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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갯벌은  처음이지?

제천 동현새마을금고  유선희 계장 가족

안면도는 태안반도 중간에 있어 아름다운 서해를 완벽하게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넓디넓은 갯벌부터 일출 명소, 해운 풍광, 식도락 등 풍부한 즐길거리 덕분에 사계절 내내 여행객이 많은 주말 여행지이기도 하다. 제천 동현새마을금고 유선희 계장 가족이 투박한 매력이 가득해 더 정겨운 곳, 안면도를 찾았다. 서해 나들이는 이번이 처음이라 설렘이 가득하다.

| 이미혜 사진 | 선규민

생애 첫 서해 나들이

제천 동현새마을금고 유선희 계장에게 지난 겨울은 유난히 춥고 아팠다. 평생 잊지 못할 만큼 인생의 가장 큰 시련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8년 12월 30일에 평생을 의지해온 친정엄마가 돌아가셨다. 유난히 사이가 좋은 모녀 사이였기에 친정엄마의 부재는 아직도 유선희 계장에게 꿈처럼 믿기 힘든 일이다.
“엄마가 우리 집에서 함께 지내시다 2년 정도 투병 생활을 하셨어요. 세상에서 나를 가장 믿어주던 존재가 사라지니, 혼자 벌거벗고 서 있는 기분이 들어요. 아직도 맨날 눈물 바람이지만, 엄마가 바라는 딸의 모습은 슬픔에 잠긴 모습은 아닌 것 같아 더 많이 웃으려고 노력합니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제 역할을 잘 해내길 바라실 것 같아서요. 엄마가 입원한 동안 남편과 두 아이에게 많이 소홀했는데, 오늘 제대로 만회하려고요. 제천에서 안면도까지는 먼 거리라 서해로 여행을 와본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바닷물이 빠져나간 후 넓은 땅으로 변신하는 갯벌을 두 아이에게 꼭 보여주고 싶어요.”
제천에서 3시간을 달려 태안 청포대 해수욕장에 도착한 두아이는 탁 트인 바다와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장을 보자마자 환호성을 질렀다. 유선희 계장은 장시간 운전한 남편에게 휴식을 선사하고 싶지만, 주이와 승현이의 재촉에 펜션을 둘러볼 새도 없이 갯벌체험을 준비해야만 했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후
넓은 땅으로
변신하는 갯벌을
두 아이에게
꼭 보여주고
싶어요.
갯벌에서 행복을 충전하다

만반의 준비를 마친 유선희 계장 가족은 호미와 조개를 담을 바구니 등을 챙겨 갯벌로 향했다. 남편 옥재영 씨는 두 아이에게 갯벌이 썰물 때 바닷물이 빠져나가서 넓고 평평한 땅을 드러내는 바닷가의 땅이라고 설명하며, 땅에 박힌 조개와 갖가지 생물을 탐색했다. 바닷물이 밀려들어 오기 시작하면 그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당부와 함께 밀물과 썰물에 대해 10살인 주이가 이해하기 쉽도록 알려주었다.
“남편이 아이들을 살뜰하게 챙겨요. 첫째 주이에게는 항상 ‘공주야!’라고 부르며 꼼짝 못 하는 딸바보 아빠에다가 둘째 승현이에게는 가장 잘 맞는 친구가 되어줘요. 두 아이와 놀아준다는, 돌보는 개념이 아니라 아이들과 노는 것을 본인이 즐거워하거든요. 남편이 가정적인 데다가 아이들에게 자상한 아빠라 항상 고마운 마음이 큽니다. 이 남자와 결혼하길 잘했다 싶어요. (웃음)”
갯벌에서 조개를 잡는 방법을 미리 조사해왔다는 9살 승현이는 맛조개 100개를 캐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빠와 함께 조개 숨구멍을 찾아다니다 갯벌에 걸어 다니는 갈매기를 발견하자 반가운 마음에 목청껏 ‘안녕’을 외친다. 하늘에 날아다니는 갈매기만 봤지, 옆에서 본 건 처음이라 신기한가 보다. 갈매기 꽁무니를 살금살금 쫓아다니느라 조개 캐기는 뒷전. 아이들에게 아빠가 뛰어가자 갈매기는 쫓기듯 날아가 버렸고, 아이들은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다.
주이가 호미로 조개를 캐자마자 승현이에게 건넨다. 한 살 터울의 남매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 사이라 사소한 것 하나도 서로의 것부터 챙긴다.
“남매가 연년생이라 앞으로 안고, 뒤에는 업은 채 키웠어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두 아이를 키우는 것이 전쟁처럼 치열했지만, 둘이 우애가 깊어서 뿌듯해요.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이 주이와 승현이를 낳은 거예요. 부모의 마음이 다 같지 않을까요?”
맛조개 캐기에 집중하는 주이와 달리, 승현이는 꽃게도 쫓아 다니고, 모래놀이를 하느라 분주하다. 모래사장에 가족에게 전하고픈 말을 적어보기도 하면서 유선희 계장 가족은 갯벌을 놀이터 삼아 지금 이 순간의 행복에 집중했다.

  • 가족은 삶의 원천이고, 함께할수록 행복은 증폭된다 ♥
HAPPY FAMILY
공룡 마니아 남매의 성지, 안면도 쥬라기박물관

갯벌에서 서해를 제대로 경험한 유선희 계장 가족은 펜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안면도를 찾은 첫 번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발길을 옮겼다. 사실, 안면도로 여행을 온 것은 갯벌체험도 있었지만, 공룡 마니아인 주이와 승현이가 안면도 쥬라기박물관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이었다.
안면도 쥬라기박물관은 중생대 쥬라기와 백악기 시대의 공룡이 전시되어 국내 최대 공룡화석표본을 보유하고 있는 공룡박물관이다. 미국에서 발견된 진품 아파토사우루스 골격과 아르헨티나의 글렌 로커 박사가 세계 최초로 발견한 티타노사우루스의 알, 그리고 영국의 켄달 마틴 박사가 발견한 진품 스피노사우루스 골격 등 진짜 공룡이 전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출토되는 다양한 광물과 보석으로 가공되기 전의 원석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온순한 초식공룡 브라키오를 좋아하는 주이와는 달리, 승현이는 공룡의 제왕인 티라노사우르스와 랍토르를 최고로 꼽았다. 야외 정원에 자리잡은 실물 크기의 공룡 모형을 보자, 두 아이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동시에 탄성을 자아냈다. 트리케라톱스, 랍토르, 기가노토, 타르보 등 어른도 알기 힘든 공룡의 이름을 줄줄이 외우며 공룡 마니아임을 인증했다.
“승현이는 남자아이라 공룡을 좋아하는 게 어느 정도 이해가 됐는데, 주이도 인형보다 공룡을 더 좋아하더라고요. 틈나는대로 공룡 모형을 모으고, 주구장창 공룡을 그리고 만들며 놀았어요. 덕분에 저도 공룡에 대한 지식이 많이 쌓였고, 아이들과 더 가깝게 놀 수 있게 됐죠.”
유선희 계장은 “가족은 삶의 원천이고, 함께할수록 행복은 증폭된다.”는 말을 남기며 남편과 아이들이 즐겁게 뛰노는 야외놀이터로 향했다. 가족의 환한 웃음이 봄날의 햇볕과 함께 빛났다.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한 이 순간을, 그들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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