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영역

컨텐츠 내용

MG Culture

그땐 그랬지

컨텐츠 이미지

겨울 방학은
행복이어라

학창시절, ‘방학’이라는 이 두 글자보다 설렘을 주는 말이 또 있었을까. 특히 여름 방학보다 길었던 겨울 방학은 더없이 행복했다. 눈이며 빙판 위에서 즐기는 겨울 놀이에 마냥 신나기만 했던 그때 그 시절의 겨울 방학을 소환해보자.

한겨울 추위도 끄떡없는 겨울 방학

컴퓨터도 스마트폰도 없지만, 그 옛날 겨울 방학은 늘 신났다. 방학동안 만큼은 일찍 일어날 필요도 없었고, 오랜 시간 앉아 숙제나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무엇보다 밖에서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즐거웠다.
추운 겨울이지만 온종일 밖에서 놀고 또 놀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겨울에만 즐길 수 있었던 다양한 놀이 때문이다. 썰매, 스케이트는 물론 팽이 돌리기, 연날리기까지 신나지 않은 것이 어디 있었으랴. 눈이라도 오는 날에는 눈싸움을 한바탕 벌인 뒤 사이좋게 눈사람을 만드는 일조차 즐거웠다. 해 떨어진 줄도 모르고 놀다 “OO야, 저녁 먹자”는 엄마의 부름에 아쉬움 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간 추억은 누구나 있다.
겨울 놀이의 꽃은 스케이팅. 지금이야 실내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트를 타지만, 1950년~60년대 시골에서는 꽁꽁 언 논이며 밭, 집 앞의 강이 곧 아이스링크였다. 큰 널빤지에 굵은 철사를 붙여 만든 조금 어설픈 썰매지만, 친구들과 서로 밀어주며 타는 썰매는 ‘꿀잼 보장’이었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썰매, 비료 자루에 몸을 맡기고 빙판 위를 달리고 또 달렸다.
특히 1960~70년대의 겨울은 ‘스케이트’ 열풍이었다. 1963년도에 미아리에서 전국 남녀학생 스케이팅 대회가 처음 열렸다는 기록도 있다. 혹자는 ‘1970년대 빙상계 간판스타 이영하 선수의 멋진 스피드 스케이팅 모습이 1970년대 겨울을 상징하는 추억 같은 장면’이라고 이야기했다. 지금도 그 시절 꽁꽁 얼어붙은 한강이며 경복궁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다.
여전히 겨울이면 스케이트는 인기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가족이나 연인, 친구끼리 손을 잡고 도심 곳곳에서 스케이트를 타느라 북적거리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군부대로 견학을 떠났던 70년대

긴 겨울 방학 대부분을 밖에서 놀던 아이들은 개학 며칠 전부터는 온전히 집안에 머무르며 방학 숙제를 했다. 전국 모든 초등학생이 해야 하는 탐구생활과 일기쓰기로 압축되는 방학 숙제는 아이들에게 꽤 힘든 과제이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1970년대에 학생들이 겨울 방학 숙제를 하기 위해 군부대로 견학까지 다녀왔다는 사실이다.
방학은 학기 중 배우지 못한 것을 배우고, 다양한 체험을 하는 시간이기에 1970년대나, 1980년대, 30여 년이 지난 2018년까지 방학을 보내는 아이들의 모습은 비슷하다. 문화 유적지를 순례하고, 박물관을 관람하고 미술관 투어를 하며, 또 수영이나 악기 등 그동안 배우지 못하는 것을 배우기도 한다.
최근에는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긴 겨울 방학을 이용해 ‘한달살이’체험에 나서고 있다. 한달살이는 짧은 시간 관광을 목적으로 돌아다니는 여행과 달리 한 달 동안 그 지역에 머물며 현지인처럼 생활하는 것으로 여름철에는 제주도로, 겨울철에는 따뜻한 동남아로 많이 떠난다.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보며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또 좋은 추억을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겨울 방학 내내 인기가 좋은 곳도 물론 있다. 설경을 즐기며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는 강원도로의 여행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겨울 방학이지만, 만약 한 번쯤 다시 돌아온다면 길고 긴 40여 일 동안 무엇을 하며 보낼까. 상상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즐겁다.

글. 정임경(자유기고가)
일러스트. 이신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