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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잡  VS  국가부도의 날

<마진 콜: 24시간, 조작된 진실> <투 빅 투 페일> <빅 쇼트> 등 경제위기를 소재로 한 ‘이코노믹스 필름’이 하나의 장르가 된 시대다. 2009년 리만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야기된 미국발 금융위기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잡>과 1997년 IMF(국제 통화기금) 금융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돌아보는 영화 <국가부도의 날> 두 편의 영화도 이들 작품과 한 핏줄 영화다.

| 이화정(씨네21 기자)

  • 인사이드 잡
    감독:찰스 퍼거슨 출연:맷 데이먼, 윌리엄 액크먼, 다니엘 엘퍼트, 조나단 엘퍼트 개봉:2011년 5월
    신자유주의 세계통치의 허와 실
    2008년 9월,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미국발 금융위기. 3천만명이 해고되었고,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받은 평범한 서민들이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렸다. <인사이드 잡>은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일으킨 미국의 거대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신청과 최대 보험사 AIG의 몰락을 조망하는 다큐멘터리다.
    영화의 제목인 ‘인사이드 잡’은 내부의 사람이 저지른 범죄를 뜻하는 말이다. 조지 부시 시대에 가시화 된 비극의 시작은 1981년 레이건의 재임기부터다. 당시 레이건의 재무장관이었던 메릴린치 CEO 출신의 도널드 리건은 정부의 시장개입을 줄이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채택하기로 한다. 인플레이션에 빠져있던 미국경제가 호황을 맞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반짝하는 효과에 불과했다. 90년대 들어와서는 가시적으로 부작용이 드러났지만, 정치가도, 유명 경제학자도, 은행도 어느 하나 자신들의 잘못된 판단을 철회하지 않았다. 부자는 더 큰 부자로, 가난한 자는 더 극심한 가난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드는 이분법적인 세계. 상위 1%만을 위해 99%의 사람들이 고통속에서 살아가는 세상. 신자유주의는 그렇게 민주적인 가치에 위배된 채 여기까지 달려왔다. “공학자는 다리를 만들고 금융공학자는 꿈을 만든다. 그 꿈이 악몽으로 판명되는 순간 다른 사람들이 대가를 치른다.” 영화를 관통하는 맷 데이먼의 내레이션이 정곡으로 찌른다.
    <인사이드 잡>은 꼼꼼한 취재와 객관적 자료, 날선 비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찰스 퍼거슨 감독은 MIT 정치학 박사 출신이다. 감독은 이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20여명의 정치, 경제계전문가를 카메라 앞에 세워 그들의 잘못된 판단과 과오가 우리의 삶에 어떤 악영향을 미쳤는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 국가부도의 날
    감독:최국희 출연:김혜수, 유아인, 허준호, 조우진, 뱅상 카셀 개봉:2018년 11월
    경제위기에서 우리의 갈 길을 모색하다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12월3일, 대한민국이 IMF(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550만달러의 긴급자금을 지원받은 그날로 다시 돌아가 우리에게 뼈아픈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아시아의 용’이라 불리던 신흥경제강국 대한민국.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돌파, 물가안정과 실업률 최저를 기록하고 OECD(경제개발협력기구)에 가입하며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자축한 지 불과 1년 후, 그 신화는 처참히 깨졌다. IMF측이 요구한 긴축정책, 시장개방, 구조개혁의 실시가 과연 대한민국 국민에게 최선이었는지에 대한 질문은 이후 전문가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국가부도까지 남은 시간 단 일주일. 영화는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이 ‘전문가의 시각’에서 IMF의 관리에 찬성하는 재정국 차관(조우진)과의 대립각을 큰 틀로 전개된다. 한정된 시간동안 각계각층 사람들의 상황이 교차되는데, 마치 재난영화처럼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정부의 속내를 간파해 역베팅을 도모하는 금융전문가 윤정학(유아인)처럼 기회를 잡는 사람도 있지만, 미도파 백화점 납품의 꿈에 부풀어 어음거래를 해 낭패를 본 작은 공장 사장 갑수(허준호)같은 소시민이 더 많았다. 실제 경제학을 공부하고 쓴 엄성민 작가의 디테일하고 사실적인 시나리오가 다양한 인물이 처한 상황, 행동, 대사를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들어 준다.
    IMF 이후 국민들에게 수돗물 절약, 연필을 잘 깎아 쓰라는 당시 뉴스 자료화면이 나오는데, 알 권리를 차단당한 그때의 우리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비록 영화적 설정이지만, 모두가 ‘예스’라고 할 때 “(부당한) 협상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고 소신을 굽히지 않는 한시현의 외침이 더 깊게 다가오는 이유다. 김혜수의 카리스마, 재정국 차관으로 당시 ‘실무진’의 판단을 유추하게 하는 조우진의 탄탄한 연기배틀이 흥미롭다. IMF 총리 역으로 깜짝 등장한 할리우드 배우 뱅상 카셀의 모습도 놓치지 마라.

 비교포인트

스토리: 내부에서 시작된 금융위기와 외부로부터 심화된 금융위기/ 정부와 언론의 대응
인물: 사건을 리드하는 맷데이먼 VS 김혜수의 열연/ 같은 상황 다른 인물들의 제각각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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