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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 Culture

취향의 전쟁

가볍고 똘똘한 스마트폰이냐
대포처럼 확실한 DSLR이냐

DSLR 카메라 vs 스마트폰 카메라

“자기야, 여행 가방 다 쌌어?” “지금 주문하면 내일 아침에 받을 수 있을까?” “뭘 사려고?” “자기 찍어주려고, DSLR 렌즈 하나 더 골라놨거든.” “그 무거운 걸 다 들고 간다고? 요즘 스마트폰 카메라 기능 좋다며” “에이, 진짜 사진 찍는 기분이 안 들어.” “그래서 지금 왕복 항공료 값을 렌즈 하나에 바치자는 거야?” 사진에 죽고 사는 시대, 이처럼 우리를 곤란하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귀하디 귀했던 카메라의 등장

이제 ‘기념사진’이라는 말은 사어(死語)가 되고 있다. 그 사진을 찍어주던 동네 사진관이 오히려 추억의 기념물이 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모두의 주머니에 카메라가 들어 있는 시대, 누구든 언제 어디서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다. 그래서 많이들 말한다. “카메라만을 위한 카메라의 시대는 끝났다.” 그럼에도 커다란 렌즈를 단 일명 ‘대포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이들은 말한다. “모르는 말씀, 사진이 넘칠수록 그 퀄리티는 더욱 소중하지.” 스마트폰의 간편함과 DSLR 카메라의 고성능이 맹렬히 부딪히고 있다.
먼저 이 전쟁의 경로를 살펴보자. 1970년대만 해도 카메라는 귀한 물건이었고, 가진 집보다 없는 집이 더 많았다. 돌잔치, 결혼식 같은 귀한 행사에나 사진사가 커다란 카메라를 메고 나타났다. 1980년대 들어 콤팩트한 ‘똑딱이 카메라’가 나왔다. 사진 찍기는 쉬워졌지만 동네 현상소에 맡기고 찾는 데 며칠씩 걸렸다. 1990년대에는 경제적으로 윤택해지며 SLR(일안 반사식 카메라)을 들고 충무로를 돌아다니는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1990년대 말부터 디지털 콤팩트 카메라, 그리고 고급형의 DSLR이 등장했다. 이제 매번 필름을 갈고 현상, 인화하는 번거로움은 없어졌다. 하지만 보급형 콤팩트인 쿨픽스의 가격은 200만 원에 육박했고, DSLR인 니콘 D1 패키지의 국내 권장소비자 가격은 1,866만 원에 달했다.

‘한 큐’의 추억 저장과 따라올 수 없는 퀄리티의 경쟁

2000년대 들어 카메라를 장착한 스마트폰이 등장했고, 순식간에 디지털 콤팩트 카메라를 소멸시켜 버렸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가장 큰 장점은 찍는 즉시 SNS에 올려 바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사진이 거쳐 온 촬영, 현상, 인화, 선택, 보정, 감상의 과정을 ‘한 큐’에 해결해 버린 것이다. 게다가 워낙 사용하기 쉬워, 유치원생이나 70대 노인들도 곧잘 쓴다.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별도의 카메라는 필요 없어졌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허나 스마트폰만 똘똘해진 게 아니다. DSLR은 발전하는 기술력을 오직 사진에만 특화시켰다. 그래서 스마트폰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DSLR이 구현하는 퀄리티는 따라오지 못한다. 날씨가 나쁘거나 광원이 부족한 때, 그리고 실내에서 인물이나 소품을 찍으면 딱 표시가 난다. 포커스 아웃이 되지 않아 밋밋하고, 줌 기능은 화질이 떨어지는 등의 약점도 치명적이다. 물론 DSLR이 스마트폰을 이기기 위한 고급화 전략 속에서 치뤄야 할 ‘무엇’은 분명히 있다. 들고 다니기 편하고 가격 부담이 없지만 사진의 질은 아쉬운 스마트폰. 엄청난 무게와 비싼 가격 때문에 등골이 휘지만, 막상 나온 사진을 보면 행복해지는 DSLR 카메라.
서로의 약점을 지우기 위한 다툼도 치열하다. 최신 스마트폰은 DSLR처럼 셔터 속도, ISO, 노출도 등의 수동 조절 모드를 지원하거나, 광학 손떨림 보정, 자동 HDR, 피사체 추적 AF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전문 카메라 시장에서는 DSLR의 무게와 부피를 줄이고 디지털 기술의 발전을 곧바로 적용시키기 위한 미러리스 카메라를 새로운 라인업으로 발전시켜왔다. 미러박스를 없앤 콤팩트한 형태이지만, 렌즈를 교체하는 등의 전문적인 손맛을 가능하게 했다. 스마트폰처럼 무선 인터넷으로 접속해 곧바로 SNS에 업로드할 수도 있다.

여행 가방을 싸고 있는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선택도 달라진다

상대방을 닮아가려는 노력을 통해 혼종의 기기를 만들어가기도 한다. 필름 카메라의 명가 코닥은 1941년 출시한 고전 카메라와 비슷한 질감의 가죽 커버에 고성능의 현대식 카메라 기술을 결합한 스마트폰을 내놓았다. DSLR 촬영할 때 특유의 느낌을 주는 반셔터 기능도 더했다. DSLR을 스마트폰과 결합시키는 방법들도 개발되고 있다.
전용기기에 장착한 뒤에 스마트폰 앱으로 조정해서 360도 파노라마 촬영을 하거나, 패닝샷, 틸트샷, 달리샷 등 고급 동영상을 촬영하는 기술이 가능하다.
이제 답을 내릴 때다. 여행 가방을 싸고 있는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어차피 주머니에 넣고 다닐 가벼운 스마트폰으로 만족할까? 아니면 무겁긴 하지만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줄 DSLR 장비를 챙길까? 혹은 이런 답도 가능하다. 둘 다 가져간다. 밝은 대낮에 도심을 바쁘게 걸어다닐 때는 스마트폰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북극의 오로라, 남태평양의 석양 등 결정적인 풍경 속에서 인생 샷을 얻기 위해서는 DSLR과 삼각대를 준비해 간다. 어찌 되었든 ‘멋진 한 장’을 위한 행복한 고민이다.

글. 이명석(문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