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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접속의 시대,  소유의  종말

스트리밍 서비스와 ‘넷플릭스’

언제나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에서 물리적인 매체는 점차 사라지기 마련이다. 콘텐츠를 번거롭게 옮길 필요 없이 필요한 순간에 접속해서 곧바로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가 이런 시대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 이상우(문화평론가, 협성대 강사)

<킹덤>, 그리고 넷플릭스

<킹덤>에 대한 정보를 처음 접한 것은 한 대형건물의 옥외광고였다. ‘1월 25일 공개’라고 적혀 있기에 당연히 국내에서 개봉하는 영화의 홍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영화도 아니었고, 영화관에서 볼 수도 없는 작품이었다. 검색창을 통해 <킹덤>이 시즌제로 제작되는 드라마이며, ‘넷플릭스’라는 서비스에 가입해야만 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국내에서 제작되었을 뿐, 관련 투자 모두 넷플릭스에서 진행된 것은 물론이다.
넷플릭스는 세계 최대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서 유료 가입자만 5,700만명에 이른다. <킹덤>은 한국에서 제작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로서 회당 약 2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TV에서 보던 기존 드라마와는 사뭇 달랐다. 분량이나 이야기의 호흡은 분명 TV드라마의 그것이었지만 영상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못지않게 세련되었고 표현 수위도 훨씬 자유로웠다. <넷플릭스>에 접속하면 이런 오리지널 작품들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마니아층도 상당하다.
최근 넷플릭스는 단순히 영화의 판권을 구입해 서비스하는 플랫폼을 넘어 많은 자금을 투자해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향후 스트리밍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결국 콘텐츠의 품질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단순한 IT 서비스 기업이 아니라 제작에서 배급까지 총괄하는 거대 엔터테인먼트기업인 셈이다.

넷플릭스는
개인의 콘텐츠
이용 패턴을 분석해서
새로운 콘텐츠가
출시되었을 때
좋아할 만한 것을
제안한다.
물리적 매체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아주 먼 옛날, 음악이나 공연은 아주 특별한 날에만 경험할 수 있었다. 그것은 오직 기억 속에만 저장될 뿐이었다. 19세기에 등장한 여러 기술들은 이런 경험들을 마치 캡슐처럼 담아서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도록 도왔다. 예컨대 음악은 레코드 음반에 담겨져 거실의 턴테이블 위에서 재생되었다. 특별한 경험이 일상적인 경험이 된 것 이다. 영화는 영상을 저장하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새로운 예술장르였다. 초창기에는 극장에서 상영하는 방식을 취했으나 브라운관 기술과 비디오테이프 기술이 등장하면서 집에서도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기술이 등장한 이후,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은 크게 달라졌으나 물리적인 매체는 여전히 존재했다. CD, DVD, 블루레이에 이르기까지 더 많은 용량을 담을 수 있도록 매체는 존재하며 진화할 뿐이었다.
하지만 초고속 네트워크 기술은 이 모든 물리적 매체와 다운로드를 불필요한 과정으로 만들었다. 음악은 물론 고화질의 영상까지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을 정도로 전송속도가 빨라지면서 이제는 물리적인 매체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사용자에게 콘텐츠를 전송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넷플릭스, 왓챠, 애플뮤직, 멜론 등 오늘날 우리는 미디어 진화의 최종 버전을 실시간으로 경험하고 있다.

일상 속에 흐르는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는 개별 콘텐츠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매월 일정한 금액을 받고 모든 콘텐츠의 이용 권리를 제공한다. 사용자는 콘텐츠를 소유해서 관리하거나 일일이 꺼내서 재생해야 하는 불편함을 덜 수 있고, 공급자는 재고 부담 없이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다. 어떤 기기로 접속하든 자신이 감상하던 콘텐츠를 이어서 볼 수 있다. 특히 사용자 입장에서 스트리밍 서비스의 가장 큰 강점은 큐레이션 기능이다. 넷플릭스는 개인의 콘텐츠 이용 패턴을 분석해서 새로운 콘텐츠가 출시되었을 때 좋아할 만한 것을 제안한다. 음원사이트 또한 마찬가지다. 선호하는 음악의 장르를 설정해 놓으면 해당 장르에 새로운 음원이 출시되거나 관련 콘텐츠가 업로드 될 때 알아서 추천해준다. 이런 큐레이션 기능은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빠른 선택을 돕는다. 우리는 언제나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연결된 모든 미디어로 수많은 콘텐츠가 흘러 들어온다. 저렴한 가격으로 거의 무한대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사람들이 부족한 것은 이제 비용이 아니라 시간이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그 제한된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인기는 콘텐츠의 양이 아니라 그 콘텐츠를 일상 속에 ‘흐르도록’ 만든 것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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