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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소통은감정으로하는 것
때론지는연습도필요한 법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
인연을 맺는 일이 사람에게 마음의 방한칸 내어주는 일이라면, 그리하여 사람마다 마음안에 마을 하나가 들어서 있다면, 그 마을은 어떤 모습일까? 또 그 마을을 아름답게 하려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마음을 연구하는 심리학자 곽금주 교수에게 물어봤다.글 | 이성미 사진 | 한제훈
Q연구, 강의, 인터뷰, 기고 등을 끊임없이 진행하시며, 심리학자이자 교수로서 활발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참 존경스럽습니다. 열정적으로 활동하시는 데에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심리학의 역할에 대해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아시다시피 심리학은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심리학이 어떤 사건이 벌어진 후에 발생 이유를 분석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하지만, 본래 심리학은 예방을 위한 학문입니다. 어떤 사건 혹은 장애가 일어났을 때 검사 및 예방책 마련을 담당하는 학문이죠. 그래서 심리학자는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예의 주시하고, 이것이 악화 또는 재발하지 않도록 누구보다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심리학자들이 범죄 예방을 위해 법안을 건의하기도 하고요.
또 저는 사람들에게 심리학을 널리 알리는 것이 제 의무라고 생각해요. 학자로서 연구를 하고 논문을 발표하는 일도 물론 중요하지만 일반인들이 제 논문을 찾아 읽을 확률은 극히 낮잖아요. 하지만 제가 신문에 칼럼을 낸다면, 이렇게 인터뷰를 한다면, 훨씬 많은 사람이 제 글을 읽을 수 있겠죠? 상황이 그러하다 보니 무엇 하나 소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Q심리학자는 사람들과의 소통이나 대인관계 형성도 더 잘할 것 같다는 기대도 됩니다. 교수님은 어떠신가요?
많은 사람들이 소통은 말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진짜 소통은 감정으로 하는 것입니다. 공감능력이 없는 사람은 오해를 하고, 공감능력이 있는 사람은 이해를 합니다. 따라서 서로 공감이 이루어졌는지 아닌지에 따라 대화의 과정과 결과는 분명 다르겠죠. 가정에서도 부모가 자식과 대화한다면서 일방적인 질문만 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럼 아이는 심문을 받은 기분만 들 뿐이고요. 그것보다는 아이가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한번 같이 간다고 생각해보세요. 아마 부모가 질문하지 않아도 아이가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할 겁니다. 이처럼 백마디의 말보다 더 좋은 것은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거예요.
Q요즘은 ‘소통’, ‘공감’이라는 말이 더욱 절실히 느껴집니다. 온라인을 통해 활발히 정보를 공유하고 누구든 쉽게 대화할 수 있게 되었는데, 정작 사회는 분열되어 있으니까요.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양극화, 편가르기는 아주 오래전부터 자연스레 형성 된 본능입니다. 원시시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냥에 성공하는 것 이었어요. 생존과 직결된 문제죠. 사냥을 나서기 위해선 우선 자신의 편을 많이 만들어놔야 해요. 여럿이 함께할수록 더 큰 사냥감을 구해올 수 있으니까요. 진화심리학에서는 이러한 본능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고 말합니다. 지금도 인간은 끊임없이 조직을 형성하고, 자신의 편을 만들어내고 있고요.
Q그렇다면 양극화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일까요?
분명 해결할 수 있다고 믿어요. 우선 어릴 때부터 지역, 성별, 장애 등의 기준에 따라 분열된 감정을 주입해선 안 됩니다. 학교에서나 어떤 조직에서나 자유롭게 팀을 만들고 그 팀을 다시 해체해서 새로운 팀을 만들어 서로 협력하게 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나는 누구와 언제든 같은 편이 될 수 있다’, ‘상대와 힘을 합치면 무언가 이룰 수 있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죠.
Q온라인을 통해 서로가 연결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럴수록 개인은 더욱 고독해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풍요속의 빈곤이라고 할까요.
온라인 특히 SNS에서는 한사람을 통해서 모든 사람이 연결될 수 있습니다. 양적인 관계가 늘어났죠. 하지만 정작 SNS가 질적인 관계를 성장시키진 못해요. 인간에게는 질적인 관계 형성이 더욱 중요한데 말이죠. 흔히 ‘진정한 친구 한명만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다’라는 말도 하잖아요? 서로 감정을 터놓고 공유할 수 있는 진정한 관계가 필요합니다. 그런 관계가 사회에서 오는 불안감, 고독으로부터 보호막이 되어줄 수 있고요.
진짜 소통은 감정으로 하는 것입니다.
공감능력이 없는 사람은 오해를 하고,
공감능력이 있는 사람은 이해를 합니다.
Q새마을금고 직원들이 고객과 진정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선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사람은 상대를 깊게 알아가기 이전에 첫인상만으로 그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을 형성합니다. 누군가를 파악하는 데에 많은 에너지를 쏟지 않으려는 방편이죠. 이를 ‘초두효과’라고 합니다. 따라서 우선 첫인상에서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해요.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웬만한 정보는 시간을 조금만 투자하면 쉽게 알 수 있거든요. 때문에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많은 정보를 제공하려 하기 보다는 고객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상대의 상황을 고려한 후 적절한 상품에 대해서만 정보를 제공한다든지, 자연스레 질문을 유도하여 그에 맞는 답을 내놓는 것이 상대의 신뢰를 얻는 데에 더욱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Q마지막으로 새마을금고 직원 및 고객의 마음에 빛이 될 수 있는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에게 상담을 부탁하는 사람의 90%가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을 호소하곤 합니다. 얼마나 관계 형성을 잘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되기도 해서, 어그러진 관계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죠. 앞서 말씀드렸듯 대인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를 이해하는 ‘공감’입니다. 공감능력을 키우는 데에는 소설 읽기가 도움이 된다고 해요. 독서를 통해 마음의 양식도 쌓고, 공감연습을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또 우리에겐 ‘지는 연습’도 필요합니다. 상대와의 갈등은 오래 끌수록 회복이 어렵습니다. 자존심을 내세우느라 관계를 저버리는 우를 범하지 마세요. 먼저 사과하고, 아픈 과거는 빨리 잊고, 새로운 목표에 집중하세요. 그럼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