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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눈 사이로  스노보드를 타고
달리는 기분  상쾌도 하다!

남충주새마을금고 홍미경 대리 가족

12월이 얼마 남지 않은 금요일 퇴근길, 충남 충주시 남충주새마을금고 홍미경 대리의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에너지를 발산하지 못해 몸부림을 치는 두 아들 녀석과 주말부부로 떨어져 지내는 남편과의 특별한 1박 2일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끼리 모처럼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쾌재를 부른 홍미경 대리 가족의 행복한 순간을 따라가 보자.

| 이미혜 사진 | 선규민

장난꾸러기 형제의 소원이 이뤄지다

남충주새마을금고 홍미경 대리는 우연히 처음 간 미용실에서 그녀의 참한 인상을 눈여겨 본 헤어 디자이너의 주선으로 남편 안용대 씨를 만났다. 다짜고짜 그녀와 잘 어울릴만한 사람이 있으니 만나보라는 제안에 당황했지만, 끈질긴 설득에 만나보겠다고 수락한 것이다.
“막상 만나보니, 왜 그렇게 적극적으로 소개해주고 싶어 했는지 이해가 될 만큼 자상한 남자였어요. 호감을 느껴서 1년 반 동안 연애하고, 결혼해 함께 산 지 11년이 됐네요.”
궁합도 보지 않는 네 살 차이의 남녀는 가정을 이뤄 10살, 9살, 19개월이 된 아들 셋을 두었다. 연년생 형제에게 엄마의 손길이 줄어들 즈음, 평소 친정어머니로부터 ‘여자한테는 딸이 있어야 한다. 엄마를 이해하고, 친구 같은 사이로 공감할 수 있기는 아들보다 딸이 낫다’는 걱정을 들어왔던 홍미경 대리는 딸을 원하는 마음으로 셋째 갖기에 도전했지만, 딸처럼 애교 많은 아들이 생겨 지금처럼 아름다운 홍일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의 삶이 누구나 짐작하듯 쉽지 않은데, 한 달 전 남편이 본사로 발령이 나서 주말부부 신세까지 됐으니, 그녀의 2018년 겨울은 고난의 연속인 셈이다.
“막내 현성이를 돌보는 데 첫째 현중이와 둘째 현규가 많이 도와줘요. 옷 갈아입히는 것은 기본이고, 잔심부름도 도맡아줘서 항상 고맙죠. 한참 어린 동생을 귀여워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지만, 막내 때문에 나들이 한번 제대로 못해 안쓰러운 마음이 컸어요.”
스키장 나들이는 에너지 넘치는 두 형제가 소원하던 스노보드를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엄마와 아빠를 독차지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더없이 소중한 기회다.

