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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물든호수
낭만예산

일상의 치열함을 잠시 내려놓고 숨을 고를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그럴 때면 사람들은 호수를 찾는다. 나만의 시간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이니까. 자신을 찾은 사람들에게 넉넉한 품을 내어준 호수는 나직하게 속삭인다. 쉬어가도 좋다고, 모든 번뇌와 고단함을 이곳에 두고 가라고. 그리고 수면위로 반짝이는 태양빛을 보여주며 희망을 이야기 한다. “당신도 빛나고 있다고.”

| 김유리 사진 | 선규민

충남 예산의 랜드마크 ‘예당호 출렁다리’

예당호는 국내에서 가장 큰 저수지로 ‘내륙의 바다’라고 불린다. 면적이 여의도의 3.7배에 이르는 330만평의 넓이에, 그 둘레는 40km에 이른다. 이곳에 또 하나의 기록이 더해졌다. 개통 4개월 만에 20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간 국내 최장 길이 402m의 출렁다리가 그것이다. 출렁다리는 다리 양쪽에 연결된 강선에서 줄을 내려 상판에 연결하는 현수교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높이 64m의 주탑에 길이 402m, 폭 5m 규모로 성인 3,150명이 동시에 통행할 수 있으며, 규모 7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진 1등급으로 설계되었다. 야간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아름다운 조명이 설치되어 시시각각 변하는 예당호의 면면을 하루 종일 즐길 수 있다. 명실상부 예산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출렁다리에서 예당호를 한눈에 담고 싶다면 주탑에 설치된 전망대에 올라볼 것을 권한다. 이제는 예당호를 찾는 관광객이 가장 먼저 찾는 핫플레이스가 된 출렁다리 주변은 어떨까? 온통 숲으로 둘러싸인 호수 주변엔 호젓한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곳곳에 숨어있다. 예술작품을 바라보며 사색에 빠질 수 있는 조각공원과 명상하듯 조용히 거닐 수 있는 느린 호수길, 생태공원 등이 그것이다. 또한 조각공원 옆으로 국민여가캠핑장이 있어 캠핑 애호가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수덕사 대웅전 고려시대에 창건된 사찰건물, 국보 제49호
내포의 땅, 축복받은 평야

조선후기 실학자인 이중환은 저서 <택리지>에서 “충청도에선 내포가 가장 살기 좋은 곳이다.”라고 써 놨다. 지금으로 치면 예산, 홍성, 서산, 당진 등이 해당한다. 택리지에는 “내포의 땅은 기름지고 평평하면서 넓다. 또한 소금과 물고기가 많아서 대를 이어 사는 사대부들이 많다.”고 그는 저술했다. 그래서일까? 길이 굽이굽이 펼쳐진 사과나무 밭에는 탐스러운 예산 사과가 주렁주렁 열려있다. 아마도 광활한 내포평야의 젖줄인 예당저수지의 물을 먹고 자란 결과일 것이다. 산수화를 보는 듯한 물안개가 펼쳐지는 아침을 지나 해질녘이 다가오면 예당호는 또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시도한다. 모네의 그림을 옮겨놓은 듯 빛의 황홀함을 선사하며 사람들은 발을 붙잡는다.
이와 더불어 저수지 곳곳 섬처럼 떠있는 수상좌대는 예당호의 고즈넉한 분위기에 감성을 더한다. 좌대 위 수면을 바라보고 있는 낚시꾼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들에 대한 무상함을 느끼기도 한다. 수초숲에서 날아오른 새는 호수 위를 유영하듯 날아다닌다. 평화롭다. 그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는 고요한 호수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이다.

