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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비를 맞으면 대머리가 된다?

비를 피하는 이유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그저 젖지 않기 위해 달렸다. 요즘은 ‘산성비를 맞으면 머리가 빠진다’는 속설이 무서워 달린다. 내리는 비를 모두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정말 산성비가 탈모에 영향을 주는지 짚고 넘어가자.

산성비의 정체는 오염물질 섞인 pH5.6 미만의 빗물

물의 수소이온농도(pH)는 중성인 7이다. 체내 수분과 가까워 ‘건강한 물’이라고 유행하던 알칼리성 물은 pH가 7.5~10 정도이며 빗물은 물보다 낮은 pH 5.6 정도다.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상태에서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등이 빗물을 산성화시키기 때문이다. 산성비는 pH5.6 미만의 비를 말한다. 빗물에는 강산성의 오염물질이 섞여 있다.
이는 대기오염으로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대기를 혼탁하게 만드는 경우, 그러니까 화산이 폭발하거나 산불이 나 검은 연기가 하늘을 가득 메웠을 때 비가 내리면 역시 산성비가 된다. 이렇게 자연적으로 생기는 산성비는 오히려 대기를 물로 정화시켜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인위적인 원인으로 인해 생기는 산성비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장지대·발전소에서 배출하는 매연이나 자동차 배기가스 등의 대기오염물질이 빗물에 섞여 내리는 경우를 말한다. 인위적으로 발생한 대기오염물질성분 중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이 빗물을 산성화시킨다. 이 물질들은 대기 중 수증기와 만나 각각 황산과 질산이 되어 빗물에 섞이고, 산성비로 내리는 것이다.

산성비를 악화시키는 미세먼지

인류가 최초로 산성비에 대한 위험을 알게 된 것은 산업혁명 시대였다. 당시 영국에서는 급격한 속도로 산업화하면서 이에 따라 대기오염도 심각했다. 유럽의 주변 국가에서는 영국으로부터 바람을 타고 온 오염물질이 빗물에 섞여 내리면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고 병이 든다는 것을 알았다.
이후 산성비가 사람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현대사회에서는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공장이나 발전소, 자동차 등에 규제를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발 미세먼지가 급증하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비교적 늦게 산업화가 된 중국에서는 공장이 부지기수로 많아지면서 입자가 마이크로 단위로 매우 작은 미세먼지를 뿜어대고 있다. 이 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에도 들어오고 있다. 더욱이 중국발 미세먼지가 우리나라 상공에 있을 때 비가 내리면 이 먼지들이 섞인 산성비가 내리는 셈이다. 이러한 산성비가 지속적으로 내리면 건물의 콘크리트나 대리석, 철재 등이 부식될 정도로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산성비와 탈모, 과학적 연관 없어

자연에서 산성비의 영향이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은 특히 산성 환경에 취약한 수중생물과 식물이다. 폭우가 내려 수면의 높이가 높아졌다 하더라도 어류에게는 위협적이라고 할 만큼 수중생물에게는 물의 농도가 중요하다. 물속에 산성비가 섞여 산성화하면 어류가 더 이상 살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북부에 있는 호수 100여 개에서는 산성비로 인해 환경이 바뀌면서 연어가 멸종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또한 산성비가 지속적으로 내리면서 산성 성분이 흙에 쌓이면, 결과적으로 식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공업지대 주변에 있던 침엽수림이 말라죽었다는 보고도 있다.
그렇다면 산성비가 사람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정말 알려진 속설대로 산성비를 맞으면 탈모가 생길까?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산성비가 탈모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나 의학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
탈모의 원인은 보다 복합적이다. 심리적인 요인과 유전적인 요인, 환경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산성비가 아닌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샴푸는 어떨까? 놀랍게도 샴푸의 pH는 3정도다. 산성비의 기준이 pH 5.6임을 생각해볼 때 산성비보다 샴푸가 훨씬 산성이다. 만약 산성비를 맞아서 탈모가 생길 정도라면 샴푸 사용만으로 대머리가 될 일이다. 그만큼 산성비를 맞아서 탈모가 생긴다는 이야기는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는 뜻이다. 다만, 산성비에 들어 있는 각종 오염물질은 피부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꼭 산성비가 아니더라도 모발을 젖은 채 오래 두면 두피에 영향을 끼쳐 탈모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염이 심한 날에 비가 내리면, 탈모 가능성과 관계없이 반드시 우산을 써야 한다.

산성비에 들어 있는 각종 오염물질은 피부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꼭 산성비가 아니더라도 모발을 젖은 채 오래 두면 두피에 영향을 끼쳐 탈모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글. 김아지(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