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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섰거라, 밥도둑아!

꽃게

‘게장은 사돈하고 못 먹는다.’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점잖게 먹기 힘든 음식이란 뜻이다. 통째 요리하는 경우가 많으니 살을 발라 먹으려면 양손으로 게 다리를 야무지게 잡고, 입을 크게 벌려야 한다. 우아하게 즐기기도 힘들지만, 이 계절에 외면하기도 힘들다. 알이 꽉 찬 암꽃게가 제철인 봄을 지나 살이 탱탱하게 오른 수꽃게의 계절, 가을이 왔으니까.

정조도 좋아했던 꼬챙이가 있는 게

‘꽃게’란 명칭부터 살펴보자. 삶으면 살과 껍데기가 꽃처럼 붉게 변한다고 하여 붙여졌다는 설과 집게발 껍데기의 무늬가 꽃무늬 같아서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 또 등딱지에 가시가 있어서 ‘가시게’라 하다가 이것이 변하여 ‘꽃게’가 됐다고도 한다.
꽃게는 17세기 문헌에 ‘곳게’로 처음 등장했다. ‘곳게’는 본래 ‘곶게’인데 당시의 표기법에 따라 ‘곳게’로 표기한 것뿐이다. ‘곶게’의 ‘곶’은 꼬챙이를 뜻한다. 또한 ‘강, 바다, 평야로 길게 내민 땅’을 뜻하기도 했는데, 이는 장산곶, 호미곶 등에서 보듯 지금도 쓰이고 있다. 돌아가서 ‘곶’이 꼬챙이를 뜻하므로 ‘곶게’는 ‘꼬챙이가 있는 게’로 해석된다. 실제 꽃게의 등딱지 양쪽 끝에는 꼬챙이처럼 뾰족한 뿔이 나 있어 명실상부하다.
실학자 이익(李瀷)은 <성호사설>에서 꽃게의 어원을 이렇게 풀어놓고 있다. “유모라는 것은 바다에 사는 커다란 게인데 색은 붉고 껍데기에 각이 진 가시가 있다. 세속에서 부르는 이름은 곶해(串蟹) 즉, 곶게인데 등딱지에 두 개의 꼬챙이(串)처럼 뿔이 있기 때문이다.” 유모는 게 중에서도 바다에 사는 꽃게를 가리키는 한자어로 등딱지에 꼬챙이처럼 두 개의 뿔이 솟아 있어 ‘곶게’로 불리다가 지금의 꽃게가 되었다고 한다.
한편 조선시대 정조는 꽃게탕을 좋아해 정민시라는 신하의 처가네 꽃게탕이 별미라는 소문을 듣고, 그를 불러 장모에게 친히 꽃게탕을 끓이도록 부탁했다고 한다. 사위의 부탁을 받은 장모가 꽃게탕을 끓이고 있는데, 이를 본 장인이 자초지종을 듣고는 “신하가 사사롭게 음식을 만들어 임금께 바치면 안 된다.”며 꽃게탕을 엎어버렸다는 일화가 전해 내려온다.

