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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봄 사이
탐나는  제주

제주의 여름은 익숙하다. 눈만 감아도 그려지는 풍광이 있다. 에메랄드 빛으로 생동하는 바다. 청명한 하늘, 우거진 녹음, 우직하고 선명한 돌담들. 지금의 제주는 글쎄, 여름만큼 설렐까. 의심으로 묻는다면 확신으로 답할 것이다. 겨울과 봄 사이 제주는 탐나도록 신비롭다고.

글+사진 | 박치완(여행작가)

화려한 동백꽃으로 둘러쌓인 휴애리 포토존
달콤한 동백꽃의
향기에 취하다

제주도의 겨울은 더욱 화사하고 아름답다. 붉은 동백꽃이 화려하게 섬을 단장시켜주기 때문이다. 특히 남쪽지방에서 많이 자라는 애기동백나무는 꽃이 피기 시작하면 일제히 만개해 달콤한 꽃향기가 멀리까지 퍼져 나가 객들의 발길을 옮기게 만든다. 위미리에 있는 제주동백수목원은 40년 넘게 자란 거대한 애기동백나무가 빼곡하다. 그동안 사람의 출입을 금하다 3년 전부터 개방을 하면서 ‘인생샷’을 남기기 위해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꽃이 한창 만개할 때는 동그랗게 다듬어진 큼지막한 나무 전체가 동백꽃으로 둘러싸인 환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온몸을 휘감는 진한 꽃향기를 맡으며 동백나무숲을 걷다 보면 신비한 동화 속 나라에 온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휴애리 자연생활농원에서도 동백군락을 만날 수 있다. 동백축제가 열리는 초겨울에는 애기동백나무 사이 사이 마련된 포토존에서 ‘인생샷’도 남기고 흑돼지 쇼, 승마 체험, 동식물 관람 등 즐길 거리가 많아 가족끼리 여행하기 좋다. 봄꽃만이 꽃이겠는가. 꽃구경 하기 힘든 겨울, 제주에서는 오가는 사람 마음 죄다 훔치는 요망한 동백꽃이 부지런히 매력을 떨치는 중이다.

  • 길게 뻗어 자란 나무에 눈이 내린 사려니숲길
  • 감귤밭 귤따기 체험이 되는 감귤밭 ‘제주에인’
자연 그대로의 신성함이 살아 있는
사려니숲길

눈이 많이 오는 제주의 겨울 정취를 만끽하고 싶다면 언제라도 걷기 좋은 ‘사려니숲길’로 떠나라. 적막에 가까운 숲의 고요함 속에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가 음악처럼 귓가를 간지럽힐 것이다. 사려니는 ‘신성한 곳’이라는 뜻이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 보전 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오랜 시간 하늘 향해 쭉쭉 뻗어 올라간 삼나무와 편백나무들 사이를 그저 걸어보라. 많은 말이 필요치 않은 곳임을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공항이나 제주시내에서 쉽게 갈수 있는 절물자연휴양림이나 비자림도 겨울 정취를 느끼기 위해 많이 찾는 곳들이다. 눈이 오래, 많이 올 때는 천년의 숲이 온통 눈 덮인 ‘겨울왕국’이 되는데, 이 황홀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운이 있다고 전해지니 새해 좋은 기운을 바란다면 발길을 옮겨 봐도 좋겠다.

  • 휴애리 돌담 위로 예쁘게 핀 동백꽃
  • 눈이 내린 절물자연휴양림의 고즈넉한 산책길
남쪽지방에서 많이 자라는
애기동백나무는 꽃이 피기 시작하면
일제히 만개해 달콤한 꽃향기가
멀리까지 퍼져 나가
객들의 발길을 옮기게 만든다.
위미리에 있는 제주동백수목원은
40년 넘게 자란 거대한
애기동백나무가 빼곡하다.
  • 이색적인 포토존이 있는 ‘귤꽃카페’
  • 순수한 매력을 느낄수 있는 아날로그 감귤카페의 일몰
귤밭에서 귤 먹고,
귤 따고, 귤 갖고

