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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 Culture

길에서 만난 풍경

황홀한 노을빛의
바다, 길을 걷다

안산 대부도

안산은 공업도시이다. 의외로 관광명소도 많다. 배를 타지 않고 드나드는 섬도 있다. 바다를 길동무 삼아 온종일 기분 좋게 걸을 만한 길도 있고, 겨울 햇살 아래 은빛으로 일렁이는 갈대밭도 있다. 황홀한 해넘이를 바라보며 지나온 날들을 되새겨보기에 좋은 일몰 명소도 즐비하니 떠난다면 지금이 딱 좋을 때다.

강인한 생명력으로 넘실대는 갈대의 군무

어느 초겨울 날의 갈대는 매우 변화무쌍하다. 특히 색조의 변화가 현란하다. 햇살의 기울기에 따라 시시각각 은빛, 잿빛, 금빛으로 물든다. 형언하기 어려울 만큼 아름답고 서정적인 풍광이다. 이처럼 겉보기에는 변화무쌍하고 현란하지만, 갈대의 속성은 왠지 외롭고 슬쓸해 보인다. 바라보는 사람들조차 끝없는 상념의 굴레에 빠져들거나 절절한 고독감에 몸서리치게 만든다.
갈대밭은 대자연의 생명력으로 충만한 감동과 경이, 축복과 낭만의 공간이기도 하다. 숱한 생명들의 소중한 보금자리이자 삶터이다. 고달픈 일상을 달래주는 쉼터 구실도 한다. 시화호 상류의 안산갈대습지공원이 바로 그런 곳이다. 찾아갈 때마다 외롭고 쓸쓸하면서도 강인한 생명력과 마음의 위안이 동시에 느껴진다.
안산갈대습지공원은 시화호로 흘러드는 반월천, 동화천, 삼화천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 잡았다. 전체 면적이 무려 103만7,500㎡(약 31만4,000평)이나 된다. 우리나라 최대의 인공 습지공원 이다. 이 넓은 공원에 촘촘히 늘어선 갈대는 제 스스로 나고 자란 게 아니다. 논에 모내기하듯 사람들이 하나하나 심은 것들이다. 무성하게 군락을 이룬 지금은 시화호로 흘러드는 하천의 폐수를 걸러주는 정수장 역할을 한다. 이 갈대밭에서는 흰뺨검둥오리, 물닭 등의 텃새들이 둥지를 틀어 알을 낳고 번식한다. 사람이 만든 인공습지에서 자연의 생명체들이 대대로 살고 있는 것이다. 사람과 자연의 공존이 참으로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곳이다.

대부해솔길 1코스의 하이라이트인 구봉도전망대의 해질녘 풍경.
(왼쪽)대부해솔길 6코스의 작은 전망대와 갈대밭. (오른쪽)달전망대에서 바라본 시화호조력발전소와 시화방조제.
갈대밭에서는
흰뺨검둥오리, 물닭 등의
텃새들이 둥지를 틀어
알을 낳고 번식한다.
사람이 만든 인공습지에서
자연의 생명체들이
대대로 살고 있는 것이다.
사람과 자연의 공존이
참으로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곳이다.

스릴과 여운이 공존하는 달전망대

여행할 목적으로 안산을 찾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대부도를 빼놓지 않는다. 안산 대부도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섬들 가운데 면적 20위권의 작지 않은 섬이다. 1994년에 시화방조제가 완공된 뒤로는 더 이상 섬이 아니다. 안산 시내에서 자동차를 타고 시흥시 정왕동을 거쳐 11.2km의 시화방조제만 통과하면 대부도에 들어선다. 양옆의 호수와 바다를 바라보며 곧게 뻗은 이 방조제 길을 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 뻥 뚫리는 청량감이 느껴진다.
시화방조제의 중간쯤에는 우리나라 최초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조력발전소가 있다. 전기를 생산하면서 시화호의 수질도 개선하는 일석이조의 발전소이다. 사람이 만든 시화호조력발전소는 달과 바다가 공동으로 운영한다. 달의 인력으로 생기는 조수간만의 차이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인구 50만의 도시 전체가 사용할 만큼 엄청난 양이라고 한다.
조력발전소 옆의 시화나래 조력공원에는 높이 75m의 ‘달전망대’가 우뚝하다. 이 무료 전망대에서는 탁 트인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안산 시내와 오이도, 대부도와 영흥도, 인천 송도와 소래포구, 무의도와 팔미도 등이 거침없이 시야에 들어온다. 전망대 바닥의 일부는 투명유리가 깔려있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스릴도 맛볼 수 있다. 전망대 아래의 시화나래 조력공원은 환상적인 일몰 감상 포인트이다. 특히 파도소리쉼터에서 바라보는 서해 일몰의 여운은 오래도록 스러지지 않는다.

