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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시가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서석산 전망대. 남한강을 앞에 두고 정면에 용문산과 백운봉을, 우측으로 여주 이포보까지 담을 수 있다.

투박한길이라더없이자연이라
양평산중옛길

잘 닦여진 ‘산길’일까. 편히 오를 수 있는 길일까. 애초에 궁금해 말자. 크고 작은 돌들이 제자리에 있어야 산길이요, 때론 흙먼지가 등산화에 뽀얗게 올라탈지라도 툭툭 털고 가려고 나선 길 아니던가. 마을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길을 내어주고, 사람을 품은지 6년째에 접어든 경기도 양평의 산중옛길은 조금은 투박하나, 그래서 더할 나위 없이 자연이다.

| 정혜영 사진 | 선규민

스토리가 길이 되고, 마을이 되다

산중옛길이 위치한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은 남한강 상류에 위치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동북쪽으로는 양평읍이 서쪽으로는 강하면을, 남쪽으로는 여주군 금사면과 산북면을 인접하고 있다. 양평, 곤지암, 광주를 연결하는 308번 지방도가 지나며 전체 면적의 70%이상이 산림이고 나머지는 전답으로 이뤄진 친환경 농촌마을이자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곳이다.
양평군은 2013년 강상면 대석리 소재의 다랭이논(수도권 유일)의 복원을 시작으로 2015년 일반농산어촌 개발사업의 시·군 창의마을사업에 ‘에코힐링마을 산중별곡 이야기’를 주제로 공모에 참여해 산중옛길을 복원하는 산중마을 종합개발계획을 추진해왔다.
산중옛길은 양자산을 중심으로 강상면에 위치한 7개리인 송학리, 신화리, 대석리, 화양리, 세월리, 교평리, 병산리에서 각 마을과 양자산을 이어 조성한 트레킹코스를 말한다. 산중옛길은 사료를 고증해 재현한 길로 7세기 초 삼국시대에 한강유역을 점령한 신라군을 피하기 위해 고구려의 유민들이 인적이 드문 산속에 숨어들어 산적으로 활동하던 길이었으며, 조선 건국 초기에는 조선의 개국 세력에 굴하지 않은 고려의 충신들이 절개를 지키고자 관직을 뒤로 하고 은둔하기 위해 모여든 마을로도 알려져 있다.
농작물의 풍요와 마을의 번영을 위해 호랑이에게 제물로 바쳐진 처녀와 산적마을의 산적 사이에서 양자산의 기운을 받고 태어난 아이는 훗날 마을의 리더가 된다. 도적활동을 하던 산적들은 마을 이름을 산적마을에서 산중마을로 바꾸고 도적이 아닌 의적이 되어 농사를 짓고, 산나물을 채취하며 자생단지를 조성하게 되는데 산중마을에는 지금도 그들의 생활터전이 곳곳에 남아있다.

세월리 주민들이 식수로 이용할 만큼 풍부한 수량과 청정함을 자랑하는 다리골 계곡.
산중옛길 중간 중간 마련된 휴식터.
  • 강상면주민자치위원회 김외숙 팀장이 직접 돌을 쌓아 만든 5,500평의 산나물 자생단지. 17종의 다양한 자생식물을 만나볼 수 있다.
  • 산적들의 자생단지를 재현해 놓은 산중마을.
지게지고 삶을 일구던 길을 다시 걷다