제주로 걸음 했다면 귤밭농장도 꼭 들러보기를 권한다. 겉핥기로 제주 명소만을 오가다 돌아가는 길에 습관처럼 사가는 귤 한 박스와는 다른 생생함을 맛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제주도는 2015년부터 매년 12월 1일을 ‘감귤데이’로 공식 지정했다.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도 탐스럽게 익은 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을 금세 만나볼 수 있는데, 쉽게 만난다고 쉬이 따먹었다가는 큰 코 다치기 쉽다. 대부분의 귤밭은 수확 목적이기에 외부인 출입을 금하고 있다. 이런 아쉬움을 달래고자 제주에는 ‘귤밭카페’들이 성황 중이다. 오래된 귤밭 창고를 깔끔하게 단장해 카페로 만들고 감귤나무 사이 곳곳에 의자와 소품 등을 이용해 이색적인 포토존을 마련해 놓았다.
향긋한 귤 향기 맡으며 차도 마시고, 사진도 찍고, 휴식도 취할 수 있는 곳이라 여행의 시작이 됐든, 마무리가 됐든 언제 들러도 여운이 오래가는 선택이 될 것이다. 또한 감귤 수확철에는 귤 따기 체험도 할 수 있어 더욱 인기다. 귤을 따는 동안 바로 먹을 수 있고, 정해진 양만큼은 따서 가져가는 것도 가능해 따는 재미와 먹는 기쁨도 함께 느껴볼 수 있다. 귤밭에서 직접 수확한 신선한 귤로 만든 음료를 먹는 것 역시 소소한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

잠시 잠깐의 휴식도
이색적인 곳으로

말 그대로 해발 1,100m에 있는 ‘1100고지’는 한때 한국에서 차로 갈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을 가리켰다. 지대가 놓아 한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눈 덮인 설원을 탁 트인 시야로 조망해볼 수 있다. 휴게소 옆 습지는 지질학적·생물학적 가치가 높아 세계적으로 보존하는 ‘람사르습지’로 등록되어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2층 전망대에서 멀리 눈 쌓인 한라산의 웅장한 모습과 정상까지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보인다. 1100고지로 가는 1100도로는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이어주는데 겨울에는 도로 양 옆 나무에 핀 새하얀 눈꽃을 보면서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좋다. 올레 3코스를 걷다 만날 수 있는 신천목장 역시 겨울과 봄 사이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감귤 수확이 이뤄지는 초겨울부터 볼 수 있는 진풍경으로 넓은 들판 위를 가득 메운 귤껍질이 바다처럼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들판 맞은편으로 제주의 푸른 바다가 바로 이어져 이색적인 조화를 이뤄 한참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1100고지에서 바라본 눈덮인 한라산의 멋진 풍경
골목 사이 사이 아날로그 감성의
숨은 제주가 있다

제주에는 소소한 공방들과 갤러리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제주공항과 가까운 신제주의 소품샵에는 제주에서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을 가지고 만든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제주시에서 원도심이라 불리는 제주목관아 건너편은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있는 곳으로 골목길에 작은 공방과 갤러리들이 모여 있다. 지역 작가들이 만든 수제 해녀인형, 설물대할망 도자 인형, 동자석, 해녀와 동백꽃이 그려진 도자 등 제주의 특색을 살린, 제주 감성이 물씬 나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소규모 갤러리에는 이주민과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문화 전시가 상시 진행 중이라 제주도민의 생활 문화와 소박한 삶의 면면을 엿볼 수 있다.
겨울과 봄 사이 만날 수 있는 제주는 여름의 제주만큼 역동적이고, 화려하거나 설레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여름에는 느낄 수 없는 신비로움이 발길 닿는 곳곳마다 펼쳐진다. 시리도록 추운 겨울에서 잠시 비껴나 조금 일찍 봄과 마주하고 싶다면 지금의 제주가 아주 딱이다.

감귤 껍질을 말리느라 끝없이 펼쳐진 신천목장
  • 작지만 제주의 예술을 느낄수 있는 원도심 갤러리
  • 제주도의 토속 문화를 주제로 한 원도심 공방
TIP
  • 귤꽃카페

    영업시간 11:00~18:00(동절기), 매주 수·목요일 휴일

  • 제주에인 감귤밭

    영업시간 10:00~18:00, 매주 수요일 휴일

  • 아날로그 감귤

    영업시간 10:00~18:00, 매주 화요일 휴일
    * 감귤카페는 1인 1메뉴로 귤따기 체험비가 별도로 있고, 귤이 없으면 체험은 진행하지 않음.

  • 손맛촌

    통갈치구이 맛집. 어른 3~4명 기준
    A코스를 주문하면 전복뚝배기, 성게미역국, 전복회, 한치물회, 갈치튀김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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