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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자연이
함께  만든
바다위의  파라다이스

거제 외도 보타니아와 해금강

거제도는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하지만 막상 그곳에서는 섬이라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큰 다리를 통해 육지와 이어져 있고, 세계 굴지의 조선소도 2곳이나 있다. 섬 깊숙한 곳까지는 왕복4차선 국도가 시원스레 뚫려 있다. 섬 특유의 단절감과 낭만을 즐기려면 섬 속의 섬을 찾아가야 한다. ‘남국의 파라다이스’라 불리는 외도 보타니아가 제격이다.

| 양영훈(여행작가)

외도 보타니아의 방파제 위에 마련된 쉼터. 화려한 타일 그림이 인상적이다.
사시사철 꽃이 피고 지는 식물의 낙원

경남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 산109번지. 한때 ‘외도해상농원’으로 불리던 외도 보타니아의 지번이다. 번지수는 분명 우리 땅인데, 풍광은 서구적이다. 거제도 본섬에서 불과 3km, 배로 10여분 거리에 딴 세상이 펼쳐져 있다. 마치 초능력을 써서 순간 이동한 듯한 착각마저 든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외도에는 8가구의 주민이 살고 있었다. 주로 미역을 채취하거나 고기잡이로 생계를 꾸렸다고 한다. 작고 외딴 섬에 사는 주민들은 늘 뭍에 나가 살기를 간절히 원했다. 외도 주민들은 낚시하러 우연히 이 섬을 찾은 고 이창호(1934∼2003), 최호숙(83세) 씨 부부에게 삶의 터전을 팔고 모두 떠났다. 이씨 부부는 1969년부터 외도해상농원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거센 파도, 모진 바람과 맞서 싸우며 선착장을 만들고, 가파른 경사지를 개간해서 꽃과 나무를 심었다.
1995년에 처음 문을 연 외도 보타니아는 국내 최초이자 최대의 해상식물원이다. 언제 찾아가도 ‘식물의 낙원(Botanic+Utopia)’이라는 뜻의 ‘보타니아’(Botania)라는 이름에 걸맞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동백, 튤립, 수국, 라벤더, 자란, 세이지, 천사의 나팔(Angel's Trumphet), 양귀비 등의 다양한 꽃들이 사시사철 피고 진다. 후박나무, 돈나무, 대나무, 편백나무, 선인장, 종려나무, 야자수, 피라칸사 등의 나무들도 울창해서 한겨울에도 봄날처럼 싱그럽고 푸르다.
외도 보타니아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1시간 30분밖에 안된다. 섬이 작아서 느긋하게 걸어도 빠듯하지는 않다. 선착장에 도착해 외도광장, 선인장가든, 비너스가든, 벤베누토정원, 뱀부로드, 조각공원, 에덴교회, 천국의 계단, 물의 정원 등을 차례대로 둘러보고 다시 배에 오른다. 수천종의 나무와 꽃들로 가득한 테마정원, 군데군데 들어선 지중해풍 건물과 다양한 조각상들이 한데 어우러져서 머나먼 이국땅의 휴양지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거제 해금강의 십자동굴. 억겁의 세월 동안 거센 파도와 바람이 만들어 놓았다.
사람의 발길 대신 자연의 손길만 허락된 해금강

외도 보타니아를 오가는 유람선들은 어김없이 거제 해금강을 한바퀴 돈다.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 앞바다에 떠있는 거제 해금강은 원래 ‘갈도’라 불렸다. 전체적인 생김새가 칡뿌리가 뻗어나간 형태여서 칡 ‘葛’(갈)을 쓴다. 면적은 0.1㎢에 불과하다. 섬 전체가 깎아지른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사람이 살 수 없다.
거제 해금강의 바위 벼랑에는 수백년 동안의 모진 비바람과 해풍을 견뎌온 노송들이 홀로 우뚝하다. 바위섬 위쪽을 뒤덮은 숲에는 석란, 풍란 등의 희귀한 난초를 비롯해 700여종의 식물들이 울창한 숲을 이룬다.
절벽 아래쪽에는 큰 바다에서 쉼없이 밀려오는 파도가 십자동굴, 부엌굴 등 해식동굴과 용트림바위, 촛대바위, 신랑신부바위 같은 기암괴석을 빚어놓았다. 북녘땅의 해금강 못지않은 절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래서 일찍이 ‘거제 해금강’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지난 1971년에는 강릉 소금강의 뒤를 이어 국가문화재인 명승 제2호로 지정되었다. 외도 보타니아가 개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거제도 최고의 ‘핫플레이스’로 손꼽혔다.

