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영역

container

영월새마을금고 조정이 이사장(첫째줄 좌측에서 첫번째)과 직원들

강원 영월새마을금고

성공(成功)  적인  성장(成長)

고난의 강도가 센 이야기일수록 해피엔딩은 짜릿하다. 고전 문구인 ‘난세지영웅(亂世之英雄)’이 지금까지 사랑 받아온 것도 같은 이유. 청산 대상 금고였던 곳이 전년 대비 200%의 성과를 낸 새마을금고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희망의 증거가 되는 ‘영웅들’의 이야기. 강원 영월새마을금고가 쓰고 있다.

| 배미용 사진 | 송인혁

비전 없는 곳이 부활하기까지

영월새마을금고는 출입문이 3개다. 365일 자동화코너 문과 정문은 도로를 향해, 다른 하나는 서부시장 통로로 나 있다. 서부시장은 60년 역사를 가진 영월의 대표 상설시장. 현지인뿐 아니라 관광객 방문도 잦은, 지역의 중심지다. 상거래가 활성화된 곳답게 50m 근방에 금융기관 수만 4곳. 1988년에 설립한 영월새마을금고는 출발이 조금 늦었다.
시장 출입구에 자리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금융기관들이 사이좋게 고객을 선점한 까닭에 영월새마을금고의 영업실적은 초라했다. 연령층이 높은 이들은 기존 금융기관에 충성도가 높은 반면 새마을금고에 대한 신뢰도는 낮았기 때문이다.
“2000년 무렵 대출채권이 부실화되면서 큰 위기를 겪었어요. 손실 누적액이 점점 불어나 폐쇄 직전까지 갔거든요. 더 이상 비전이 없다며 이직하는 직원도 생기더라고요.”
영월새마을금고의 정중근 상무는 당시 임직원들의 희생을 떠올리며 안타까워했다. 남아 있는 직원들이 주말도 반납하며 금고의 정상화를 위해 고군분투해왔던 것. 직원들이 이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주어진 몫을 해내고 있을 때 정봉철 이사를 위시한 당시의 임원들은 어깨에 힘을 빼고 외부 영업에 나섰다.
“영월에서는 시장을 중심으로 소문이 금방 퍼진다는 걸 알기에 새마을금고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어주고, 좋지 않은 편견은 없애는 데에 주력해왔습니다.”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전략은 대출 문턱을 낮추는 것이었다. 다른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이들이 영월새마을금고로 찾아오게 만든 것. ‘자격’과 ‘조건’을 운운하며 거부당한 이들의 자존심을 다독여준 것은 생각보다 효과적이었다.
형편이 어려워 서러움을 겪어본 사람은 알리라. 힘들 때 내밀어 준 손이 얼마나 고마운지를. 영월새마을금고는 무조건 안 된다고 하기보다 같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법을 도모하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해가기 시작했다.

영월에서는 시장을 중심으로 소문이
금방 퍼진다는 걸 알기에 새마을금고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어주고, 좋지 않은 편견은
없애는 데에 주력해왔습니다.
  • 인천 계양새마을금고 이노경 상근이사(前 이사장)
영월 ‘인싸’들의 성지, 영월MG산악회 탄생

영월새마을금고의 인상이 부드럽게 다듬어질 무렵 더욱 현실적인 2단계 작전을 펼쳤다. 영월새마을금고를 살리는 길은 일단 ‘공신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정봉철 이사는 “영월새마을금고의 회원을 영월의 ‘인싸’들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 사람이 거래하는 금융기관이라면 믿을 수 있겠군’이라는 인식을 각인시키기 위해서였다. 서부시장에서 31년간 종합의류점포를 운영하며 ‘안방마님’ 자리를 지켜온 이경자 이사를 시작으로 지역의 유지들이 하나 둘 영월새마을금고 회원이 되었다.
‘인싸’ 회원 영입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굵직한 프로젝트도 실행하기 시작했다. 정중근 상무는 13개 새마을금고가 속해 있는 원주시.횡성.영월군 협의회에 소속된 직원들과 꾸준히 교류하며 관련 교육도 받고 정보도 공유했다. 그 결과 원주시.횡성.영월군 협의회에서 2017년부터 시작한 프로젝트, 영월권 새분양 아파트 중도금대출 컨소시엄에 합류했다.
“저희는 예대비율이 저조했는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80~90%가량 올라갔습니다. 2018년 당기순이익 5억3,300만원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오른 금액입니다.”
정중근 상무는 결손금을 턴 지 불과 2년밖에 안된 금고가 현재는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승 분위기를 탄 것은 ‘영월MG산악회’ 창단도 한몫 한다. 2012년에 결성된 영월MG산악회는 80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97명. 비공식적으로 영월새마을금고 홍보대사들이다. 정봉철 이사의 표현에 의하면 ‘영월MG산악회’는 인근 금융기관에서도 눈여겨 볼 정도로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고. 소문을 듣고 산악회 활동에 참여했다가 영월새마을금고 회원이 된 사례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영월에 부는 희망의 바람, 전국에 퍼지길

2019년이 영월새마을금고가 새롭게 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것은 영월새마을금고 임직원 모두가 의심치 않는 바다. 우선 새 이사장으로 조정이 이사장이 취임했다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우리 조정이 이사장님은 영월군의회에서 군의원으로 3선을 지내온 인물입니다. 영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영월의 대표 ‘똑순이’로 불리고요. 군 살림을 도맡아 하시던 분이 오셨으니 영월새마을금고의 미래도 든든합니다.”
조정이 이사장 역시 MG영월산악회 회원이었다. 영월새마을금고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것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봐왔던 것. 그는 앞으로 화합과 소통으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영월새마을금고의 위상을 높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시장통’이라는 좋은 입지여건을 갖췄지만 사실 영월새마을금고는 대기 의자 하나 둘 곳 없이 좁다. 모든 금융 업무를 서서 봐야하는 것. 그래서 올해 본점을 확대·이전할 계획도 갖고 있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본점 확장으로 한 단계 발전한 영월새마을금고가 되고자 합니다. 회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여 회원의 서비스 질 향상을 추구하고 저희 직원들도 효율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5명의 영월새마을금고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30대 중반. 조정이 이사장은 “이런 젊음과 패기를 영월새마을금고의 강점으로 생각하고 무엇이든 발 빠른 대처와 적극적인 추진력으로 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부침이 많았던 영월새마을금고의 과거는 비단 영월새마을금고만의 역사일까. 청산 직전까지 갔던 금고가 이제는 사옥건립을 계획 중이다. 영월새마을금고의 성장 비결은 지금 우리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했다는 것이 아닐까. 모든 난세의 영웅들이 그랬듯 말이다.

영월MG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서비스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