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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
짜릿함을낚자!

인천시 상인천새마을금고 김용수 차장 가족의 주꾸미 선상낚시

낚싯대가 움직인다. 가만히 때를 기다린다. 기다림에 화답이라도 하듯 손끝으로 전해지는 묵직함. “지금이야!”를 외치며 릴을 감아올리기 시작한다. 낚시꾼들에게 가을은 천혜의 계절이다. 상인천새마을금고 김용수 차장도 짜릿한 손맛을 알기에 이 계절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그래서 금어기(5.11~8.31)가 풀린 주꾸미를 낚으러 가족과 함께 안면도를 찾았다.

| 이미혜 사진 | 선규민

오늘의
목적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추억을
하나 더
만드는 것
버킷리스트 실행, 결과는 성공

김용수 차장은 인천지역 새마을금고인들이 올해 만든 낚시 동호회 ‘MG 인천 어부’에서 활동할 정도로 낚시 마니아이다. 불과 2주 전에도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안면도로 갑오징어 낚시를 왔었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가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지요. 지금 한창 잘 낚이는 물고기들이 눈에 선합니다. 작년에 아이들과 갯벌에서 망둑어 낚시를 한 적 있는데, 규림이가 재미있었나 봐요. 체험 공지가 뜨자마자 가족들에게 알렸더니 주꾸미 낚시도 해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규민이는 큰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는 것에 환호성까지 질렀고요. 행여 기회를 놓칠세라 바로 신청을 했습니다.”
요즘 가장 푹 빠져있는 취미를 두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회였기에 놓치고 싶지 않았다는 김용수 차장. 그는 지난 안면도 낚시에서 6명이 갑오징어를 120마리나 잡았다고 자랑했지만, 오늘은 10마리 정도 잡으면 성공일 거란다. 낚시는 ‘시간을 낚는다’고 표현할 정도로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데, 발랄함이 한창인 11살, 8살 아이들과 함께하기에 제 실력을 발휘하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오늘의 목적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추억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라고 마음에 되새겼다.
“몇 년 안 남았어요. 아이들이 더 크면 저희와 놀아줄까요? 그래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귀하게 생각합니다. 저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아이들과 추억을 많이 만들자’거든요.”

HAPPY FAMILY
손맛과 입맛을 충족시키는 주꾸미 낚시에 도전

가을철 서해를 대표하는 것이 주꾸미다. 그래서일까. 주꾸미 낚시를 하러 온 낚시꾼들이 선착장에 가득하다. 올해는 주꾸미 풍년이라 낚싯대를 바닷속으로 넣기만 하면 줄줄이 낚을 수 있다는 선장의 말에 두 아이는 서로 더 많이 잡을 수 있다고 목청껏 승부를 겨룬다. 알고 보니 아내 최진숙 씨의 고향이 충남 태안이라 서해에 관해서는 빠삭하다고. 주꾸미만 처음이지 낚시에 관해서라면 어디에 명함을 내밀어도 빠지지 않을 만큼 공력이 대단하다. 남편만큼 낚시를 좋아해 수상레저 조종사 시험까지 봤을 정도다. 1차까지는 합격한 상태라 내년에 2차까지 통과하면 김용수 차장은 아내가 모는 배를 타고 낚시를 즐길 수 있게 된다. 그야말로 장단이 잘 맞는 부부다.
“어릴 때부터 많이 접해서 낚시는 제가 남편보다 선배예요. 저도 낚시를 좋아해서 남편과 자주 낚시를 하는데 얼마전에는 함께 우럭 낚시를 다녀왔어요. 주꾸미 낚시는 처음인데, 두 아이는 남편에게 맡기고, 오늘은 제가 실력 좀 발휘해볼까요?”
각자 자리를 잡고 새우 모양의 루어 미끼가 끼워진 낚싯대를 챙겼다. 엄마와 규민이가 한팀, 아빠와 규림이가 팀을 이뤄 누가 더 많이 잡는지 내기하기로 했다.
줄이 바닥에 닿을 때까지 천천히 풀었다가 줄이 느슨해지면 손으로 들었다 놨다 해야 주꾸미가 낚인다. 타이밍을 잘 맞춰야 잡을 수 있다는데, 아내 최진숙 씨는 물고기 낚시와 달리 입질의 신호가 없고, 무게감으로 낚아야 해서 쉽지 않다고 난색을 보였다. 그러자 김용수 차장이 낚싯대의 무게감이 평소 들고 있을때보다 무거우면 입질로 인식하고, 슬리퍼를 끌어 올리는 것 같은 느낌이면 주꾸미, 비닐봉지를 끌어 올리는 느낌이면 갑오징어로 판단하라고 조언했다. 일일 낚시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규림이는 입질의 느낌을 모르겠다며 수없이 빈 낚싯대를 올렸다 내렸다 반복한다.
끈기를 가지고, 낚싯대에 집중하는 게 아이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엄마는 ‘똥손’이라고 자책하는 규림이를 “에너지 충전!”이라는 말과 함께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엄마의 사랑 가득한 격려 덕분인지 규림이가 갑오징어를 잡아 올렸다. 사방으로 까만 먹물을 뿜어내는 오징어 덕분에 적막이 흐르던 배가 한바탕 떠들썩해졌다. 갑오징어를 처음 본 두 아이는 무서우면서도 신기한지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보며 한참을 관찰한다. 이런 게 바로 살아있는 교육이 아닐까?
입질이 탄력을 받았는지 최진숙 씨도 연달아 제법 큰 주꾸미를 잡아 올렸다. 김용수 차장이 아내에게 “실력이 아직 죽지 않았다, 살아있네”라고 칭찬하자, 아내는 “우리 남편이 한손으로 낚싯대를 잡고, 릴을 힘차게 감아올리면 얼마나 멋진지 몰라요.”라며 자랑으로 화답했다. 결혼 생활 12년차에 접어든 부부에게서 여전히 깨소금 냄새가 진동한다.

