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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과 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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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와 그의 방 당신은 자기만의
있나요?

시대를 앞서간 천재 작가, 버지니아 울프에게 그의 ‘방’은 오롯한 자유의 공간이자, 사유의 공간이요, 또 집필의 공간이었다. 기존의 소설 형식을 깨고 ‘의식의 흐름 기법’을 탄생시키며 특유의 감수성을 인정받은 버지니아 울프. 영감의 보고(寶庫)였던 그만의 방을 들여다보자.

자신만의 자유로운 세계, ‘방’을 가질 것

버지니아 울프를 비롯한 예술가들은 자신의 집, 혹은 방에서 완벽히 혼자가 되고, 그 공간 속에서 자신만의 세계, 예술을 완성한다. 저자 프란체스카 프레볼리 드룰레의 <작가의 집>이란 책을 번역한 이세진 씨는 한 인터뷰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집이 재미있는 것은, 소설가로서 수입이 조금씩 늘 때마다 집을 조금씩 예쁘게 고치고, 방도 한 칸 더 만들며, 이런 식으로 자신의 세계를 축조하듯이 집을 꾸몄다는 점이지요. 그곳에서 그는 많은 작품을 쓸 수 있었고요.”라고 이야기했다. 버지니아 울프에게 집, 방은 곧 그의 창작 세계였다.
사실 예술과 공간, 방을 이야기했을 때 버지니아 울프처럼 많이 언급되는 작가도 드물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자신의 작품이자 페미니즘의 고전으로 꼽히는 수작 <자기만의 방>에서 “여성이 소설을 쓰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에 대한 답으로 “자기만의 방과 일 년에 500파운드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은 일정한 영역의 확보를 의미한다. 독립된 경제 주체로서의 활동과 아내나 어머니로서가 아닌 개인의 정신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인 것이다. 그가 여성의 독립된 공간의 필요성을 피력한 까닭은 남성에게 귀속되지 않은 여성 개인의 고유성을 인정받기 어려웠던 영국의 시대 상황 때문이었다. 물론, 그때와 많이 달라진 요즘 ‘자기만의 방’은 자신만의 자유로운 세계로 해석해도 좋겠다.
다행히 우리가 버지니아 울프라는 이 천재 작가를 만날 수 있었던 것 또한 그에게는 이 두 가지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사실, 동시대 여성들에게는 상상치도 못할 일이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1882년 영국, 자유주의와 지성이 적절하게 혼합된 가정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의 아버지 레슬리 스티븐 경은 저명한 평론가, 전기 학자로 그에게 감성적으로 책을 읽는 법과 훌륭한 글을 감상하는 법을 가르쳤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남동생을 중심으로 케임브리지 출신의 학자, 문인, 비평가들이 그녀의 집에 모여 ‘블룸즈버리그룹’이라는 지적 집단을 만들어 활동했다.
놀라운 사실은 19세기 후반에 태어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정식 학교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그가 블룸즈버리그룹의 일원으로 1905년부터는 <타임스> 등에 문예비평을 썼다는 것이다. 이 또한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공간인 방에서 독학으로 지식을 쌓고 지성을 연마했기에 가능했다.

  • 뉴욕에 ‘도서관 산책’이라는 포장 도로에 묻혀있는 96개의 상패 중 하나인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의 청동 상패.
  • 샌프란시스코 카스트로 거리(Castro Street)에 있는 버지니아 울프의 얼굴 동판.

그만의 방에서 의식의 흐름 기법을 창조해

그렇게 버지니아 울프는 자신만의 세계였던 방에서 문학의 상식을 뒤엎는 혁신을 일궜다. 그는 시간과 사건 흐름에 따라가는 평면적인 서술을 거부하고 인물 내면의 깊숙한 곳에 흐르는 기억, 감각, 느낌 등 사람의 의식 속을 탐구하는 기법을 탄생시킨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의식의 흐름 기법’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의식의 흐름 기법의 선구자이며 <댈러웨이 부인>은 그가 본격적으로 이 기법을 도입해 써 내려간 소설이자 대표작 중 하나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댈러웨이 부인은 자기가 직접 꽃을 사 오겠다고 말했다.” 버지니아 울프는 작가로서 꽃을 사러 가는 댈러웨이 부인의 머릿속을 탐구했다. 꽃을 사러가는 단순한 사건이지만, 이를 겪는 댈러웨이 부인은 끊임없이 복잡한 생각을 했고, 버지니아 울프는 그 내면을 자세히 표현했다. 이러한 신선함에 많은 이가 영감을 받았다. 마이클 커닝햄은 이 소설에서 받은 감명으로 <디 아워스>를 써 1999년 퓰리처상을 받았고, 이를 원작으로 한 니콜 키드먼, 메릴 스트립, 줄리앤 무어 주연의 영화 또한 2002년 제작돼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자유의 공간이 준 작품이라는 선물

버지니아 울프는 <출항>(1915), <밤과 낮>(1919), <제이콥의 방>(1922)을 연이어 발표하며 소설가로 이름을 조금씩 알렸다. 그리고 <댈러웨이 부인>(1925)에서 큰 호응을 얻은 버지니아 울프는 끊임없는 작품 활동으로 명성을 쌓았다. 특히 케임브리즈 대학에서 강연한 내용을 토대로 쓴 에세이 <자기만의 방>(1929)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페미니즘의 교과서로 불렸다.
이처럼 문인으로서 탄탄대로를 걷던 버지니아 울프는 1941년 3월 28일, 우즈강에 몸을 던졌다. 소녀 시절부터 앓아온 심한 신경증이 재발한 것이다.
특유의 섬세한 감성이 돋보이는 그의 수많은 작품은 그만의 특유의 독창성과 스스로를 완벽히 자유롭게 한 그의 방이 선사한 선물이다.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에서 자신의 세상을 창조했듯 우리 또한 자아가 발현되는 궁극적인 방을 갖고 우리들만의 세상을 만들어보자. 들리는가? 자기만의 세상, 자신만의 방을 가지고 자유롭게, 활기차게 지내라는 그의 속삭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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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임경(자유기고가)
일러스트. 이신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