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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소폰선율 따라어깨춤이들썩
따뜻한 밥한끼에정이 듬뿍

화천군 다창새마을금고 어르신을 위한 ‘다함께’ 문화나눔행사

약속된 시간 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 일찍 오면 오는 대로, 늦으면 늦는 대로 음악은 끊이지 않았고, 오고가는 인사속에 빈 자리는 차곡차곡 사람들로 채워진다. 어느새 어르신들로 꽉 채워진 사내면종합문화센터는 작지만 강한, 다창새마을금고의 따뜻한 밥 한끼와 흥겨운 색소폰 연주에 금세 축제의 장으로 변한다.

| 정혜영 사진 | 선규민

서툴러도 좋아, 밥 안 먹어도 배가 다 부르네

“저봐 저봐, 춤을 어째 저래 잘 추나”, “실력 많이 늘었네 우리 이사장”, “오늘은 또 무슨 노래를 연주한대?”
맛있는 밥상이 차려지기도 전에 맛있는 음악 소리가 어르신들을 공연장으로 이끈다. 다창새마을금고 임성규 이사장이 무대에 올라 색소폰에 숨을 불어 넣자마자 빈 자리가 하나둘 채워지기 시작한다.
오늘은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다함께’ 문화나눔행사의 날.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나눔행사는 2017년부터 시작해 벌써 20회째를 맞이했다. 임성규 이사장이 어르신들을 위해 색소폰공연을 한 지도 20회째. ‘다함께’ 문화나눔행사는 평소 문화생활을 자주 접하기 힘든 어르신들을 위해 정부에서 지원한 ‘작은 영화관’에서 영화상영도 하고, 금고 회원의 식당을 방문해 식사도 대접하는,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축제의 장이자 회원과 상생하는 화합의 장이기도 하다. 직원 공모를 통해 정해진 ‘다함께’라는 타이틀은 ‘다창새마을금고와 함께’라는 뜻으로 회원을 생각하는 다창새마을금고의 마음이 담겨 있다.
흥겨운 가락의 ‘자옥아’가 울려 퍼지자 어르신들의 어깨가 들썩인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 손을 맞잡으며 반가운 인사를 전하기도 하고, ‘가련다’라는 노래는 화룡점정이 되어 어르신들의 합창을 이끈다. 사내면에서만 52년을 살았다는 서순례(72세) 씨는 “임성규 이사장의 색소폰 실력이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며 칭찬을 전하고, 서울생활을 접고 사내면에 정착한 지 20년째라는 서동우(71세) 씨는 “문화나눔행사의 단골로 단 한번도 공연을 놓친 적이 없다”며 “노래를 들으며 박수치는 것조차 운동이 되서 행복하다”고 즐거워했다.
한쪽에서는 어묵볶음에 전, 콩나물무침, 아욱국, 꽁치조림이 구수한 냄새를 내며 배식을 기다리지만 누구도 오늘 어떤 반찬이 나오는지 궁금해 하지 않는 눈치다. 그저 임성규 이사장의 서툴지만 최선을 다하는 색소폰 연주가 기특하고, 음악과 춤이, 나누는 이야기가 밥맛 좋아지는 반찬이 되어주니 마음의 허기가 금세 정(情)으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다함께’ 문화나눔행사는 평소 문화생활을
자주 접하기 힘든 어르신들을 위해
정부에서 지원한 ‘작은 영화관’에서
영화상영도 하고, 금고 회원의 식당을 방문해
식사도 대접하는,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축제의 장이자 회원과 상생하는 화합의 장이기도 하다.
다창새마을금고 임성규 이사장
작지만 강한, 탄탄한 내실로 회원만을 생각하다

“어르신들, 추석은 잘 보내셨어요? 자식들한테 용돈 많이 받으셨으면 마을금고로 가지고 오세요. 양말이나 옷속에 넣어 두지 마시고 저금하세요. 여기 저기 넣어 놓으시면 나중에 어디에 뒀는지 못 찾아요. 울 엄니도 금반지 2개를 아직도 못 찾고 계신다니까요.”
색소폰 공연 중간 임성규 이사장의 익살스러운 멘트에 어르신들의 웃음소리가 터진다. 금고의 주력상품을 홍보하거나 회원을 유치하기 위해 과시하고, 랑을 늘어놓는 뻔한 멘트가 아니다. 어르신들 가까이에서 20년 넘게 함께한 친근하고 익숙한 이웃이 전하는 진심이다. 그리고 이런 시간들이 모여 어르신들의 발길은 자연스레 금고로 향했다.
다창새마을금고는 면단위 소재의 작은 금고이기는 하나 내실이 튼실한 금고다. 인구 7천명 정도의 사내면에 출자회원만 2천명이다. 자산은 470억원에 달한다. 노인인구만 2천5백명. 초고령의 사내면이기에 다창새마을금고의 주요 거래회원도 국민연금이나 고령연금통장이 있는 7~80대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다. ‘다함께’ 문화나눔행사와 같은 어르신들 맞춤 프로그램이나 행사에 주력하는 이유도 철저히 회원중심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밖에도 회원들을 위해 다창새마을금고가 발굴한 프로그램은 다양하다고 김홍규 전무는 말한다.
“사내면에 고등학교가 딱 하나 있습니다. 우리 금고에서는 매년 사내고등학교 졸업생 4~50명 전원에게 20만원씩 장학금을 지원해요. 현금이 아니라 새마을금고통장을 개설해 체크카드를 발급해주죠. 사회인이 되고 받는 첫 통장이 새마을금고 통장이 되는 겁니다. 15년째 이어온 화천군 토마토축제에서는 4년째 핸드폰 무료충전소와 물품보관소를 운영해 방문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어요. 타 지역에서 벤치마킹을 할 정도죠.”
다창새마을금고의 모든 행보는 전적으로 회원을 향해 있다. “가까운 이웃으로 평생을 함께 가야할 회원들이기에, 그들에 맞게, 오롯이 그들 중심으로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는 임성규 이사장의 말처럼 다창새마을금고는 작지만 강하게, 꾸준히 그들과 삶을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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