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영역

container

명화속에나타난
부르주아와하층민의

산업 자본주의의 발달로 생산력이 증가하면서 인류는 전에 없던 풍요의 시기를 맞았다. 그러나 풍요의 열매가 모두에게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생산수단을 소유한 부르주아 계층은 경제력을 늘려나갔고, 사회적 영향력까지 발휘하며 문화를 향유하는 계층으로 떠올랐다. 반면 노동자와 농민 등 하층민들은 경제적으로 힘든 삶을 이어가야 했다. 명화에 그려진 부르주아와 하층민의 모습을 통해 당시의 빈부격차를 짐작할 수 있다.

| 태지원(<그림이 보이고, 경제가 읽히는 순간> 저자)

<앤드류 부부의 초상화>
(토머스 게인즈버러, 1750)
신혼부부의 초상화에는 왜 전원풍경이 담겼을까

비옥한 대지를 배경으로 한쌍의 부부가 앉아 있다. 그들은 고급스러운 옷을 걸치고, 다소 딱딱해 보이는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한다. 그림의 주인공인 부부 옆에는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다. 분명 초상화인데 풍경이 그림의 절반을 차지한 구도가 흥미롭다. 어떻게 이와 같은 작품이 탄생한 것일까?
위 작품은 로코코 시대 영국의 풍경화가 토마스 게인즈버러의 <앤드류 부부의 초상>이다. 게인즈버러는 풍경화를 그리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그는 초상화를 의뢰한 사람들에게 그림값을 받으면서 풍경화를 그릴 수 있는 방법으로 풍경 초상화를 고안했고, 덕분에 신혼부부의 초상화는 독특한 구도로 탄생하였다.
그림속 전원 풍경에 담긴 또 다른 비밀도 있다. 앤드류 부부는 게인즈버러의 고향인 영국 서드베리에 살던 부유한 지주 계층이었다. 그들의 옆에 펼쳐진 넓은 들판과 풀을 뜯고 있는 가축들은 사실 부부의 사유재산이었다. 그 외의 그림 속 소품들 역시 그들의 부(副)를 짐작하게 한다. 남편인 앤드류가 들고 있는 엽총은 사냥면허를 소지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당시의 특권층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었다. 아내가 입은 공단드레스 역시 부유한 계층만이 입을 수 있는 고급 원단의 옷이었다.
이처럼 18세기의 중산층 계급은 사유재산을 중시하고 자신들의 부를 과시하는데 집중했다. 산업혁명과 산업자본주의의 발달을 거치면서 토지와 공장을 소유한 부르주아들의 부(副)는 더욱 커져갔다. 그들은 이후 시민혁명을 일으키며 자신들의 사유재산권을 더욱 확고히 하고 정치적 영향력까지 발휘하며 한 시대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 된다.

<그네>(오귀스트 르누아르, 1876)
르누아르는 밝고 화려한 색상으로 파리지앵들의 여유로운 삶을 표현하였다.
<풀밭위의 점심식사>
(에두아르 마네, 1862~1863)
마네는 이 작품을 통해 부르주아들의 여유로운 모습 속에 드러나는 위선을 풍자하였다.
<이삭줍는 여인들>
(장 프랑수아 밀레, 1857)
세 여인은 어떻게 이삭을 줍게 되었을까

<이삭줍는 여인들>은 농촌의 모습을 즐겨 그린 19세기 프랑스의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의 대표작이다. 그림속 세 여인들은 허리를 굽혀 떨어진 이삭을 줍고 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아름답고 목가적인 농촌의 풍경을 담고 있는 것일까.
추수 이후 남겨진 이삭을 줍는 것은 힘들게 살아가는 최하층의 농민들이 하는 일이었다. 이렇게 최하층민이 그림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 때까지 대부분 그림의 주인공들은 계층이 높거나 부유한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작품에서 말을 탄 지주의 대리인들은 그림의 뒤쪽에 매우 작게 등장한다. 당시 많은 비평가들은 이 작품을 두고 “하층민의 세 여신”을 그린 것이냐며 비아냥거렸다. 밀레는 이러한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씨 뿌리는 사람>, <만종> 등의 작품을 통해 농촌에서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농민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자본주의의 발달로 산업화된 사회가 등장했지만 가난한 이들의 삶은 더욱 비참해져갔다. 부르주아들은 노동자와 농민들에게 더 긴 시간 일하기를 요구했으나, 생산을 통해 얻은 잉여 생산물을 공정히 나누지는 않았다. 극심해진 빈부격차 속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과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비판하는 사회주의가 등장하였다. 특히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공산당 선언>을 통해 노동자들의 혁명으로 자본주의 사회가 무너지고 새로운 시대가 올 것을 예언했다. 그들의 예언은 1917년 러시아의 사회주의 혁명으로 현실이 되었다.
밀레 역시 그의 작품 경향으로 인해 사회주의자로 오인받기도 했지만 사실 그는 농촌의 현실을 그리는데 열중했던 화가일 뿐이었다. 사회주의와의 관계를 떠나, 하층민들이 그림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밀레의 작품들은 오랫동안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씨 뿌리는 사람>
(장 프랑수아 밀레, 1850)
농부의 역동적인 모습과 노동의 피로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밀레의 작품으로, 사회주의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감자 먹는 사람들>
(빈센트 반 고흐, 1885)
고흐 역시 밀레의 영향을 받아 가난하지만 정직한 농민들의 삶을 그려냈다.

서비스 영역