슬로시티, 연을 벗삼은 느린 삶의 미학

오래전부터 ‘의좋은 형제의 고향’으로 유명한 예산은 정이 넘치고 사과 맛이 좋기로 정평이 나 있는 곳이다. 특히 대흥면은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덕에 2009년 세계 슬로시티협회가 선정한 제 121번째 슬로시티(SlowCity)가 되었다. 슬로시티는 말 그대로 느림으로써 행복한 도시다. 속도에 지쳐가는 현대인들이 느림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삶을 반추하는 가장 적합한 지역이라는 설명이다. 슬로시티 입구엔 의좋은 형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의좋은 형제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부모에 대한 지극한 효성만이 아니라 각별했던 형제 우애가 이렇게 회자되는 것은 이들의 이야기가 현대인에게 많은 의미를 전하기 때문일 것이다.
공원을 지나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본격적인 슬로시티 마을을 구경할 수 있다. 주변으로 조성되어 있는 느린 꼬부랑길은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있다. 바쁜 일상을 뒤로 한 채, 느린 꼬부랑길을 걷다보면 도시의 골목길과는 다른 정취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매년 10월경에는 의좋은 형제 축제가 열려 다양한 농촌체험을 해볼 수 있다.

  • 수덕사 수덕여관 나혜석, 이응로 화백 등 예술가, 묵객들이 드나들던 여관
  • 의좋은 형제 공원 예산의 실존 인물 이성만·이순 형제의 우애와 효행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공원
  • 추사고택 조선후기, 추사 김정희의 체취가 남아 있는 생가
수덕사, 천년고찰의 아름다움

예산을 대표하는 사찰이자 한국 불교의 성지인 수덕사. 백제 15대 침류왕 2년(358년)에 수덕각시라는 관음 화신이 중생제도를 위해 창건했다는 전설이 있다. 수덕사를 대표하는 대웅전은 국보 제49호로 형태가 장중하고 세부 구조가 견실하여 우수한 건축물로 평가 받는다. 고려 25대 충렬왕 34년(1308년)에 건립된 목조 건축물로 정면 3칸, 측면 4칸의 맞배지붕과 주심포 계풍의 건물이다. 산 위에는 비구(남자 중)가 거처하는 정혜사가 있으며, 서쪽에 비구니가 사는 총림이 있다. 보통 사찰은 삼문(三門)이라하여 일주문, 중문, 사찰을 대표하는 누각이 마지막 문을 구성하는데 이곳은 독특하게도 다섯 개의 문을 지난다. 그만큼 절의 기세가 큰 사찰이라 할 수 있다. 매표소를 지나 일주문 근처엔 수덕사 미술관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불교 전문 ‘선(禪) 미술관’인 이곳은 고승들의 선묵, 선서화와 근현대 예술인들의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고암 이응로 화백이 머물렀다는 수덕여관이 근처에 자리하고 있다. 앞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서양화가이자 작가였던 나혜석이 머물기도 한 곳이다.

시·서·화에 능한 천재 학자의 집, 추사고택

중국 당대 최고의 금석학자 옹방강은 추사 김정희를 만나고 ‘경술문장 해동제일(經術文章 海東第一)’이라 칭했다. 그는 그만큼 뛰어난 학자였고, 자신만의 서체를 개발한 서예가였으며, 문인화가였다. 김정희가 낳고 자란 추사고택은 안채, 사랑채, 문간채, 사당채가 있다. 안채와 사랑채의 구분이 엄격히 구분된 조선시대의 유교적 가옥이지만, 철저한 유교사회에서도 그의 실학자적인 면모는 발견할 수 있다. 사랑채 댓돌 앞에 석년(石年)이라 각자된 석주를 보면, 그림자를 이용하여 시간을 측정하는 해시계로 추사가 직접 제작하였다고 전해진다. 추사고택에서 유심히 볼거리 중 하나는, ‘세한도’다. 제주로 유배 간 그에게 제자인 우선 이상적이 연경에서 귀한 책을 구해 조달해 준 것에 보답하고자 직접 그린 그림으로 꿋꿋이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선비의 의지가 담겨 있다.

슬로시티 내포지역의 역사,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마을
TIP
  • 숙박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식도락! 전통 한우갈비, 예당붕어찜, 수덕사 산채정식, 삽다리곱창구이, 민물어죽으로 대표되는 ‘예산5미’를 꼭 맛 볼 것.

  • 교통

    예산·수덕사IC를 추천. 예산군청, 예당관광지, 광시한우마을, ‘의좋은 형제’로 유명한 대흥면과의 접근성이 뛰어나다. 국도를 이용할 경우 대전→유성→공주→청양을 거쳐 예산에 도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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