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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와
드가의그림에
남겨진
산업화의초상

클로드 모네와 에드가 드가는 모두 19세기를 대표하는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다. 이들은 각각 수련과 발레리나를 소재로 하여 그린 명화들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이들은 유럽의 산업화가 진행되는 시기에 살았고, 이에 관련된 작품들도 남겼다. 모네와 드가는 어떤 방식으로 산업화의 풍경을 화폭에 담아냈을까?

| 태지원(<그림이 보이고, 경제가 읽히는 순간> 저자)

<생 라자르 역: 기차의 도착>
(클로드 모네, 1877)
모네, 기차역에 산업화의 풍경을 담아내다

모네는 인상주의의 시대를 연 프랑스의 화가다. 그는 시시각각 빛에 따라 변화하는 색채를 잡아내어 이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당시에는 인상파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안개조차 너무 뚜렷이 그린다며 인상주의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에 제대로 된 안개를 보여주겠다는 결심 아래 모네는 기차역을 그리기로 한다. 특히 파리 북부의 생 라자르 역이 특색 있다고 생각하여 역장에게 부탁해 며칠간 이곳의 풍경을 화폭에 담아내었다.
18~19세기에 증기기관차가 다니는 기차역은 근대 산업화를 상징하는 곳이었다. 왜 그랬을까? 산업혁명은 와트가 증기기관을 개발하면서 그 물꼬가 트였다. 증기기관을 사용하면서 기계에 의한 대량의 상품 생산이 가능해지며, 생산성은 약 200배나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증기기관은 교통의 발달에도 크게 기여했다. 무거운 화물을 값싸게 멀리까지 운반하게 되면서 운반비의 하락으로 식량과 생필품의 가격도 내려갔다. 공업원료 역시 공장까지 더 빠르고 저렴하게 운반할 수 있어 산업의 발달에 기여하였다.
역장은 모네의 부탁으로 기관차를 멈추게 하고 수증기를 많이 그릴 수 있게 기차에 석탄을 가득 넣어주기도 했다. 덕분에 이 그림은 기관차가 뿜어내는 수증기가 가득찬, 근대화의 풍경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그림으로 탄생했다.

<수련>(클로드 모네, 1904)
모네는 정원을 가꾸며 250여점에 달하는 ‘수련’ 연작을 그려냈다.
<비, 증기, 그리고 속도(대서부 철도)>
(윌리엄 터너, 1844)
영국 유명 풍경화가 윌리엄 터너는 모네와 마찬가지로 철도가 만들어내는 풍경에 매료되어, 기차와 안개, 속도감을 화폭에 담아냈다.
<뉴올리언스의 목화거래소>
(에드가 드가, 1873)
드가가 담아낸 19세기 미국 산업 현장의 모습

에드가 드가 역시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로 특히 발레리나를 그린 작품들이 유명하다. 사실 드가는 무용수 뿐 아니라 증권 거래인, 모자가게 종업원, 다림질 하는 여인 등 근대 파리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림에 담아내었다.
외가가 미국이었던 그는 1873년 미국을 방문해 외삼촌이 운영하는 목화공장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다. 이 작품이 <뉴올리언스의 목화거래소>다. 그림의 가장 앞에 모자와 안경을 쓰고 앉아 있는 인물은 드가의 외삼촌이며 그 뒤에서 신문을 보고 있는 인물은 드가의 동생이다.
근대 산업혁명은 특히 면직물 공업과 같은 섬유산업이 주도하였다. 18세기 영국에서는 면직물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며 방적기, 방직기 등의 기계가 발명되었다. 이런 발전을 통해 기존의 가내 수공업에서 벗어난 공장제 대량 생산의 시대가 열렸다.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미국이나 프랑스 등 서양 국가들에서도 활발히 진행되었다. <뉴올리언스의 목화거래소>가 그려진 19세기에 이미 미국은 근대화를 이루고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는 국가 중 하나였다.
총 14명이 등장하는 이 그림을 통해 당시 미국의 산업현장이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림의 등장인물들은 목화거래소에서 각자 자신의 일에 충실한 상태다. 서로 감정의 교류를 나누거나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자본주의 체제가 성립된 이후 사람들은 공동체로부터 오는 연대감보다는 생산물을 얻기 위한 노동 활동 그 자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드가는 이러한 근대 산업화의 특징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그림에 나타내었다.

<무대 위에서의 발레연습>
(에드가 드가, 1874)
드가는 발레리나들의 모습을 담은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유연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여성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증권거래소의 초상들>
(에드가 드가, 1878~1879)
은행가 ‘메이’와 그를 둘러싼 증권 거래인들을 그리고 있다. 드가는 파리에 사는 다양한 직업인들의 모습을 즐겨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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