산의 정상에 오르기를 원한다면 양자산(720m)을 오르는 것이 좋겠지만, 산중옛길을 따라 산의 속살을 천천히 담고 싶다면 7개의 트레킹 코스 중 택일하여 걷는 것이 좋다. 산중옛길은 1코스 사슬고갯길, 2코스 다리골길, 3코스 다랭이논길, 4코스 옻나무고갯길, 5코스 구절골길, 6코스 누리울길, 7코스 마을안길로 총 7개의 코스가 있다. 각 코스는 임도나 주차장과 인접해 있어 차로 이동 후 휴양림길로 곧장 접어든다. 유치원생도 콧노래를 부르며 걸어간다는 1코스와 볼거리가 풍성한 2코스는 왕복하는데 각각 2시간 반정도가 소요되며, 산의 능선을 따라 올라 경사가 다소 높은 편인 3~6코스는 등산 실력에 따라 사람마다 편차는 있을 수 있으나 코스별로 적게는 3시간에서 많게는 5~6시간까지도 걸린다.
어느 코스로 발을 들이나 산중옛길에서 길은 모두 통한다. 연세 지긋한 마을의 어르신들이 옛날에 지게를 지고 삶을 일구던 길들이기 때문이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를 때는 햇빛에 반짝이는 낙엽송이 바람에 넘실대는 모습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면 된다. 남한강이 양평읍을 가로지르고 강건너 유명산 능선과 용문산이 품안에 들어오는 서석산 전망대도 모든 코스와 닿아 있다. 굳이 자신의 등산실력을 시험해 보고싶지 않다면 계곡을 따라 걷는 2코스로 시작해 평지가 많은 황톳길인 1코스로 내려오는 것을 추천한다.
2코스는 여름이면 귀가 따가울 정도로 풍부한 수량과 세월리 주민들이 식수로 사용할 만큼 물이 깨끗한 다리골 입구에서 시작한다. 지난해 10월에 나무테크길을 완성해 10분 정도는 산책하듯이 걷고, 산중마을까지 20여분은 자연 그대로의 흙길을 따라 걷는다. 2코스는 결코 매끄럽게 잘 닦여진 길은 아니다. 인위적으로 길을 닦기 위해 크고 작은 돌들을 길밖으로 내치지 않았다. 투박하다 여겨질 수 있으나 더없이 자연스러운 길이다. 갈림길마다 이정표들이 제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길을 잃을 만큼 복잡하지도 않다. 흙길에 이정표 마냥 떨어진 붉은 낙엽들에 시선을 두고 걷다 보면 어느새 산중마을에 다다를 것이다. 산적들의 삶터를 재현해 놓아 거창하리만큼 볼거리가 많지는 않다. 다만 등짐이 있다면 잠시 내려놓고 망루에 올라 바람에 땀을 식히고, 마른 목을 물로 축이기에 딱 좋은 곳이다. 거창할 것 없이 평범한 일상의 달콤한 휴식이란 본디 그렇다.

계절마다 다른 길, 다른 맛

산중마을에서 서석산 전망대까지는 좁은 산길로 40분 정도 걸어야 한다. 햇빛이 파고들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나무 사이를 걷다 보면 그 틈으로 슬몃슬몃 멀리 유명산의 능선이 보인다. 걸음을 멈추기보다 전망대로 길을 재촉하는 편이 낫다. 서석산 전망대는 한달음에 올랐을 때 장쾌함이 더 크게 다가온다. 가을빛으로 물든 양평읍이 발아래 펼쳐지고, 남한강 줄기는 소리없이, 거침도 없이 흐른다. 바람이 부는 날에 오르면 쾌청한 하늘을 만나겠지만, 바람이 없는 날은 그런 날 대로 천천히 용문산의 품을 파고드는 구름의 흐름을 넋 놓고 봐도 좋다.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가을이면 낙엽송과 구절초가 산중옛길을 에워싼다. 계절마다, 오를 때마다 같은 길도 다른 기분으로 오를 수 있다. 산중옛길이 선사하는 자연의 맛은 이뿐이 아니다. 산중마을 인근 5,500평에 이르는 자생단지에서는 취나물, 참나물, 곤드레, 산마늘, 고사리, 어수리취, 두릅, 다래순 등 17종에 달하는 자생식물을 만나볼 수 있다. 미리 예약을 한다면 산중마을 중턱에서 건강한 자연밥상으로 여정에 힘을 북돋아 줄 수 있다.
인공적으로 가꾸지 않음으로써 자연 그대로 가꾸어진 산중옛길. 발에 채이는 등산객 인파를 피하고 싶다면, 시끄러운 속내를 달래고 싶다면 호젓하게 걷기 좋은 길에 일단 올라보기를.

김외숙 팀장이 직접 재배한 산나물로 차려낸 자연밥상. 지역주민은 물론 방문객들에게도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산중옛길의 조성부터 함께한 강상면주민자치위원회 김외숙 팀장.
TIP
  • 맛집

    산중마을 인근 자생단지에서 직접 키운 산나물로 차린 자연밥상이 별미다. 직접 쑨 도토리묵과 곤드레 비빔밥 등 예약 인원에 따라 다른 상차림을 준비해준다. 20명 이내일 경우 인당 2만원, 30명 이상일 경우 인당 2만 5천원. 500명 이상되는 단체예약 시(워크숍 등) 삼겹살까지 더해 가든파티도 즐길 수 있다.
    문의: 강상면주민자치위원회 김외숙 팀장
    031-771-2119

  • 체험

    •다랭이논 체험: 전통 모내기 체험(5월), 전통 추수 체험(9월)
    •산중옛길 숲체험: 산중옛길 트레킹 및 산나물 채취 체험 등(연중)
    •뚱딴지 마을체험: 농작물 수확, 전통음식, 전통놀이 체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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