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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혹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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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를 잡으면
딸꾹질이 멈춘다?

‘그렇게 하면 어찌어찌 된다더라’하는 ‘카더라’ 통신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뜬소문으로 왔다가는 연예계 가십거리를 넘어서 조상대대로, 할머니를 통해 엄마의 입을 통해 구전되어 오는 민간요법들도 근거 없는 ‘카더라’일 때가 많다. 대표적인 ‘카더라’ 민간요법을 살펴보자.

근거도 없고, 책임지는 이도 없는 민간요법

2013년에 개설된 한 인터넷카페가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였다. 카페의 이름은 ‘약안 쓰고 아이 키우기(이하 안아키)’. 이 카페를 개설한 한의사 김 씨는 ‘백신을 맞거나 항생제를 맞는 등 치료법이 과다하기 때문에 아픈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집에서도 충분히 낫게 할 수 있음’을 주장하며 여러 가지 비법을 공유했다.
가령 예방접종을 하면 항체가 3~6년 지속되지만 어릴 때 자연 면역으로 항체가 생기면 평생 지속되므로, 굳이 예방접종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진위여부를 두고 논란은 꽤 오래 지속됐다. 논란에서만 그친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안아키’에서 보고 배운 대로 아이들을 방치했다가 오히려 아이들을 심각한 상태에 빠뜨린 사례가 속속 등장했다. 결국 이 카페는 지난해 5월 폐쇄됐다.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주장이 민간요법으로 둔갑해 어린이들을 위협한 셈이다. 그만큼 지금까지 잘 알려진 민간요법이 정말 과학적으로 사실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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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했을 때 바늘로
    손가락을 찌르면 낫는다?
    소화불량으로 속이 불편할 때 손가락 끝을 찔러 검붉은 피를 내 본 경험이 있는가. 어른들은 검붉은 피를 보고 “이제 체한 기가 빠져나갔으니 곧 소화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듯이 말해왔다. 그 말에 ‘아, 정말 체한 게 맞구나’ 하는 심리적인 안도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방법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 일부 체한 사람들의 손가락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나오는 이유는 정맥을 찔렀기 때문이다. 정맥은 동맥에 비해 산소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피가 검게 보인다. 또한 바늘로 살을 찌를 때 세균 감염이 될 위험이 있다.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한 번에 잘 찌르기 위해 바늘에 머리 기름을 바르는 모습을. 이 행위 역시 오염을 자초하는 일이다. 심하게 체했을 때에는 바른 자세로 가만히 누워서 쉬거나, 배를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이런 방법으로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소화제를 먹어야 한다. 만약 체하는 일이 너무 잦다면 병원을 찾아 특별한 원인이 있는지 찾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소화제를 먹는 방법에 대해서도 속설처럼 알려진 비법들이 있다. 소화제를 ‘따뜻한 물’과 먹어야 한다거나, 다음 식사를 하기 전에 먹어야 한다는 것 등이다. 먼저 소화제를 따뜻한 물과 먹어야 한다는 얘기는 맞다. 물이 아닌 우유나 커피 등은 약이 효율적으로 흡수되는 일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차가운 물은 위점막을 수축시켜 약물이 흡수되는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하지만 소화제를 식사하기 전에 먹어야 한다는 얘기는 틀렸다. 소화제에는 위점막에 자극을 가하는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에 식사 후 바로, 또는 식사한 지 30분 뒤에 먹는 것이 좋다.
    한편, 체했을 때 탄산음료를 먹으면 낫는다는 사람들도 꽤 많다. 하지만 이 방법은 옳지 않다. 이산화탄소가 많아져 일시적으로 트림이 증가해 소화가 잘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카페인 때문에 소화불량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또 탄산음료에 든 당분이 오히려 가스를 많이 만들어 훨씬 더부룩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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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했을 때 바늘로
    손가락을 찌르면 낫는다?
    도통 멈출 기미가 없다가 깜짝 놀라는 바람에 딸꾹질이 금세 멈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딸꾹질은 갑자기 횡경막이 수축하면서 성문이 막혀 호흡기관 근육이 수축하면서 일어난다. 자율신경의 반사작용이기 때문에 임의로 시작하거나 멈추기 어렵다. 대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긴장했을 때 일어난다.
    전문가들은 딸꾹질을 멈추려면 혀를 잡아당겨 비인후부를 자극하거나, 양 무릎을 가슴에 붙여 횡격막을 자극하라고 조언한다. 숨을 참거나 재채기를 하거나, 민간요법대로 갑자기 깜짝 놀라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딸꾹질을 멈추는 이색적인 방법을 연구해 상까지 받은 과학자도 있다.
    매년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하기 전, 미국 하버드대의 유머과학잡지사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엽기적이고 재밌는 과학 연구를 꼽아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을 수여한다. 2006년 이그노벨상 의학 분야는 딸꾹질을 멈추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알아낸 공로로 미국 테네시 의대 응급의학과 프랜시스 페스미어 박사팀이 수상했다.
    페스미어 박사는 심장질환 관련 전문가인데, 딸꾹질이 날 때 항문에 손가락을 넣고 마사지하면, 일시적으로 급상승한 심장박동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밝혀냈다. 엽기적인 방법이라 실행에 옮기는 이는 없겠지만, 실험을 통해 입증이 됐다는 것에 주목을 받을 만하다.
    민간요법이 모두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체질에 맞거나 우연히 몇 번 효과를 봤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경계해야할 건 적절한 치료나 대책은 기피한 채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민간요법만을 맹신하는 것이다.
글. 김아지(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