스노보드로 하나 된 우리

남편 안용대 씨는 회사 스노보드 동호회에서 활동할 정도로 스노보드 마니아다. 홍미경 대리는 연애 시절 남편에게 스노보드를 배운 적이 있지만, 결혼 후 스키장 나들이는 이번이 처음이다.
스노보드를 타다 보면 눈밭에 이리저리 넘어지고 구르기 십상. 안전을 위해 헬멧과 보호장비는 꼭 착용해야 할 뿐만 아니라 발 크기에 맞는 부츠와 데크도 필수다. 홍미경 대리 부부는 우선 필요한 장비를 빌린 후, 초급 슬로프 한쪽에 자리 잡고 두 아이에게 스노보드 타는 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오늘의 강사인 아빠의 지휘 아래 현중이와 현규는 준비운동을 간단히 한 후, 바인딩을 착용하는 방법을 시작으로 균형 잡는 법부터 배웠다. 양팔을 자연스레 뻗고 양발에 균등하게 몸의 무게를 싣고, 발목과 무릎, 엉덩이를 살짝 굽히되, 허리는 곧게 펴는 것이 기본 자세이다.
평소 꼼꼼하고 섬세한 성격을 지닌 첫째 현중이는 정확한 동작을 익히고 싶은지 아빠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는다. 아직 보드가 익숙지 않아 바인딩을 착용할 때마다 엄마·아빠가 도와줘야 했지만, 보드를 타고 제대로 설 수 있는 법과 보드의 양날인 에지(edge)를 이용해 속도를 조절하는 기술까지 일사천리로 배워나갔다.
“두 아이 모두 태권도를 한 지 오래됐어요. 현중이는 얼마 전에 검은 띠도 따고 격파대회에서 수상한 이력까지 있답니다.
운동 신경이 좋은 아이들이라 1~2시간 정도 기본 자세만 잘 배운다면 라이딩은 무리 없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빠에게 배운 자세를 몸으로 기억하기 위해 열심인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부의 눈빛에는 대견함이 가득하다. 현규는 고소공포증이 있다고 엄살을 부리면서도 정상에 올라 보기 좋게 내려오고 싶은 승부욕 가득한 모습도 보였다. 언제쯤 정상에서 내려올 수 있냐고 아빠를 재촉하더니, 급기야는 혼자서 데크를 끌고 중턱까지 올라갔다.
마음이 앞서 욕심을 내보지만 경사면을 내려서자마자 엉거주춤한 자세로 ‘우당탕’ 넘어지기를 반복하는 현규. 기본 자세만 연습하는 것이 지루하다는 현규에게 아빠 안용대 씨는 “즐거움을 위해서는 고생을 감수할 줄 알아야 한다.”고 다독였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삶의 이치를 아이들이 몸으로 깨우치고 있었다. 아이들이 기본자세를 익히느라 열중하는 사이, 홍미경 대리도 오랜만에 데크에 몸을 맡겼다. 10년 만에 타는 거라 처음이나 다름없다고 겸손함을 보였지만, 슬로프를 가로지르는 모습을 보니, 몸의 기억이 되살아난 듯 하다.

H  A  P  P  Y            F  A  M  I  L  Y
겨울을 기억하게 할 추억을 만들다

눈밭에 에너지를 쏟아부었으니, 다시 배를 채울 차례다. 핫도그, 떡볶이, 김밥까지 형제가 좋아하는 간식을 사이좋게 해치운 후, 오늘 묵을 콘도에 들러 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현중이와 현규는 창밖으로 리프트와 곤돌라가 오르내리는 스키장 전경이 신기하면서도 멋지다고 시선을 떼지 못한다.
“아이들이 스키장에 와본 건 오늘이 처음이에요. 예상했던 것보다 더 아이들이 좋아해서 진작 데려오지 못한 게 미안할 정도입니다. 엄마의 마음은 항상 못 해준 것만 눈에 더 밟혀요. 아마 겨울이 될 때마다 오늘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현중이와 현규도 그렇겠죠?”
아내 덕분에 갑작스런 여행의 묘미를 느꼈다며, 남편 안용대 씨 또한 엄지를 치켜세웠다.
“저희 아내는 이렇게 예쁜 짓만 골라서 한답니다. (웃음) 원치 않게 이산가족으로 지내서 항상 가족과 함께하는 주말이 소중한데, 오늘 두 아들에게 스노보드가 얼마나 재미있는 레포츠인지 직접 가르쳐줄 수 있어서 뿌듯했어요. 여름에 경주로 가족여행을 다녀온 후 오랜만이라 제대로 기분전환이 됐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잠시 쉬는가 싶던 현중이가 다시 연습해야겠다고 아빠의 손을 끌었다. 밖에 나가지 않겠다던 현규도 형이 나서자, 빠지고 싶지 않은 듯 주섬주섬 옷을 챙긴다. 내일은 꼭 리프트로 올라가서 스노보드를 타고 내려오겠다고 다짐하는 두 형제의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니, 스키장에서의 1박 2일을 이보다 더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싶다.

아이들이 스키장에 와본 건 오늘이 처음이에요.
예상했던 것보다 더 아이들이 좋아해서
진작 데려오지 못한 게 미안할 정도입니다.
엄마의 마음은 항상 못 해준 것만 눈에 더 밟혀요.
아마 겨울이 될 때마다 오늘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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