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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노을이 내려앉은 농여해변

가깝고도  먼 섬  대청도

경기만의 서북쪽 바다에는 이른바 ‘서해5도’가 떠 있다. 우리 땅의 맨 서쪽에 위치한 백령도를 비롯해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를 통틀어 가리키는 말이다. 모두 ‘바다의 휴전선’ 북방한계선(NLL)과 맞닿은 섬들이다. 그중 면적이 넓기로는 백령도가 첫손에 꼽힌다. 하지만 아름답기로는 대청도가 으뜸이다. 우리나라의 어느 섬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글·사진 | 양영훈(여행작가)

긴장감을 내려놓으면 비로소 보이는
대청도의 평온한 얼굴

대청도는 가깝고도 먼 섬이다. 가장 가까운 육지인 황해도 옹진반도와의 거리가 약 20km밖에 안된다. 하지만 여객선이 출발하는 인천 연안부두에서 대청도까지의 직선거리는 170여km나 된다. 뱃길로는 무려 4시간 가까이 소요될 정도로 멀다. 그래서인지 대청도를 찾는 외지인들의 발길은 비교적 뜸한 편이다. 그나마 대부분은 백령도 오가는 길에 들르는 관광객들이다. 하지만 대청도는 백령도의 들러리 여행지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여행지로서는 백령도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라는 사람이 적지 않다.
서해5도 가운데 우도를 제외한 섬들은 관광객들도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다. 그래도 처음 찾는 사람들에게는 여행의 설렘보다 왠지 모를 긴장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막상 현지에 가서 찬찬히 둘러보면, 자신도 모르게 긴장감이 봄눈 녹듯 사라진다. 남쪽 다도해의 여느 섬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평온하다. 북녘땅이 빤히 보이고, 군인들이 유달리 많다는 현실만 뚜렷하게 다른 점이다. 특히 대청도는 이른바 접적지역(接敵地域) 특유의 긴장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자연풍광이 워낙 아름다운데다가 낮 시간에는 해변에서 자유롭게 낚시나 해수욕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풍기는 옥죽동 해안사구.
  • 농여해변의 고목바위. 퇴적암층의 지각변동으로 생겨났다.
  • 선진포항의 어부상. 대청도 주민들의 주업은 고기잡이이다.
뜨거운 바다와 같은,
우리나라 최대의 해안사구 옥죽동 모래사막

대청도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대청면의 면소재지 섬이다. 하지만 전체 면적은 12.63㎢(약 382만평), 해안선의 길이는 24.7㎞밖에 안된다. 같은 면소재지 섬인 백령도 면적의 약 4분의1에 불과하다. 일주도로를 따라서 옥죽동, 농여해변, 지두리해변, 사탄동해변 등 대청도의 해안절경과 명소를 모두 둘러보는 거리도 대략 18km밖에 안된다. 1박 2일의 일정으로 자전거 하이킹이나 도보여행을 즐기기에는 더없이 좋다.
대청도의 해변에는 대부분 모래가 깔려 있다. 자연풍광이 가장 수려한 농여해변을 비롯해 사탄동해변, 답동해변, 지두리해변, 옥죽동해변 등이 모두 모래해변이다. 특히 농여해변과 답동해변 사이의 북쪽 해안에 위치한 옥죽동해변의 뒤쪽에는 광활한 해안사구도 형성돼 있다. 마치 외국의 어느 사막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옥죽동 모래사막’이라 불리는 이 해안사구는 옥죽동해변과 마을, 그리고 바다 건너편의 백령도가 빤히 보이는 산비탈에 형성되었다. 길이 2km, 폭 1km로 우리나라 최대의 해안사구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충남 태안군의 신두리 해안사구보다도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광난두정자각에서 내려다본 모래울해변의 전경.
드넓은 모래해변과 섬처럼 서있는,
천의 얼굴을 가진 기암괴석

옥죽동마을 근처에는 농여해변이 있다. 이웃한 미아해변까지 드넓은 백사장이 펼쳐진다. 썰물 때에는 평상시의 백사장보다도 훨씬 더 큰 모래섬, 즉 ‘풀등’이 신기루처럼 물 밖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농여해변과 미아해변에는 독특한 형상의 기암괴석도 많다. 특히 ‘고목바위’로도 불리는 ‘나이테바위’가 인상적이다. 거대한 고목 하나가 고스란히 화석으로 남은 듯하다. 나뭇결 모양의 무늬도 고스란히 살아있어서 마치 잘 보존된 규화목(硅化木)을 닮았다. 아무리 봐도 놀랍고 신기해서 오래도록 눈길과 발길을 떼지 못한다.
다양한 기암괴석과 드넓은 모래해변이 한데 어우러진 농여해변은 그림 같은 풍광을 보여준다. 해넘이와 저녁노을도 보기 드문 장관이다. 불덩이처럼 뜨거운 태양이 수평선 너머로 자취를 감춘 뒤에도 핏빛처럼 붉은 저녁노을이 한동안 스러지지 않는다. 하지만 마냥 넋놓고 감상할 수는 없다. 해가 진 뒤에는 민간인의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는 군사지역이기 때문이다.

절경을 스치는 걸음마다에 발길을 잡는
자연의 피조물(被造物)

대청도의 서쪽 해안에 위치한 모래울(사탄동)해변은 여름철 피서지로 인기 높다. 이 해변으로 넘어가는 사당고개의 정상 부근에는 매바위전망대가 있다. 모래울해변과 서풍받이 일대의 지형이 마치 커다란 매 한마리가 바다에 엎드린 모양과 똑같이 생겼다. 길이 1km, 너비 100m쯤의 아담하고 깨끗한 모래울해변은 매의 오른쪽 날개 옆에 위치한다. 모래울해변 근처에는 우리나라 최북단의 동백나무 자생지(천연기념물 제66호)도 있다. 이른 봄날이면 붉은 동백꽃이 만개한 광경을 먼발치에서도 볼 수가 있다.
모래울해변과 인접한 서풍받이는 깎아지른 바위절벽이다. 서쪽의 중국 땅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막아 준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주변에는 총길이 2.6km의 산책로가 개설되어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만한 길이다. 그 길을 자분자분 걷다보면 서풍받이, 하늘전망대, 조각바위, 마당바위, 대갑죽도, 사자웃음바위, 갈대원, 광난두해변, 독바위해변 등의 절경들을 거쳐 가거나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만큼 독창적이고 이채로운 자연의 조각품들이 즐비하다. 이처럼 자연풍광이 빼어난 대청도는 서해5도 가운데 ‘통일대박’이 가장 기대되는 섬으로 첫손에 꼽힌다.

서풍받이 산책로의 아득한 벼랑위에 설치된 하늘전망대.
TIP
  • 숙박

    옥죽동 모래사막과 농여해변 근처에 초록별펜션, 솔향기펜션, 엘림펜션, G펜션 등의 숙박업소와 바다식당(생선회, 회덮밥, 멍게비빔밥), 소나무가든(오리고기, 닭볶음탕 백반) 등의 식당이 있다.

  • 교통

    인천항 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1일 3회(07:50, 08:30, 13:00) 대청도 경유 백령도행 여객선 출항. 소요시간 3시간 30분 내외. 수시로 시간이 변동되거나 결항되므로 사전 확인 필수.

    바다식당의 회덮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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