가을은 수꽃게의 계절

꽃게는 칼슘이 풍부해 골밀도가 줄어드는 폐경기 여성에게 좋다. 꽃게 100g당 칼슘 118mg이 들어 있는데, 이는 우유(91mg)보다 많은 양이다. 또 루신, 라이신, 메티오닌 등 각종 아미노산이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나 노인의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또 꽃게에는 ‘천연 피로 회복제’라 불리는 타우린이 100g당 711mg 들어 있다. 타우린은 칼슘의 운반을 도와 근육이 활발하게 움직이도록 체내 에너지를 늘려준다.
이로 인해 혈당이 증가해 힘이 생기고 피로가 해소된다. 꽃게는 암수에 따라 맛도, 제철도 다른데 암수를 구별하는 방법을 알면 도움이 된다. 암수 모두 하얗고 단단한 껍질이 배를 덮고 있는데, 암컷은 동그랗고 널찍하지만 수컷은 그 폭이 좁고 뾰족하다. 알을 품고 있는 암꽃게는 간장게장으로 많이 사용한다. 알 특유의 향이 살에 퍼져 있기 때문에 맛도 더 좋다. 수꽃게는 살이 꽉 차 있어 찜이나 탕으로 먹기에 적당하다.
꽃게를 고를 때는 배에 알이 붙어 있는 것은 되도록 피하고, 무게는 묵직한 것이 좋으며, 발이 빳빳하고 손으로 눌러보아 탄력이 있는 것이 좋다. 그런 꽃게들이 신선하면서도 대부분 살이 꽉 차 있다. 꽃게의 신선도 차이는 쪘을 때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싱싱한 꽃게는 단맛이 강하고 비린내가 적으며, 닭살처럼 결이 살아 있고 탱탱한 듯하지만, 입안에서 부드럽게 풀린다.
인천 연평도, 충남 서산과 태안에서 잡히는 꽃게가 맛 좋기로 유명한데, 서해안은 먹이도 풍부하고 수온도 알맞아 살이 쫄깃하며 단맛도 탁월하다. 특히 여름이 무더울수록 그해에 잡히는 가을 꽃게는 더 맛이 좋다고 하니 지금이 바로 꽃게의 참맛을 누릴 골든타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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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꽃게 손질, 어렵지 않아요
  1. 1) 솔로 꽃게를 문질러 이물질을 제거하고, 소금물에 흔들어 씻어 물기를 뺀다.
  2. 2) 배딱지를 손으로 떼어내고, 몸통과 연결된 등딱지를 손으로 벌려 분리한다.
  3. 3) 등딱지 안 윗부분에 있는 검은 모래주머니를 제거하고, 뾰족한 옆구리 부분은 가위로 자른다.
  4. 4) 몸통과 배 양쪽에 붙어있는 아가미를 손으로 떼어내고, 입과 다리에 살이 없는 부분은 가위로 잘라낸다.
  5. 5) 꽃게의 아래쪽에 가위질을 한 번 하고, 위쪽부터 잘라 반으로 나눈다.
  6. 6) 나뉜 꽃게의 살이 밖으로 빠져나오지 않도록 위쪽에 가위질하고, 아래쪽을 잘라 4등분 한다.
제철 맞아 부드러운 속살이 탱탱
꽃게 그라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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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 이미지 재료

꽃게 2마리, 게살 50g, 파스타용 크림소스 4큰술, 양송이버섯 1개, 양파 1/4개,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파르메산 치즈가루 100g

컨텐츠 이미지 만드는 법
  1.  꽃게는 껍데기를 솔로 문질러 깨끗이 세척한다.
  2.  껍데기를 분리한 후 껍데기에 내장, 다리와 몸통의 살을 짜내어 준비한다.
  3.  양송이버섯과 양파는 잘게 다진다.
  4.  팬에 양송이버섯과 양파를 넣어 볶다가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 뒤 게살과 파스타용 크림소스를 넣어 볶는다.
  5.  게의 등껍데기에 볶은 게살을 넣고 파르메산 치즈가루를 뿌린 후 180℃ 오븐에 10분간 굽는다.
중국식 깐풍기 부럽지 않은
매운 꽃게 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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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 이미지 재료

손질한 꽃게 2마리, 녹말가루 2큰술, 칠리소스 2큰술, 튀김가루 1/2컵, 튀김용 기름, 풋고추·붉은 고추 1개씩, 마늘 10쪽, 양파 1/2개, 레몬 1/2개, 굴소스 1큰술

컨텐츠 이미지 만드는 법
  1.  꽃게는 몸통을 4등분 해서 키친타월로 물기를 제거한다.
  2.  손질한 꽃게에 녹말가루와 튀김가루를 골고루 묻혀 기름에 15분 이상 튀긴다.
  3.  마늘은 꼭지를 제거하고, 풋고추와 붉은 고추는 1cm 두께로 썰어 준비한다.
  4.  다른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마늘을 볶다가 튀긴 꽃게와 고추를 넣고 함께 넣어 볶는다.
  5.  칠리소스와 굴소스, 레몬즙으로 간한다.
글. 한진영(푸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