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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잠든  사이,
물건이  온다

생활을 바꾸는 새벽배송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대부분 하루 이틀 안에 도착한다. 이미 충분히 빠른 것 같지만 택배 서비스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그 짧은 시간마저 고통스러운 법. 최근에는 그보다 더 빨리 배달하는 ‘로켓배송’, ‘샛별배송’ 같은 서비스가 인기다. 이런 빠른 배송은 어떻게 가능한 걸까?

| 이상우(문화평론가, 협성대 강사)

택배보다 더 빠른 배송 서비스

우리나라에 택배 서비스가 처음 소개된 것은 1992년 한진에서 ‘파발마’라는 브랜드를 론칭하면서부터다. 물론 그 이전에도 우체국을 통해 ‘소포’를 보낼 수 있었지만 이것은 엄밀히 말해 ‘우편물’의 영역이었지 ‘물류’의 영역이 아니었다. 이후 대한통운, 현대로지엠, CJ GLS 등 대기업들이 연이어 택배시장에 진출했다. 택배 서비스에 불을 지핀 것은 ‘TV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 같은 새로운 유통채널이었다.
인터넷 쇼핑몰과 택배 서비스의 의기투합은 기존의 오프라인 상점들을 위협했다. 초창기 인터넷 쇼핑몰의 경쟁 포인트는 상품의 종류와 가격이었다. 하지만 시장이 성숙해져 거의 모든 물건을 최저가 수준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되자 그 다음으로 ‘속도’가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가장 먼저 앞으로 나선 것은 쿠팡이었다. 2010년 소셜커머스로 시작한 쿠팡은 2014년부터 ‘로켓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저귀, 물티슈, 생필품처럼 ‘당장 없으면 곤란한 상품’들을 대상으로 익일배송을 보장했다. 조금씩 가능한 상품이 늘어 지금은 대형마트에 버금갈 정도로 거의 대부분의 물건들을 로켓배송으로 공급한다.
자정 이전에 주문하면 대부분 다음날 오전중 배송이 완료될 만큼 엄청난 속도를 자랑한다. 특히 쿠팡은 외부 배송업체를 쓰지 않고 직접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여 경쟁사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쿠팡이 생필품과 공산품의 새벽배송을 주도한다면 마켓컬리는 프리미엄 신선식품에 특화되어 있다. 특히 매일 밤 11시 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집앞에 배송해주는 ‘샛별배송’이 주부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며, ‘강남맘 필수앱’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24h 로켓배송
나는 네가 무엇을 구입할지 알고 있다

이러한 빠른 배송 서비스의 원조는 미국 아마존이다. 2005년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 회원을 대상으로 무료 이틀배송을 시작했다. 현재는 지역에 따라 당일배송이나 2시간배송도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나라보다 100배나 넓은 미국에서 말이다. 아마존의 초스피드 배송은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물류 혁신 때문에 가능했다.
이른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라는 기법을 활용한 것. 아마존에서는 판매 데이터를 분석하여 각 지역 소비자들의 미래수요를 예측한다. 그리고 이 데이터에 기반하여 ‘주문이행센터’라고 불리는 거대한 창고에 미리 재고를 보관한다. 주문이 들어오면 인공지능이 위치, 재고, 주문현황 등의 데이터를 종합해서 가장 빠른 배송이 가능한 센터를 선정하고, 최적의 배송경로까지 산출해낸다. 즉 아마존의 물건들은 고객이 주문한 뒤에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이미 주문하기 전부터 물건은 이동하고 있으며, 고객이 구매 버튼을 누르는 순간 집앞에 도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쿠팡과 마켓컬리 역시 비슷한 메커니즘이다. 마켓컬리에서 신선도 및 재고 관리가 까다로운 신선식품을 다음날 아침 집앞으로 배송할 수 있는 것도 ‘예측 발주’ 덕분이다. 상품판매 후 재고로 남는 비율은 평균 1% 정도. 이쯤이면 ‘나는 네가 무엇을 구입할지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벽배송
새벽배송은 맞벌이나
육아 등으로 인해
바깥에서 장을 보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다.
1인가구도 마찬가지다.
빠른 장보기로 남는 시간을
다른 생산적인 일에
투자할 수 있는 까닭이다.
새벽배송의 빛과 어둠

쿠팡은 2015년 소프트뱅크로부터 약 2조원의 투자를 받아 물류 인프라를 강화했다. 지금도 전국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계속 늘려가는 중이다. 수년간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그래도 투자를 멈추지 않는다.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을 만큼 격차를 벌려야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신세계 같은 대기업도 새벽배송에 뛰어들면서 2018년 4,000억원 정도였던 시장규모는 올해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새벽배송은 유통업계는 물론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도 바꿔놓고 있다. 앱으로 새벽배송을 이용하면 굳이 번거롭게 시장이나 마트에 갈 필요가 없다. 저녁을 먹고 침대에 누워 다음날 필요한 식재료들을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다. 그래서 새벽배송은 맞벌이나 육아 등으로 인해 바깥에서 장을 보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다. 1인가구도 마찬가지다. 빠른 장보기로 남는 시간을 다른 생산적인 일에 투자할 수 있는 까닭이다. 물론 문제점도 많다. 지나친 포장으로 인한 환경오염, 지역 소상공인들의 어려움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아직 새벽배송은 어둠과 빛 사이를 지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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