  • 달전망대의 유리바닥. 걸음을 옮길 때마다 짜릿하다.
  • 대부해솔길 6코스의 종점인 탄도항 근처의 중생대 퇴적암층 해안.

대부도 완전정복을 원한다면 해솔길로

대부도에는 섬 전체를 한 바퀴 도는 해솔길이 나 있다. 총 74km, 7개 코스로 이루어진 대부해솔길은 바다를 오감으로 즐기는 명품 길이다. 길을 걷는 내내 갯벌, 해송숲, 염전, 어촌, 포구, 방조제, 간척지, 갈대밭 등의 다양한 바닷가 풍경들이 쉼 없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대부도의 유명 관광지나 명소들 대부분도 이 길의 경유지이거나 근처에 있다. 한마디로 ‘대부도 완전정복 트레킹코스’인셈이다. 대부해솔길에서 가장 추천할 만한 코스는 1코스와 6코스이다. 총 11.3km에 이르는 1코스의 하이라이트는 낙조전망대가 있는 구봉도 구간이다.
한때 외딴 섬이었던 구봉도의 서쪽 끝에 위치한 낙조전망대에서는 전율이 느껴질 만큼 화려한 일몰과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전망대를 뒤로하고 노을빛 내려앉은 해변의 해솔길을 호젓이 걷는 즐거움도 진한 추억으로 남는다.
대부해솔길 6코스는 대부도펜션타운에서 누에섬전망대 입구까지 6.8km에 이른다. 경기창작센터와 선감어촌체험마을, 대부광산 옛터와 탄도 해안의 중생대 퇴적암층, 안산어촌민속박물관과 탄도항 등을 두루 거치는 코스이다. 때로는 갯벌과 찻길 사이의 방조제 길도 걷고, 갈대 무성한 들판 길도 지난다. 이 길의 종점인 탄도항에서는 누에섬과 풍력발전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해넘이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때마침 썰물 때라면 등대 하나만 덩그러니 서 있는 누에섬까지 둘러보는 행운을 덤으로 누릴 수 있다.

(왼쪽)탄도항에서 바라본 누에섬전망대의 일몰. (오른쪽)유리섬미술관에 설치된 바다의 여신 테티스상.
  • 다양한 유리공예품들을 전시·판매하는 유리섬박물관의 보다아트숍.
  • 100여 곳의 펜션이 밀집한 대부도펜션타운.

걸음마다 발견의 재미가 있는 대부도

1박 2일의 여유로운 일정으로 대부도를 여행한다면, 유리섬박물관의 유리공예체험과 베르아델 승마클럽의 승마체험도 시도해 볼 만하다. 그중 유리섬박물관은 해솔길 4코스가 지나는 대부도 동남부 해안의 갈대밭과 갯고랑 옆에 들어섰다. ‘한국의 무라노’를 꿈꾼다는 이 박물관은 유리공예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유리 공예품만으로 동화 같은 세상을 만들어내고, 신화 속의 한 장면을 재현한다. 한줌의 유리 덩어리가 공예작가들의 손을 거쳐 독특한 예술작품을 탈바꿈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퍽 흥미롭다. 유리섬박물관에서는 초보자도 자신의 독특한 개성과 미감을 발휘해 세상에 하나뿐인 유리공예품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유리섬박물관에서 약 1km쯤 떨어진 곳에는 베르아델승마클럽이 있다. 이 클럽의 거대한 골든돔 실내마장에서는 승마체험이 상시 진행된다. 말 못하는 말과 말하는 사람이 하나가 되어 마음과 발걸음을 맞춰보는 경험은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기도 한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발견’의 재미가 있는 곳, 대부도. 연말연시 인파로 북적이는 곳에서 벗어나 호젓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주저 말고 걸음을 떼볼 일이다.

유리섬박물관의 야외에 설치된 슈만과 클라라 상.
TIP
  • 숙박

    대부해솔길 5코스의 종점이자 6코스의 시점인 대부도펜션타운에는 무려 100곳이 넘는 펜션들이 몰려 있다. 펜션마다 크기, 형태, 가격이 다양해서 구성원의 특성에 맞는 숙소를 이용할 수 있다.

  • 맛집

    대부해솔길 6코스가 지나는 불도방조제 근처의 위치한 ‘원조11호횟집’은 각종 해산물 요리를 풀코스로 제공한다. 왕새우소금구이, 생선회, 조개찜, 산낙지, 바지락칼국수, 매운탕 등의 해산물 요리뿐만 아니라 영계백숙, 고기만두, 대통밥까지 푸짐하게 나온다. 맛과 양 모두 만족스런 집이다. 해솔길 1코스에 자리한 윤숙이네손칼국수는 대부도의 별미인 해물칼국수뿐만 아니라 간장게장과 낙지요리를 잘하는 집으로 소문나 있다.

글·사진. 양영훈(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