠시 절인 후 건져 물기를 닦고 꼬들꼬들하게 말린다.
  2.  쌀국수는 끓는 물에 쫄깃하게 삶아 찬물에 헹궈 물기를 뺀다.
  3.  볶은 땅콩은 절구에 거칠게 빻는다. 달걀은 곱게 풀어 스크램블을 만들고, 대파는 길게 채 썬다. 숙주는 다듬어 씻어 물기를 턴다.
  4.  뜨겁게 달군 팬에 고추기름을 두르고 의 쌀국수와 의 숙주를 볶는다
  5.  숙주가 한숨 죽으면 의 당근과 의 대파를 넣고 볶다가 간장, 피시소스, 설탕, 맛술을 넣고 버무리듯 볶는다.
  6.  불에서 내려 의 달걀 스크램블을 넣고 후춧가루를 뿌려 버무려 낸다.
편식쟁이 애들 간식으로도 Good
당근 슬라이스 커틀릿
컨텐츠 이미지
컨텐츠 이미지 재료

당근 2개, 쇠고기(등심) 200g, 밀가루 1컵, 달걀 4개, 빵가루 1컵, 튀김기름 2컵
당근양념 _ 소금 1큰술, 생수 2컵 쇠고기 양념 _ 다진 마늘 1작은술, 다진 파 1큰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컨텐츠 이미지 만드는 법
  1.  당근은 껍질째 씻어 0.4cm 폭으로 어슷하게 슬라이스 한다.
  2.  볼에 생수를 붓고 소금을 녹인 뒤 의 당근을 10분 정도 담갔다 건져 물기를 뺀다.
  3.  볼에 쇠고기를 담고 다진 마늘과 파, 소금, 후춧가루를 넣어 조물조물 무친다.
  4.  의 당근 한쪽 면에 밀가루를 묻힌 뒤 양념한 쇠고기를 평편하게 올리고, 또 한쪽 면에 밀가루를 묻힌 당근으로 엎어 샌드를 만든다.
  5.  당근 샌드를 밀가루, 달걀물, 빵가루 순서대로 부침옷을 두 번씩 두텁게 입힌다.
  6.  160℃로 달군 튀김기름에 당근 샌드를 바삭하게 두 번 튀겨 낸다.
글. 한진영(푸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