  • 우뚝한 기암절벽 위에 울창한 숲이 형성된 거제 해금강.
  • 벤베누토정원. ‘벤베누토(bèn venuto)’는 ‘환영합니다’라는 뜻의 이탈리아 말이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위로를 건네는
바람의 언덕

거제 해금강 초입에는 도장포마을이 있다. 안쪽으로 옴팍한 바닷가에 자리한 이 마을은 언제나 아늑하다. 바다쪽으로 길게 뻗은 ‘바람의 언덕’이 거센 바람과 파도를 막아주는 덕택이다. 바람의 언덕은 나직하고 평범한 언덕이지만, 언젠가부터 외도 보타니아와 쌍벽을 이루는 거제도의 대표 관광지로 유명해졌다. 옛날에는 ‘띠로 뒤덮인 언덕’이라는 뜻의 ‘띠밭늘’로 불렸다. ‘바람의 언덕’이라는 감성적인 이름으로 바뀐 것은 2002년의 일이다. 한때 네티즌들이 손꼽는 ‘가고 싶은 여행지’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금도 거제 8경중 으뜸으로 꼽힌다.
바람의 언덕으로 가는 길은 두 갈래다. 마을 위쪽 길은 아름드리 동백숲을 지나 바람의 언덕으로 내려선다. 마을 아래쪽의 바닷가길은 완만한 계단을 지나 곧장 바람의 언덕에 올라선다. 어느 길로 가도 상쾌한 바람과 아름다운 풍광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의 바람은 모질거나 사납지 않다. 한겨울에도 기분 좋게 온몸을 쓰다듬는 바람이다. 동백나무아래, 또는 풍차앞에서 살랑거리는 바람을 느끼며 바다만 바라봐도 온몸과 마음이 가뿐해지는 듯하다.

‘바람의 언덕’의 이른 아침 풍경. 바람의 언덕으로 가는 길은 두 갈래다.
마을 위쪽 길은 아름드리 동백숲을 지나 바람의 언덕으로 내려선다.
마을 아래쪽의 바닷가길은 완만한 계단을 지나 곧장 바람의 언덕에 올라선다.
어느 길로 가도 상쾌한 바람과 아름다운 풍광을 만날 수 있다.
(왼쪽) 비너스가든의 회랑과 비너스상. (오른쪽)보타니아 탐방로 주변에 곱게 핀 자란꽃.
종려나무숲에서 활짝 꽃을 피운 만병초.
청정해역 위 점점이 떠있는 섬들을 끌어안은
거제도

거제도의 맨 남쪽에 위치한 남부면 여차마을과 홍포마을 사이에는 약 4km의 해안도로가 구불구불 이어진다. 망산(375m)의 산허리를 따라가는 여차홍포 해안도로이다. 산길인데도 바다와 맞닿았다. 산자락은 길을 껴안고, 길은 바다를 향해 거침없이 달린다. 대·소매물도, 대·소병대도, 어유도, 가왕도 등 숱한 섬들이 점점이 떠 있는 거제, 통영 앞바다의 장관이 수시로 나타났다 사라진다. 운이 좋으면 장엄한 해돋이와 화려한 해넘이도 감상할 수 있다. 이 여차홍포 해안도로는 거제도뿐만 아니라, 경남 남해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도로로 손꼽힌다. 길은 짧아도 그 여운과 추억은 참으로 길게 남는다.
풍광명미(風光明媚)한 거제도의 진면목을 두루 감상하려면 섬과 바다 사이를 거닐고, 흐르며 숨은 곳곳을 둘러봐야 한다. 때로는 사람들의 발길이 자주 닿는 곳으로, 가끔은 그 발길이 뜸한 호젓한 곳으로.

여차홍포 해안도로변의 밤바다. 고요한 밤바다를 항해하는 배들의 궤적이 선명하다.
TIP
  • 외도유람선

    총 7곳(장승포, 지세포, 와현, 구조라, 도장포, 해금강, 다대)의 선착장에서 출발. 유람선 선사의 홈페이지나 모바일 예약사이트를 통해 전날까지만 예약해도 20~30% 할인.

  • 개방 및 입장료

    개방: 오전 8시~오후 7시(하절기)/ 오전 8시 30분~오후 5시(동절기)
    입장료: 성인 11,000원/ 중고생 8,000원/ 어린이 5,000원

  • 숙박 및 맛집

    숙박: 거제도는 한화리조트 거제벨베디어, 대명리조트 거제마리나, 호텔 ‘상상속의 집’, 학동자동차야영장, 바람의 언덕 펜션 등을 비롯한 숙박업소가 많아 선택의 폭이 넓다.
    맛집: 강성횟집(해물모듬회), 항만식당(해물뚝배기), 박정현게장백반, 천화원(중화요리), 바람의 핫도그, 우리들회식당(생선모듬구이) 등. 식물원카페 외도널서리(외도 보타니아의 최호숙 대표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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