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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에서 렌탈로,
물건에서 경험으로

자고 일어나면 최신 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어제 산 휴대폰이 순식간에 구형이 된다. 새것을 소유하는 즐거움도 잠시, 곧 후회가 밀려온다. 새것으로 바꾸고 싶어도 되팔기가 쉽지 않다. 몇 번 쓰지 않은 물건들이 방을 가득 채운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생각한다. 차라리 빌릴걸.

소유의 종말이 다가왔다

물건을 구입해서 소유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쉬운 예로 자동차를 생각해보자. 일단 자동차 구입비용으로 꽤 큰돈을 마련해야 한다. 세금을 내는 것은 물론 보험에도 가입해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차를 24시간 타지 않는 이상 주차할 공간이 꼭 필요하다. 교체하거나 수리해야 할 것들도 생겨난다. 이 모든 것에 비용과 시간이 든다. 차를 소유한다는 것만 포기하면 이런 골칫거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요즘 뜨는 렌탈경제는 소유에 대한 경제적 부담과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제러미 리프킨은 2000년 <소유의 종말(The Age Of Access)>이라는 저서에서 “소유의 시대는 가고 접속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했다. 과거 산업시대는 소유의 시대였다. 노동자들은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고, 노동의 대가로 받은 임금으로 다시 그 물건들을 사들였다. 노동과 물건이 끊임없이 교환되는 과정 속에서 자본주의는 성장했다. 그런 시대가 이제 저물고 있다는 것이다. 리프킨이 언급한 ‘접속’은 단순히 컴퓨터나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동차나 가전제품은 물론 주택과 같은 생활공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경험에 접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요할 때 빌리는 렌탈서비스

리프킨의 ‘접속’ 개념을 보다 현실적인 용어로 바꾸면 ‘렌탈’이 된다. 렌탈서비스는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장기간 사용하는 물건 중에서 가격이 비싸고 관리가 번거로운 것들이 전통적으로 렌탈의 대상이었다. 가전제품 중에는 정수기나 공기청정기 같은 것들이 해당되며, 오래전부터 이런 제품들은 렌탈비즈니스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요즘에는 의류관리기, 안마의자, 매트리스 등 고가의 제품들도 점차 렌탈서비스로 제공하는 추세다. 서두에서 언급한 자동차도 가격이 비싸고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특성상 렌탈이 활성화되어 있다. 장기렌탈, 리스, 카셰어링 등 이용목적과 기간에 따라 다양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필요할 때만 시간 단위로 빌릴 수 있는 ‘카셰어링’이 인기인데, 이는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빌리고 반납하는 과정이 간편해졌기 때문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06년 3조 원이던 국내 렌탈시장의 규모는 2016년 25조 9,000억 원을 기록하면서 10년 만에 8배 이상 성장했으며, 2020년 4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Rental
사람들은 이제 소유하는 것을 불편하고 번거롭다고 생각한다.
또한 빠른 기술발전과 함께 제품의 수명주기가 짧아지는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필요한 순간에 내 것으로

최근 렌탈경제가 주목받는 것은 단순히 비용 때문만은 아니다. 렌탈이라고는 하지만 소유하는 것보다 크게 저렴한 것도 아니다. 일정기간 동안 비용을 지불하고 빌리는 것이기 때문에 빌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경제적인 부담도 커지게 된다. 단지 경제적 측면만 따진다면 저렴한 제품을 구입해서 가급적 오래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렌탈경제가 확대되는 것은 사람들의 생각과 소비패턴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제 소유하는 것을 불편하고 번거롭다고 생각한다. 또한 빠른 기술발전과 함께 제품의 수명주기가 짧아지는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신제품이 출시되는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이제는 하나를 오래 쓰는 것보다 적당한 비용으로 빌려 쓰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의 확산도 빼놓을 수 없다. 일상을 다수의 사람들과 손쉽게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 역시 콘텐츠의 일부가 되었다.
물건을 구입해서 ‘인증샷’을 올리는 것도 콘텐츠가 되며, 물건의 숫자가 곧 콘텐츠의 숫자로 이어진다. 그래서 하나를 구입해 소유하기보다는 여러 개를 빌려서 짧게 경험해보는 것을 선호한다. 짧게 경험의 ‘맛’만 보는 소비, 이른바 ‘테이스트 소비’다. 이런 소비패턴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렌탈경제의 범위도 점점 확장되고 있다.
옷, 명품가방, 스포츠카 등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렌탈의 대상이 된다. 접속의 시대에 영원히 내 것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언제나 접속해 있고, 원하는 순간 언제든 내 것을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내 것, 내 경험이라는 사실이다.

글. 이상우(문화평론가, 협성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