집안일을 잘 도와주는 것은 물론,
딸아이와 소통하기 위해
걸그룹 이름부터 노래까지
꾀고 있을 정도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멋진 아빠랍니다.
진짜배기 해물라면은 숨겨진 묘미

두어 시간 낚시에 집중했더니,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성화다. 아내 최진숙 씨는 준비해온 김밥을 꺼내고, 직접 잡은 주꾸미와 갑오징어를 넣어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진짜배기 해물라면은 단숨에 완성됐다. 규림이는 라면을 보고 눈을 반짝거렸다. 사실, 주꾸미 낚시보다 ‘선상라면’이 더 기대됐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남매는 라면에서 바다맛이 난다고 흡입하기 시작했고, “집에 가면 먹을 수 없는 맛”, “아빠가 왜 낚시를 좋아하는지 알겠다”며 개구진 웃음을 지어 보인다.
김용수 차장은 이 모든 즐거움이 아내와 결혼한 덕분에 얻은 선물과 같다고 표현했다.
“저는 강원도 평창이 고향이라 낚시는 결혼하고 처음 해봤어요. 하면 할수록 제 취향에 잘 맞더라고요. 부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도 되고, 낚시 덕분에 처가 식구들과도 허물없이 지낼 수 있었고요. 장모님과 단둘이 낚시 가는 사위는 아마 저뿐일걸요? (웃음)”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붉은빛으로 물들 즈음, 배는 다시 선착장을 향했다. 가족의 열정에 비례할 만큼 큰 수확은 얻지 못했지만, 김용수 차장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기에 자신은 큰 행복을 낚은 강태공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흐뭇하게 지켜보던 아내 최진숙 씨도 소감을 보탰다.
“제 여동생도 새마을금고에 다녀요. 착실하고 책임감 넘치는 형부감이 있다고 소개해줘서 1년 연애하고, 2008년에 결혼했죠. 남편은 지금까지도 동생이 말한 그대로예요. 집안일을 잘 도와주는 것은 물론, 딸아이와 소통하기 위해 걸그룹 이름부터 노래까지 꾀고 있을 정도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멋진 아빠랍니다. 100점을 줘도 아깝지 않지만,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어요. 남편이 꼭 금연했으면 좋겠어요. 많은 사람이 보는 사보에 공개했으니, 금연도 멋지게 성공할 수 있겠죠?”
김용수 차장이 난처한 웃음을 보이자, 눈치 빠른 규림이가 펜션에 빨리 가자고 아빠의 손을 잡아끌었다. 아빠가 구운 고기가 최고로 맛있다며, 재촉하는 딸아이 덕분에 일단 위기(?)는 모면한 김용수 차장. 서로를 애틋하게 걱정하고, 살피는 이 가족의 일상이 부쩍 쌀쌀해진 날씨에 옷안에 깃드는 따뜻함과 닮아있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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