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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320m의 만천하스카이워크. 바로 앞의 단양읍내 뿐만 아니라 소백산 능선까지 훤히 보인다.

  강줄기와
높은  산자락이
빚어낸  절경

충북 단양

물길을 따라가는 길은 어머니의 품처럼 아늑하다. 충북 단양 땅을 들고나는 길도 그렇다. 대부분 남한강 물길과 충주호 호반을 끼고 이어진다. 단양군은 백두대간의 첩첩한 산자락도 품었다. 큰 강이 흐르고, 높은 산이 우뚝해서 발길 닿는 곳마다 절경이다. 트레킹, 래프팅, 패러글라이딩, 견지낚시 등의 레포츠도 즐길 수 있어서 오감이 즐겁다.

글·사진 | 양영훈(여행작가)

구절양장의 보발재. 단양군 영춘면과 가곡면 사이에 위치한 고갯길이다.
충주호를 발아래
만천하스카이워크

충북 단양 땅은 산수의 조화가 절묘하다. 높은 산줄기와 유장한 물줄기가 서로 대립하거나 질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뜨겁게 부둥켜안은 채 거대한 태극무늬를 만들어낸다. 요즘 단양 최고의 ‘핫플레이스’인 만천하스카이워크에 올라서면 그런 절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만천하스카이워크는 단양군 적성면 애곡리 남한강변의 산꼭대기에 자리잡았다. 매표소에서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10분쯤 올라가면 입구에 도착한다. 커다란 럭비공을 비스듬히 세워놓은 듯한 모양의 만천하스카이워크 정상까지는 완만한 경사로가 설치돼 있다. 턱이 없어서 휠체어나 유모차의 통행도 가능하다.
해발 320m의 산등성이에 올라앉은 만천하스카이워크의 조망은 거침이 없다. 그 이름대로 만천하가 한눈에 들어온다. 발아래에는 충주호에 갇힌 남한강 물길이 잔잔하게 일렁인다. 단양읍내와 그 주변의 상진대교, 단양역 등도 손에 잡힐 듯이 가깝게 보인다. 고개를 들어 멀리 바라보면 백두대간 준봉인 소백산의 여러 봉우리들이 또렷하다.
만천하스카이워크를 찾았다면 단양강 잔도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단양강은 단양군 영춘면 오사리에서 단성면 외중방리 수중보까지의 남한강 물길을 가리킨다. 만천하스카이워크가 자리한 암봉 아래의 단양강절벽에 길이 1.2㎞의 잔도가 놓였다. 중앙선 열차가 지나는 상진철교 아래부터 만천하스카이워크의 초입까지의 절벽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다. 높이 20m, 폭 2m 가량의 잔도는 오르내림이 거의 없다. 벼랑 위에서 떨어지는 낙석을 막기 위한 보호 덮개도 설치된 덕택에 마음 편히 걸을 수 있다. 하지만 난간밖으로 눈길을 돌리면, 마치 강물 위에 두둥실 떠 있는 듯한 스릴감이 느껴진다.

단양팔경 중 으뜸가는 절경으로 손꼽히는 도담삼봉(명승 제44호).
  • 각종 종유석과 석순이 장관을 이루는 온달동굴.
  • (위)아찔한 스릴감을 맛볼 수 있는 단양강 잔도. (아래) 자연이 빚어낸 아치형 돌문인 석문(명승 제45호).
금빛 파도 너울지다
단양팔경의 으뜸, 도담삼봉

단양 땅에는 옛날부터 단양팔경이 유명했다. 그중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곳은 제7경인 도담삼봉(명승 제 44호)이다. 단양군수를 지낸 퇴계 이황도 이곳에 들렀다가 ‘산에는 단풍잎 붉고 물은 옥같이 맑은데 석양의 도담삼봉엔 저녁놀 드리웠네. 선계의 뗏목을 취벽(翠壁)에 기대고 잘적에 별빛 달빛 아래로 금빛 파도 너울지더라’라는 시 한수를 남겼을 만큼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이곳 풍광에 매료된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은 ‘삼봉’을 자신의 호로 삼기도 했다. 도담삼봉 근처에는 단양팔경의 제8경이자 명승 제45호로 지정된 석문(石門)이 있다.
도담삼봉에서 남한강 물길을 거슬러 오르면 단양군의 맨 북쪽에 위치한 영춘면에 당도한다. 고구려의 장수 온달의 이야기가 곳곳에 서려 있다. 영춘면 하리의 온달관광지에 위치한 온달산성(사적 제264호)은 온달과 그의 여동생이 하루아침에 쌓았다는 석성이다. 그때 치마폭에 돌을 담아 나르던 여동생이 잠시 쉬었던 곳이 지금의 ‘휴석동(休石洞)’이라는 지명으로 남았다.

드라마 <연개소문>, <태왕사신기> 등이 촬영된 단양오픈세트장.
깊은 울림과 여운을 안기다
온달산성

고려 때에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에는 온달이 서기 590년에 ‘아단성(지금의 온달산성) 아래에서 신라군과 전투를 벌이다가 퇴각하던 중 화살에 맞아 전사했다’고 기록돼 있다. 당시 온달의 관을 장정 여럿이 달려들어 옮기려고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온 평강공주가 관을 어루만지며 “죽고 사는 길이 이미 정해졌으니 마음놓고 돌아가시오”라고 말하니, 비로소 관이 움직였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온달산성 아래의 단양오픈세트장은 한때 인기리에 방영됐던 TV드라마 <연개소문>, <태왕사신기> 등을 촬영했던 곳이다. 온달산성에 당도하려면 세트장 뒤편의 가파른 비탈길을 30~40분쯤 올라야 한다. 둘레가 682m인 온달산성의 성벽은 높고 웅장하다. 납작한 점판암을 켜켜이 쌓아 올렸다. 한층은 동에서 서로, 한층은 남에서 북으로 엇갈리게 쌓아 아주 견고하다. 오랜 풍상을 견뎌온 성벽에 올라서면 뱀처럼 구불거리는 남한강, 장성처럼 치솟은 소백산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육신의 고단함은 물론이고, 해묵은 시름마저도 순식간에 날려버릴 만큼 장엄하고도 상쾌한 풍경이다.
온달산성 아래의 강기슭에는 온달동굴(천연기념물 제261호)이 있다. 온달장군이 수도했다는 석회동굴이다. 길이 800m의 동굴 내부에는 다양한 형태의 종유석, 석순, 석회화단구, 베이컨시트 등이 장관을 이룬다. 4억5천만년의 역사를 간직한 이 동굴은 지금도 살아있다. 방울방울 떨어지는 지하수가 종유석을 키우고, 소리 없이 흐르는 물은 폭포와 못을 만든다.
아주 조금씩 나날이 커지는 것이 있는가 하면, 점점 하루가 다르게 작아지는 것도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되살아나는 것도 있고, 차츰 소멸되어 가는 것도 있다. 동굴의 생성과 소멸 과정이 인간의 생로병사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 듯하다.

TIP
  • 숙박

    단양읍내에는 대명리조트단양, 단양관광호텔, 럭셔리호텔, 더짝게스트하우스 등 숙박업소가 많다. 온달관광지 주변에도 토담펜션, 골드웨이브 등의 민박집과 펜션이 있다. 남천야영장, 다리안국민관광지야영장, 천동계곡오토캠핑장 등과 같이 시설 좋고 저렴한 공공 캠핑장도 있다.

  • 맛집

    장다리식당(마늘솥밥정식), 충청도순대(마늘순대), 돌집식당(곤드레솥밥), 박쏘가리(쏘가리매운탕), 미강식당(마늘석불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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